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볼 것은 많지만 여행은 단순한 유람이 아니라 스스로를 개발하고 성장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는 행위다.

새롭고 낯선 미지의 세상과의 만남은 우리를 경이롭게 한다. 그 경이로움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되고 또 우리나라를 재인식하게 된다.

세계는 지금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세계인들에게서 어떤 것들을 배워야 하고 또 우리의 자랑은 어떤 것들일까. 세계 각국의 이색 풍물과 지구촌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알아본다.


◆ 모든 성인 남자가 병역의 의무

처음 이야기는 국방에 관한 것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스위스는 영세 중립국이다. 그리고 스위스는 평화로운 나라의 상징이다. 이런 점 때문에 스위스는 군과 거리가 먼 나라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스위스처럼 철저히 전쟁에 대비, 온 국민이 무장돼 있는 나라는 없다. 나라 전체가 병영(兵營)이고 요새(要塞)며 모든 국민이 바로 군인들이다.

스위스를 여행하다 보면 자동소총으로 무장하고 배낭을 맨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은 야외 훈련장에서 군사 훈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스위스 민병대원들이다.

스위스의 국방 체제는 철저히 국민 개병(皆兵)을 기초로 하고 있다.

20세가 되면 입대해 4개월간 군사 훈련을 받는다. 그 뒤부터 32세까지 해마다 8회의 군사 훈련을 정기적으로 받는다. 이어 42세까지는 1년에 2주일간의 훈련을 3회씩 받는데 55세가 돼야 이 훈련이 끝난다.

여성들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의무병이 아니고 지원병으로 국가를 지키는 데 한몫한다.

여성들은 주로 간호·통신·운전병 등으로 근무하는데 지원자가 항상 넘쳐 관계자들을 곤란하게 만든다.

이런 민병 조직으로 스위스는 24시간 이내에 30만 명, 48시간 이내에 60만 명의 민병대원을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 완벽한 핵 방공호

스위스의 민병 제도가 탄탄히 뿌리 내리고 있는 것은 스위스 국민들의 조국애 때문이다. 유럽의 중앙에 자리한 스위스는 과거 로마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한 피나는 투쟁과 열강의 각축에 시달려야 했다. 이런 역사적 과거에서 배운 교훈이 스스로 지켜야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스위스 국민들은 각 가정에 개인 화기를 비치해 두고 있다. 실탄이 장전된 자동 화기가 가정마다 비치돼 있는 나라는 스위스뿐이지만 아직 단 한 번도 총기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

스위스는 전 국토가 요새화 돼 있다. 그러나 눈에 띄지 않는다. 가끔 도로의 이음새가 울퉁불퉁한 곳이 있는데 이것은 적의 탱크나 차량의 통행을 저지하기 위한 것으로 스위치 하나로 바리케이드가 쳐지는 특수 장치다.

또 스위스의 대부분 도로는 비상시 전투기의 활주로가 된다.

스위스에는 핵 공격에도 대비할 수 있는 방공호가 있다. 이 방공호들은 얼마나 튼튼하고 훌륭한지 핵 폭탄이 떨어져도 끄떡없을뿐더러 스위스의 모든 국민이 이 방공호에서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상태에서 2개월간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필자 프로필

▲ 1941년 대구생
▲ 65년 성균관대 국문학과 졸업
▲ 67년 문단 데뷔(현대문학)
▲ 중앙일보 문화부장·편집부 국장 역임
▲ (현) 세계여행문학가클럽 부회장

〈김준식 세계여행문학가클럽 부회장〉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5. 1. 4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