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차는 현재 가장 광범위하게 보급돼 있는 지상 전투와 전투 지원 플랫폼 중의 하나다. 전차는 강력한 화력 성능으로 장거리 사격으로 적 제압을 주 임무로 하지만 장갑차는 보병 수송과 탑승, 하차 전투 간 표적 제압, 도하 작전 등 매우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 장비다.

초기의 장갑차는 전장에서 전차만으로는 탈취한 목표의 계속적인 확보가 곤란함에 따라 전차와 협동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보병에게 기동력과 방호력을 제공하는 개념에서 출발됐다. 보병 수송용 장갑차(APC： Armored Personnel Carrier)가 그것으로 보병은 하차한 상태에서만 전투가 가능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독일은 유럽 동부 전선에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전차와 동반하는 보병이 적의 강력한 저항을 제압하려면 탑승한 상태에서 전투를 수행할 수 있어야 유리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탑승 전투의 새로운 전술 개념을 도출해 적의 장갑차 파괴, 하차 보병에 대한 화력 지원 능력이 부여된 보병 전투장갑차(IFV： Infantry Fighting Vehicle)를 개발·운용하기 시작했다.

세계 각국에서도 이 같은 탑승 전투 개념에 발맞춰 장갑차 차체 내에 총안구와 관측구를 설치, 개인 화기를 사용할 수 있게 설계해 탑승 전투가 가능케 하고 적의 장갑차 파괴, 하차 보병에 대한 화력 지원과 도하 작전시 교두보 확보 능력이 부여된 보병 전투장갑차 개발에 나섰다.

일반적으로 전투장갑차에는 지상전에서 효율 높은 보전포 협동·입체 고속 기동 작전과 적의 강력한 기계화 부대와 전투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 전술·전략적 요구와 획득·운용의 경제성, 전투 지형 조건 등이 고려돼야 한다. 또 전장의 임무가 다변화됨에 따라 요구 성능을 만족시키기 위해 계열화 개념이 적용되고 있다.

장갑차는 형태에 따라 궤도형·차륜형으로 나뉜다. 미국의 경우 보병사단에 전투용과 병력 수송용 모두 생존성이 우월한 궤도형으로 편성하고 있으나 최근 수송성과 해외 전개성을 고려, 경보병사단에 스트라이커와 같은 장갑차를 편성하고 있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궤도형·차륜형의 장점을 효율적으로 운용해 온 국가로서 기계화·기갑사단에 궤도형을 주로 편성하면서 장거리 운용과 궤도형의 보조 수단으로 차륜형을 운용하고 있다.

우리 군이 장갑차를 정규 전력에 편성하게 된 것은 1970년대 초로 미 군원에 의해 M113 계열 장갑 차량을 인수·운용한 것이 그 시발점이며(기획 연재 ‘무기의 일생’ 5~8회 참조) 차륜형 장갑차로서 70년대 후반부터 이탈리아의 피아트 6614를 면허 생산한 KM900이 있다.

현재 우리 군의 주력 장갑차인 K200은 M113의 노후화로 인한 무기 효율의 저하와 군수 지원 체계의 유지 곤란에 따라 군 전투력 발전 계획의 일환으로 79년 12월 국내 연구개발 과제로 채택, 84년 8월 최종 전투 장비로 채택됐다.

K200의 기본형 차체를 이용한 계열 장갑차로는 20mm 벌컨포 탑재 장갑차, 4.2인치·81mm 박격포 탑재 장갑차, 구난용 장갑차, 화생방 정찰차·전투 지휘용 장갑차 등이 개발됐다. 이후 350마력의 엔진과 완전 자동 변속기를 장착하고 전투 중량, 가속 성능 등을 개선한 K200A1으로 발전해 야전 운용 중에 있다.

그러나 주무장 30mm포와 대전차 미사일을 탑재한 BMP-2와 M-1992를 보유한 북한뿐만 아니라 주변국에 비해 장갑차의 성능 면에서 열세인 편이다. 이에 따라 국방과학연구소는 육군의 소요 제기에 의해 현재 중구경 화기를 탑재하고 야지 기동성·생존성을 효율적으로 향상시키는 등 첨단 과학 기술을 적용한 차기 보병 전투장갑차(KNIFV)를 개발 중이다.


● 궤도형·차륜형 장갑차

장갑차는 형태에 따라 궤도형·차륜형으로 나뉘며 각각의 특징에 따라 활용도가 다르게 나타난다.
궤도형은 전투 중량이 20~30톤 수준으로 20~40mm 중구경 화기와 안정화 장치를 적용하며 14.5~30mm탄에 방호되도록 설계돼 전투용으로 적합하다.

반면 차륜형은 전투 중량이 10~20톤으로 차체가 궤도형보다 높게 제작된다. 12.7mm 또는 14.5mm 수준의 화기를 탑재하고 14.5mm 이하의 소구경탄에 대한 방호 수준을 갖고 있다.

차륜형은 최고 속도 면에서 포장도로를 주행할 때 90~100㎞를 낼 수 있어 궤도형보다 기동력 면에서 우월한 것으로 평가되기도 하지만 여단 전술 운용 영역인 10㎞ 이내에서 임무를 수행할 때 속도에 의한 궤도형과 차륜형의 기동 시간 차이는 약 2분 이내의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장애물 통과 능력과 습지 주행 능력 등 야지 기동성에서는 궤도형이 우수하다.

이 같은 이유에서 세계적으로 전차와의 협동 작전이나 탑승 전투 임무를 수행하는 전투장갑차로는 궤도형, 병력 수송이나 수색·정찰용으로는 차륜형이 주로 운용되고 있다.

< 손재홍 국방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신인호 기자 >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5. 2. 22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