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 메고 구두끈을 굳이 매고서 힘있게 일어서면 열려진 앞길…” 군가 ‘행군의 아침’ 2절의 가사 일부다. 훈련의 긴 여정을 생각하면 배낭에서 짐 하나라도 줄이고 싶지만 실제 전투라고 생각하면 생존을 위해 어느 하나 필요치 않은 것이 없다.

그런데 18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군장의 무게가 15㎏을 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전쟁 기술이 발달할수록 통신과 화력·방어력·기동성을 높이기 위한 각종 장비가 추가됨에 따라 군인들의 어깨는 갈수록 무거워졌다.

전쟁을 통해 불어난 군장은 늘어난 무게만큼이나 부담으로 돌아왔다. 육중한 배낭을 장시간 메고 있으면 빨리 걷기는커녕 가쁜 호흡에 상체의 근육까지 쉽게 피로해져 적을 향해 제대로 조준하기조차 힘들어진다.

또 오랫동안 어깨의 신경이 눌려 있어 수류탄을 멀리 던지기도 어렵다. 이로 인해 미국·캐나다를 중심으로 군장에 대한 연구와 시뮬레이터를 활용한 인체 공학적 접근이 꾸준히 진행돼 왔다.

이론적으로는 지금처럼 군장을 등으로만 지는 것보다 몸의 앞뒤로 분산하는 것이 피로가 덜하다. 가령 의무병이 구급낭을 앞쪽에 메면 응급 환자를 만났을 때 곧바로 처치 도구를 꺼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직접 적과 교전을 벌이는 전투병과의 경우 여러 개로 나뉜 군장을 벗었다 다시 짊어졌다 하기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그리고 앞쪽의 짐은 전방의 시야를 가려 장애물이나 함정의 발견을 어렵게 하고 숨쉬기에도 거추장스럽다. 이런 이유로 배낭을 앞뒤로 나눠 메는 군인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연구에서 지형이 평평하면 무거운 물건이 배낭의 위쪽으로 가게 하고, 지형이 고르지 못할 경우 짐이 배낭 안에 골고루 분포되도록 하는 것이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 안정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몸의 무게 중심으로부터 멀어진 곳에 중량이 실릴수록 에너지 소모가 증가하는데 발에 1㎏의 무게가 실릴 때마다 에너지 소모가 7~10% 늘어나고 속칭 ‘건빵 주머니’라 부르는 허벅지 부위에 무게가 실리면 ㎏당 4%의 에너지 소모가 증가한다. 그래서 군화는 가능하면 가벼울수록 좋다. 전체적인 중량이 1㎏ 늘어날 때마다 장거리 행군이나 단거리 달리기·점프·장애물 횡단 등의 업무 수행 능력이 1~3%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낭을 짊어지면 어깨에도 큰 압력이 전달된다. 한 연구에 따르면 10㎏의 배낭을 짊어졌을 때 최고 203mmHg의 압력이 어깨에 실렸다.

그런데 이 배낭에 프레임을 만들고 엉덩이 위쪽에 패드로 된 벨트를 덧붙이자 압력이 15mmHg로 뚝 떨어졌다. 또 근전도 검사에서도 어깨 부위의 근육에 영향이 덜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이유 등으로 우리 군 장병도 철제 프레임과 벨트가 장착된 신형 군용 배낭을 사용하고 있다.

평상시 무거운 군장을 메고 체력 단련하는 군인은 실제 행군에서도 체력적으로 더 강인한 면모를 보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군장의 무게와 부피를 줄이려는 노력이 더 이상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초창기 집채만 했던 컴퓨터는 오늘날 가방에 들어갈 정도로 크기가 작아졌지만 성능은 예전을 훨씬 능가한다. 군장을 작고 가볍게 하려는 연구가 진행될수록 공상과학 영화의 미래전에 등장하는 초소형 다기능 군장이 등장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국방부 근무지원단 의무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5. 1. 27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