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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과 정훈역사

1기 75명·2기 44명·3기 110명 전선 나서 - 열악한 환경 딛고 국민·장병 사기 북돋아

[ 사진설명 ] 6·25전쟁 당시 활동했던 여군 정훈대대원들의 모습. 출처=정훈50년사

국방일보와 정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국방일보의 주요 임무 중 하나가 ‘장병 정신전력 배양’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국방일보 기자와 정훈장교는 동반자로 함께 성장해 왔다. 기쁨을 같이 나누고 고난을 함께 헤쳐왔다. 하지만, 정훈장교가 임무수행의 무게를 홀로 감내해야 하는 시기도 있었다. 6·25전쟁 당시 정훈장교는 공보와 장병 정신교육, 선무활동이라는 막중한 역할을 수행하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빛나는 공적을 세웠다.

▲ 6·25전쟁 이념 전쟁…사상전 최전선에서 맹활약

6·25전쟁은 사상전이었다. 이념의 개념도 모르던 수많은 청년들이 서로 총부리를 겨눴다. 당연히 이념무장은 필수였다. 이 때문에 정훈장교들의 역할도 그만큼 중요했다. 정훈(政訓)은 ‘정치훈련’의 약자일 만큼 당시 군 수뇌부는 그 중요성을 인지했다. 이는 광복군 출신인 이범석 초대 국방부 장관(국무총리 겸무)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범석 장관은 중국 국민당의 몰락 원인을 사상전 패배에서 기인했다고 판단하고 우리 군에 우선적으로 정신교육 담당 정훈부서를 설치했다.

전쟁 중 활약했던 정훈장교들은 정훈 1~3기 장교들이었다. 당시 국방부는 사상전의 투사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1949년 5월 정훈 1기 75명과 이듬해인 1950년 1월 정훈 2기 44명을 선발, 육군사관학교에서 단기교육 후 장교로 임관시켰다. 정훈 3기는 전쟁 발발 후인 1950년 11월 대구에서 별도로 110명을 최종 선발해 전선에 투입했다. 이념전의 최전선에 나서야 하는 전사들인 만큼 최고 학력 수준의 인재들을 정훈장교로 선발했다.

정훈 3기로 임관해 6·25전쟁에서 큰 활약을 펼쳤던 백재수(86) 옹은 “3기생의 경우 만 25세 이상 대학졸업자를 대상으로 특별공고를 통해 선발했다”고 기억했다.

[ 사진설명 ] 정훈대대 여군들이 적의 귀순과 전황을 알리는 방송활동 모습. 출처=정훈50년사

▲ 2개 정훈대대… 사기앙양·총력전 태세 완비 기여

모든 것이 부족한 시절이었지만 특히 전쟁 중 정훈장교들의 환경은 더욱 열악했다. 그야말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수준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병사를 교육시키고 선무활동을 펼쳤다. 이 같은 활약에 1950년 10월 1일 38선을 돌파하고 북한 지역을 수복하자 수복지역 주민에 대한 교양학습과 선무활동을 위해 ‘정훈대대’를 편성했다. 정훈대대 요원으로 107명을 엄선해 교육 후 곧바로 임무수행에 들어갔다. 민간인도 문관 110명을 추가로 선발해 정훈대대에 편성했다. 이렇게 창설된 정훈 1·2대대는 임무 특성상 타 병과 부대와 편제를 달리했다. 대원은 고교 이상 학력 애국청년들로 구성됐다. 현역 여자의용군도 다수 포함됐다.

정훈대대의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장병들의 사기 앙양과 함께 전쟁의 의미를 깨우쳐 주며 무형전력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국민에겐 정확한 시국 인식과 멸공정신 및 총력전 태세 확립에 크게 공헌했다. 종군음악단 100명을 편성해 장병 위문을 실시하고 종군작가단을 구성해 전쟁문학을 이끌기도 했다. 이에 각 지방 기관장과 유지들로부터 많은 감사장을 받았고, 1952년에는 사회부 장관 및 재무부 장관이 백전투사령부의 공비토벌작전 지원에 대한 감사장을 정훈대대에 수여했다.

정훈장교들의 문맹자들에 대한 교육 성과도 눈부셨다. 육군정훈감실은 ‘한글교본’ 1만1000부를 발간해 한글을 가르쳤다. 교육 시간은 1인당 평균 56시간이었고, 1951년 9월 기준으로 약 3만 명의 교육이 이뤄졌다는 기록도 있다. 군가 보급에도 많은 기여를 했다. 이 외에 ‘전사편찬위원회’를 구성해 6·25전쟁사 편찬에 들어가 ‘한국전란지’ 1권을 제작하는 등 다양한 전시 정훈업무는 전투병과 장교들이 할 수 없는 분야에 대한 심층적 활동으로 군 에너지 재충전의 역할을 수행했다.

[ 사진설명 ] 정훈대대 여군들이 적의 귀순과 전황을 알리는 방송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출처=정훈50년사

▲ 공보활동도 최선… ‘평양 입성’ 특종 기여

정상적 언론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전쟁 중이었지만 정훈장교들의 언론 역할도 눈부셨다. 외부 소식을 알기 힘든 최전방의 군 장병들에게 ‘진중신문’을 만들어 전황을 전하며 사기를 북돋았다. ‘진중신문’은 재료도 소재도 부족했던 만큼 오롯이 정훈장교들의 노력으로 제작됐다. 라디오를 통해 들은 소식을 등사기를 빌려 수작업으로 만들었다.

지휘부에 복무했던 정훈장교들은 적극적 공보활동으로 장병 및 국민의 사기를 북돋았다. 국방부 정훈국 통제 아래 정훈장교들은 종군기자들의 전선 취재를 지원하며 전황이 국민에게 전달되는 데 기여했다. 1950년 10월 19일 육군1사단의 평양 탈환에 대한 경향신문 이혜복 기자의 세계적 특종보도의 이면에도 정훈장교의 노력이 있었다. 당시 1사단 노영서(대위) 정훈부장은 백선엽 장군의 지시로 소련제 지프를 징발, 밤새도록 서울로 달려 경향신문 이혜복 기자 등을 데리고 와 평양 입성을 함께했다. 이혜복 기자는 10월 20일 자 석간 톱으로 평양 탈환 기사를 특종보도했고, 이 기사는 국군에 커다란 사기를 올려주고 국민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

이에 앞선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이 AP통신을 통해 정일권 참모총장의 이름으로 전 세계에 보도되는 과정에도 정훈장교의 역할이 숨어 있었다. 당시 인천상륙작전은 기자들 세계에선 공공연한 비밀이었고, 맥아더 유엔군사령관은 현장보도를 위해 작전에 UN 종군기자를 대동했다. 하지만, 부산에 있던 AP통신의 신화봉 기자는 당일 오전 8시 작전 성공을 확인한 후 정 총장의 이름으로 보도하기 위해 국방부 보도과 김근배 대위를 찾아가 한국군의 이름으로 발표돼야 하는 당위성을 설명하며 설득했다. 결국, 정 총장의 결심으로 인천상륙작전 성공은 맥아더 사령부 공식발표보다 수 시간 빨리 정일권 총장의 이름으로 전 세계에 보도됐다.

※참고 자료=육군정훈50년사, ‘종군기자 사회부장’ 빛나는 이름 이혜복(대한언론인회), 6·25전쟁기 공보활동 고찰(국방정신전력원 유미애 중령), 6·25를 알면 통일이 보인다 ‘전쟁과 역사’(배영복 저)

< 출처 : 국방일보 이영선, 2014. 11. 14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4-11-14 13:4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