충남 서산시 해미면에서 2대째 농사를 비롯해 가축을 키우고 있는 윤재천(47)씨. 인근 공군부대에서 들려오는 항공기 소음을 참다 못해 부대 감찰실로 전화를 걸었다.

항공기 이착륙시 들리는 엔진 소리 때문에 일상생활은 물론 농작물에도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항의를 표시했다. 감정이 매우 격앙된 상태였던 윤씨는 응대자의 세심한 답변에도 불구하고 쉽게 마음이 누그러지지 않았다.

그런데 그날 저녁 뜻밖의 손님이 방문했다. 낮에 전화를 받은 감찰실 소속의 신승준(49) 준위가 먼 길을 물어물어 집까지 찾아온 것. 신준위는 당황해하는 윤씨에게 부대의 소음 방지 종합 대책에 대해 일일이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 또 주민들의 불편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조종사들에게 항공기 이착륙 훈련은 필수불가결한 훈련임을 거듭 강조했다.

신준위가 한 시간이 넘는 1 대 1 브리핑(?)을 마치자 이번에는 오히려 윤씨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장병들의 노력과 애로 사항을 미처 알지 못해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이는 흐뭇한 풍경이 펼쳐졌다.

서산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의 비행단이 위치한 지역에서는 최근 들어 위와 같은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공군본부가 ‘비행장과 사격장 주변 항공기 소음 피해 종합 대책’을 마련, 예하 부대에 내려보낸 이후에 벌어지고 있는 고무적인 현상이다.

공군본부의 소음 피해 방지 대책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첫 번째, 현재 총 13개 부대에서 운영 중인 허시 하우스(hush house). 항공기 엔진 점검시 발생하는 소음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시설로 70m 떨어진 지역에서 소음을 측정했을 때 140데시벨에서 74데시벨로 거의 절반 정도 소음이 줄어든다.

공군본부는 조만간 전 공군부대에 허시 하우스를 완공할 예정이다. 일부 비행단은 항공기 이륙과 엔진 점검 시간을 맞춰 소음 발생 횟수와 시간을 줄이려는 노력을 더하고 있다.

두 번째, 항공기 이착륙 훈련 시간대를 이른 아침(8시 이전)과 일몰 후 두 시간까지 제한하고 인구 밀집 지역을 피해 훈련 경로를 조절,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사격 훈련시에도 고도를 엄격히 제한하고 횟수도 제한해 소음을 크게 줄였다.

세 번째, 대민 유대 활동 강화다. 대규모 훈련시 지역 관공서와 주민 대표·언론사에 공문을 보내 소음이 발생할 수 있는 시간을 사전에 주민들이 알 수 있도록 한 것. 또 적극적인 일손 돕기나 재해·재난 복구 활동은 물론 주민들이 생산하는 농작물을 부대에서 우선 구매, 수입을 올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인근 학교와 지역 주민들을 정기적으로 부대에 초청, 견학 행사를 가짐으로써 서로 간에 발생할 수 있는 오해의 소지를 없애고 이해를 바탕으로 민·군 간의 화합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처럼 공군본부의 소음 방지 대책을 기본 바탕으로 각 부대는 특성에 맞는 세부적인 지침과 방안을 마련해 실시 중이다.

일례로 공군20전투비행단은 올해부터 영외 거주 장병·군무원 중 지역 여론 수집 모니터를 선정, 소음 지도(noise map)를 작성·활용하고 있다. 방만하게 운영되던 소음대책실무위원회도 최소 인원인 비행단·지자체·주민 대표만으로 구성, 실질적인 업무 협조와 대민 유대 관계 개선을 통해 소음 관련 민원을 대폭 줄였다.

사실 항공기 이착륙 훈련이나 사격 훈련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공군의 기본 임무 중 하나. 이때 발생하는 소음은 어떤 기술로도 100% 줄일 수 없다. 그런 만큼 적극적인 대민 활동을 통해 민·군 간 이해의 폭을 넓히고 유대를 강화하려는 공군본부의 노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의 거대한 방음벽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4. 10. 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