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robot)이라는 말은 체코어로 ‘일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robota에서 유래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정설이다.

오늘날 우리가 로봇이라고 할 때 흔히 연상하는 지능 로봇은 1920년 체코슬로바키아의 카렐 차페크가 쓴 ‘로섬의 인조인간’(RUR：Rossum's Universal Robots)이라는 희곡에서 처음 등장했다.

로봇들이 반란을 일으켜 로봇 생산 회사를 시찰하러 온 고위 인사들을 차례로 죽이다가 자신들 역시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인간에게 해체를 의뢰하는데 홀로 살아남은 인간은 최후의 두 로봇이 서로 희생하려는 사랑의 감정까지 스스로 터득한 것을 보고 아담과 이브로 만든다는 줄거리다.

다소 황당한 SF 영화의 한 대목 같지만 차페크의 작품에는 기계 문명이나 세속적 행복에 대한 통렬한 풍자와 인간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이 배어 있다. 이 작품이 인기리에 공연된 1920년대만 해도 기술 수준이 인간의 상상을 받쳐 주지 못할 때였기 때문에 관심은 가능성의 영역보다 인간의 행복에 관한 철학적 사유에 있었다. 그러다 컴퓨터가 비약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한 80년대에 들어서면서 인간의 관심은 철학의 영역에서 가능성의 영역으로 다시 옮겨 오기 시작한다. 당시 미국에서 흔히 나돌던 이야기 하나를 소개하면 대략 다음과 같은 줄거리다.

인간이 컴퓨터에 ‘영원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주었는데 컴퓨터는 “데이터가 부족합니다”라는 답을 해 왔다. 추가적인 데이터를 주고 시간이 흘러 어느 날 컴퓨터가 해답을 찾았지만 그때는 이미 그걸 받아 볼 인간이 지구상에서 멸망하고 사라진 뒤였다는 이야기다. 뇌(腦) 이외의 부분을 교체한 개조인간의 의미를 가진 사이보그(cyborg)라는 단어가 나타난 것을 보면 인간의 뇌를 넘기 힘든 장벽으로 본다는 점과 더불어 기술 발달이 일정 선을 넘어서면 인간은 불행해질 수 있다는 암시도 동시에 하고 있다.

산업용·의료용의 범주를 벗어나 이제 로봇은 군사 분야에서 비약적인 발달을 거듭하고 있다. 폭발물 탐지나 해체같이 특정 목적에 사용되는 단계를 지나 이제 무인전투기까지 실전에서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고 있다. 2010년이면 무인전투 차량으로 구성된 로봇 부대가 실전에 배치될 것이라는 소식도 들리는 것을 보면 발달 속도가 인간의 상상력을 앞질러 간다는 느낌마저 든다. 군사용 로봇의 발달이 전장에서 병사들의 생명을 안전하게 하려는 기본 개념에서 출발한다는 점은 참 어려운 아이러니다.

일본이 개발한 지능 로봇은 외국 원수가 방문했을 때 악수하면서 자신을 소개할 수준으로 발달했으며 애완견을 대체할 수 있다는 죽지 않는 로봇 강아지도 박람회장에서 열심히 꼬리를 흔들고 있다. 병사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전투용 로봇이 발달하는 것이나 애완견의 죽음에서 오는 이별이 두려워 로봇 강아지를 키운다는 것 모두 ‘과연 우리는 행복한 길로 가고 있는가’라는 오랜 인류의 숙제를 다시 한 번 생각케 한다.

더 이상 로봇이 발달하기 전에 영원한 삶이 주는 무게보다 시작과 끝이 있어 삶과 죽음이 아름답게 공존한다는 간단한 이치를 빨리 모든 컴퓨터에 입력시켜야겠다는 황당한 생각을 해 본다.

<김재두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jaedu1@hanmail.net>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5. 2. 16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