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그리고 이라크 전쟁. 최근에 일어난 일련의 전쟁을 살펴보면 공군력의 절대적 우위가 전쟁의 승리로 이어지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러나 공군이 전쟁에 개입한 것은 고작 100년의 역사도 되지 않는다.

제1차 세계대전(1914~1918)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으로 공중전이 펼쳐지는데 초기만 해도 항공기는 그저 정찰용에 불과했다. 적기를 육안으로만 식별 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프로펠러의 장애로 인해 기내에 장착된 기관총 대신 권총을 사용해야만 했다.

당시 조종사 100명의 사인을 분석한 결과 공중전으로 인한 추락사가 2명, 기체 결함에 의한 사고사가 8명인 반면 나머지 90명의 조종사는 신체적 결함이나 부주의, 심리적 요인 등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항공기 사고에 대한 정밀 조사가 이루어져 전체 항공기 사고 원인의 60% 가량이 조종사의 신체적 결함에 의한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조종사에 대한 의학적 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미 1910년에 공군 조종사 신체검사 기준을 채택한 독일에 이어 4년 늦게 채택한 미국은 1917년 롱아일랜드 미네올라에 항공의학 연구소를 최초로 설립하고 비행 군의관(flight surgeon)이라는 직책을 처음 두게 된다.

이때부터 공군 조종사들에게 저압실 비행 훈련을 시행했다. 이것은 인위적으로 조종사를 저산소증에 노출시켜 저산소증에 대해 인지할 수 있도록 단련하는 것으로 이전까지만 해도 고공 비행을 하는 전투기 조종사가 아무런 증상 없이 서서히 저산소증에 빠져 의식을 잃음으로써 치명적인 사고가 빈번히 일어났다.

영국 공군에서도 조종사들을 위한 별도의 인력 관리 서비스를 개발해 신체적 결함으로 인한 사고 사망률 60%를 1년 뒤에는 20%로, 3년 뒤에는 12%로 감소시키는 성과를 거두었다.

1903년 12월7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키티호크에서 라이트 형제가 개발한 동력 비행기가 12초 동안 40m를 비행하는 데 성공한 지 1세기 만에 탐사선 호이겐스는 토성의 신비까지 지구로 전해 오고 있다.

아직은 우주 탐사가 일부 항공우주 선진국들의 잔치에 머물러 있지만 지난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한국 우주인 사무국이 우리나라 최초로 우주인 선발 기준을 내놓은 소식을 보면 한국인이 우주로 진출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우주인 후보로 선정되면 러시아 가가린 우주센터에서 2년여간 훈련받은 후 최종적으로 선발된 1명은 2007년 10월 유인 우주선 소유즈에 탑승, 국제우주정거장(ISS) 러시아 모듈에서 10일간 머무르게 된다고 하는데 누가 그 역사적 주인공이 될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진다.

우주 개발 초기만 하더라도 우주 비행사가 될 수 있는 사람의 자격 요건은 매우 제한적이어서 대부분 공군 조종사 가운데 우수한 자질을 갖춘 사람만이 엄격한 선발 과정을 통해 우주 비행사가 되는 영광을 안았다.

1961년 4월12일 보스토크 1호를 타고 1시간 29분 만에 지구의 상공을 일주하고 “지구는 푸른빛이었다”라는 말을 남긴 인류 최초의 우주 비행사인 유리 알렉세예비치 가가린도 구소련의 공군 조종사였다.

저산소증·가속도·비행 착각·야간 시각 등의 항공의학을 넘어 우주의 무중력 상태와 이상 고온까지 염두에 둔 우주의학의 발전이 없었다면 아직도 인류에게 밤하늘은 단지 점성술의 도구로 남아 있을는지 모른다.

〈 국방부 근무지원단 의무실 〉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5. 1. 20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