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침탈하고 1931년 만주까지 집어삼킨 일제는 동아시아를 넘어 태평양까지 거머쥘 야심으로 중국 본토를 완전 점령할 계획을 세운다. 이런 야욕을 이루기 위해 일본 군부는 적은 물자와 병력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특수 무기를 찾는 데 골몰했고 그 결과 세균 무기 개발에 나서기로 한다.

일본 육군성이 세균전 계획의 적임자로 낙점한 사람은 바로 이시이 시로(石井四郞). 그는 군 장학금을 받고 유럽의 생물학 연구소에서 공부한 생물학 박사로 뇌막염 관련 연구로 유명해졌으며 당시 일본 육군의과대학의 세균학 연구소장을 맡고 있었다.

육군성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이시이는 1932년 8월 말 ‘관동군의 전염병 및 수질 정화국’이라는 것을 세우는데 사실상 이때부터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잔인한 생체 실험이 계획됐다. 대규모의 세균전을 수행하기 위해 1941년 관동군사령부의 명에 따라 부대는 만주 659로 개칭됐고 부대본부를 731부대라 부르게 된다.

731부대는 본격적으로 무자비한 인체 실험을 단행한다. 그들이 마루타라고 부른 실험 대상에는 중국인은 물론이고 조선인도 포함됐 있었다. 사람의 근육에 주사기로 세균을 주입한 뒤 병변 부위의 반응을 관찰하는가 하면 아예 피부를 벗겨 낸 뒤 근육 속에 세균을 묻기도 했다. 또 각종 세균을 음식에 섞어 피실험자들이 먹도록 했는데 이후 사람들이 이를 알아채자 아예 손발을 묶은 뒤 강제로 투약했다.

그들의 잔인함은 이미 도를 넘어섰다. 세균 실험의 효과를 측정한다는 명목 아래 실험 대상자들은 실험을 거친 뒤 대부분 산 채로 생체 해부를 받았다. 그들은 산모나 아이도 가리지 않았다. 추운 지방에서 소련과의 한판 전쟁을 벼르고 있던 일본은 동상 실험에도 매진했다.

731부대는 영하의 추운 겨울에 실험 대상자들을 맨몸으로 내몰았고 냉동실에 강제로 집어넣기까지 했다. 꽁꽁 얼어붙은 몸을 해동시킨다며 냉수나 온수, 심지어 펄펄 끓는 물을 붓기도 했다. 이루 헤아릴 수도 없는 많은 사람이 일본인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고통과 절규 속에서 이렇게 죽어 가야만 했다.

731부대는 잔인한 인체 실험을 통해 37도의 온수에 몸을 담글 때 동상 치료에 가장 좋다는 결과를 내놓는다.

1945년 일본이 패망으로 치닫자 이시이는 증거 인멸을 위해 부대 관련 시설을 폭파하고 서류를 소각했으며 감금 중인 사람들마저 살해했다. 그리고 그는 극비 자료만을 몸에 지닌 채 유유히 일본으로 돌아갔다. 그동안 무고한 인간의 목숨을 담보로 얻은 노하우를 미국에 고스란히 제공하는 대가로 그는 교묘히 전범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이후 버젓이 도쿄(東京) 대학 학장까지 역임했다.

중국은 731부대가 만주 지역에서 자행한 생체 실험 현장을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해 줄 것을 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유네스코)에 신청할 예정이라고 지난 19일 중궈(中國)일보가 보도했다.

최근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일본 외상은 “유대인을 말살한 나치의 범죄 행위와 일본이 전쟁 때 한 행동은 다르므로 단순 비교는 적절치 않다”는 궤변을 늘어놓은 바 있다.

1세기도 되지 않은 반인륜적 범죄 행위조차 반성할 줄 모르고 이제는 역사를 통째로 뒤바꾸려 하는 일본을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

〈 국방부 근무지원단 의무실 〉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5. 4. 28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