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을 시작하며-軍 미래 전력 건설 로드맵 제시

참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협력적 자주국방은 국력에 걸맞은 국방력 건설, 자위적 방위 역량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미래전 양상에 대비한 첨단 과학화 무기 체계의 획득이 날로 중요성을 더해 가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 군은 첨단 과학군을 지향, 2010년까지 첨단 무기 연구개발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습득해 기술 선진권에 진입하고 2020년까지 미래 첨단 무기 체계를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국방과학연구소는 2003년 ‘국방과학기술조사서’를 발간, 21세기 우리 군의 종합적인 발전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기술조사·수준조사 부문으로 나눠 총 0권으로 발간된 이 조사서는 1000여 명의 산·학·연 전문가들이 참여해 국방과학 기술뿐만 아니라 국방에 활용 가능한 민간 기술의 발전 추세에 대한 조사·분석 데이터와 기술 수준을 통계적으로 평가한 데이터가 수록돼 있다.

기술조사 부문에서는 미래전의 양상과 발전 방향을 제시하면서 11대 무기 체계 분야별 53개 단위 체계 112개 주요 구성 기술, 52개 시험평가 기술에 대해 선진국의 개발 동향과 발전 추세를 분석해 국내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국가 간 체계의 특성을 비교하고 무기 체계 기술의 발전 상관 관계를 분석, 향후 2020년까지의 발전 로드맵(road map)을 제시하고 있다.

수준조사에서는 향후 우리 군의 소요가 예상되는 97개 무기 체계의 8887개 기술에 대해 중요도·난이도, 국내외의 개발 현황과 수준, 개발 가능 기관 등을 조사·분석하면서 주요 항목을 연계한 종합 분석을 통해 투자 우선순위 결정을 위한 자료를 내놓고 있다.
조사서는 국방부·합참·각군과 획득 관련 기관에 배포돼 합동전략계획서(JSOP) 등의 기획 문서 작성에 참고 자료가 되는 등 폭넓게 활용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열람할 수 있는 범위가 극히 제한돼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전력 획득·증강에 관심이 많은 장병과 일반 독자들이 우리 군의 미래 전력과 발전상을 조망할 수 있도록 이 조사서를 근간으로 내용을 새롭게 구성하는 기획 시리즈 ‘국방과학 2020’을 마련했다. 국방과학연구소·본지가 공동으로 기획한 이 시리즈는 전문 연구원과 기자가 함께 엮어 나갈 것이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저서 ‘전쟁과 반전쟁’(War and Antiwar)에서 경제생활 방식과 전쟁 방식의 밀접한 상관성을 지적하면서 21세기에는 정보와 지식이 주축이 되는 새로운 문명 사회가 도래하고 군대의 모든 분야에서도 이에 상응하는 변혁이 동시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의 주장대로 현재 세계의 문명 패러다임은 산업 사회에서 정보 사회로 전환되고 전쟁 패러다임 역시 기계전·화학전 중심에서 정보전·지식전 중심으로 변화되고 있다.

정보전·지식전의 근간에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전장 상황을 보다 면밀히 관찰할 수 있고(센서), 그 상황을 전장의 모든 참여자가 실시간 혹은 근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으며(C4I), 적의 중심을 원거리에서 정밀 타격할 수 있는(슈터) 능력, 특히 정보 기술에 기반한 이들 결합력의 비약적 발전이 그것이다.

이러한 군사 능력의 발전은 필연적으로 전장 공간·전투 수단·전투 형태·군사 조직 등 많은 분야에서 혁신적 변화를 초래하고 있으며 그 폭은 과학 기술 발전과 함께 미래에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상·해상·공중으로 구성되던 기존의 전장 공간은 정보·우주 공간이 추가돼 5차원으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정보 공간의 장악 능력은 전쟁 승패의 결정적 요인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는 미래 전력의 핵심이 센서 체계·C4I 체계·정밀 슈터 체계의 능력과 그 결합력에 기반을 두고 있고, 그 결합력은 정보 체계에 의해 좌우된다. 따라서 이 결합력을 강화 혹은 파괴하는 것이 미래전의 핵심으로 부각될 것임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사실 정보 공간의 중요성은 최근의 전쟁을 통해 입증되고 있다. 걸프전 당시 이라크의 무기·장비 체계는 물리적으로 건재했으면서도 전쟁 초기 미군의 정보 능력에 의해 핵심 전력이 마비된 바 있다. 이 상황에서 페리 전 미 국방장관은 이라크군의 전력을 미국군의 1000분의 1로 평가하기도 했다.

전장 공간의 확장과 함께 전투 수단도 장거리화·정밀화·무인화를 특징으로 발전하고 있다. 종래에는 볼 수 없었던 생명공학·전자기파·레이저 등의 신종 무기 체계도 다수 등장하고 있다. 특히 무기·장비 체계의 정밀화는 성능뿐만 아니라 운용 비율에서도 괄목할 만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예를 들면 미군의 정밀 유도 무기 JDAM에 장착, 사용한 인공위성 항법 장치(GPS)의 정확도가 코소보전 때는 13m였으나 이라크전 때에는 3m로 향상됐고 정밀 유도 무기의 사용 비율 역시 코소보전 때의 약 35%에서 이라크전 때는 70%로 증대됐다.

전장 공간·전투 수단의 발전은 당연히 전투 형태의 변화를 수반한다. 첨단 정보 체계를 기반으로 광역의 고정밀 전장 파악 체계, 실시간 정보 공유 체계, 고정밀 유도 무기 등을 활용함으로써 과거와 같은 대량 파괴·살상을 수반하지 않고도 전략적 중심을 마비시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탈대량화 전투가 일반적 현상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리적으로 이격된 부대들 간의 일사불란한 작전 통제와 일정 지점에 대한 화력의 집중이 가능해짐으로써 과거 선형적으로 집중 운용하던 부대를 비선형으로 분산 운용, 전력 운용의 융통성과 부대 방호의 용이성 향상을 도모하는 추세로 발전하고 있다.

이와 같은 탈대량화·비선형적 분산 추세에 의해 전투는 전후방을 막론한 광범위한 지역에서 단기간에 보다 치열하게 수행될 것이다. 따라서 각각의 소규모 부대들은 모부대로부터 분리돼 독립적·지속적으로 전투를 수행하되 무기나 플랫폼을 개별 단위로 사용하기보다 다수의 전투 체계가 동시적으로 정보를 공유, 전투 효과를 극대화하는 네트워크 중심전이 강조되고 있다.

전투 조직의 발전은 전장 공간·전투 수단·전투 형태의 변화에 부응하도록 네트워크형 조직으로의 전환과 통합성의 증대로 특징지어지고 있다. 즉, 정보 기술이 지휘 폭 증대의 부담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킴으로써 군 조직의 네트워크화가 지향되고 있으며 다양한 유형의 전력 요소를 통합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군 간의 합동성 증대가 핵심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 같은 전쟁 양상의 변화는 흔히 미래전 양상이라 지칭되기도 한다. 그러나 과학 기술의 빠른 발달 속도를 감안할 때 이는 현대전의 연장선상에 있는 장차전의 양상일 뿐 진정한 의미의 미래전 양상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예측할 수 있는 가시적인 미래의 전쟁 양상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며 보다 장기적으로는 과학 기술 발달의 획기적 가속화와 함께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양상이 대두될 수도 있을 것이다.

〈 한충원 국방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 〉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5. 1. 25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