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병원에서의 전상자 치료도 눈에 띄게 발전을 거듭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병원 도착 전의 전상자 처치에 있어서는 제2차 세계대전과 비교해 크게 나아진 것이 없다.

심한 부상을 입은 전상자의 처치에서 중요한 단계는 가능한 한 빨리 더 이상의 출혈을 막는 것이다. 왜냐하면 출혈이 심각한 환자는 산소를 운반하는 혈액이 혈관 밖으로 빠져 나갈 때마다 생사의 갈림길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지혈의 첫 처치로 출혈 부위를 직접 눌러 압박한다. 이때 가급적 출혈 부위는 심장보다 높게 하고 심장에 가까운 쪽 동맥을 손가락으로 누르는 것이 좋다. 이러한 방법은 출혈 지점의 압력을 낮춰 피가 덜 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문제는 총알이 날아드는 긴박한 전장에서 출혈하는 많은 전상자 곁에 머물러 오랫동안 지혈을 돕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하는 점이다. 당장 더 이상의 아군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다른 병력들은 전투에 임해야 한다.

그래서 보다 빠르고 확실한 지혈법에 대한 연구가 군에서 진행돼 왔다. 그중 바이오헤머스태트(Biohemostat)는 모래주머니를 올려 놓아 출혈 부위를 직접 압박하는 방법에서 착안했다. 이 제품은 주머니 안에 수분을 흡수하는 폴리머가 들어 있어 출혈 부위에 올려 놓으면 폴리머가 혈액을 140배나 흡수해 급속히 팽창하면서 출혈 지점을 압박한다.

그러면서도 주위 혈관이나 신경에는 손상을 주지 않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데 최근에는 섬유소나 키토산까지 첨가해 지혈 효과를 더욱 높이고 있다. 하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미국에서도 실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거에는 지혈대의 사용이 매우 조심스러웠다. 초창기 부주의한 지혈대의 사용으로 인해 더 나쁜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초기의 군인들은 지혈대로 출혈 부위를 조이고 푸는 것을 너무 자주 반복했다.

일부에서는 아예 주기적으로 지혈대를 느슨하게 하라는 지침까지 내렸는데 오히려 심한 출혈로 이어지자 전쟁 후기에는 일단 지혈대를 사용하면 피가 곧바로 멎거나 실혈이 보충될 때까지 가급적 풀지 말라고 했다. 이후 지혈대를 하면 두 시간까지는 신경이나 근육에 손상을 주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지만 대부분의 연구를 통해 안전한 지혈대 사용 시간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2003년 5월 ‘외상 - 손상 감염과 집중 치료 저널’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군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출혈 환자에게 지혈대를 사용하면 심한 출혈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연구는 이스라엘 군인 550명을 대상으로 4년간 조사한 것으로 이 가운데 16%인 91명에게 지혈대를 사용했으며 이 중 78%에서 출혈을 막는 데 효과가 있었다.

지난해 7월 미 육군 외과학 연구소는 전투에서 전상자 스스로 한 손으로 빠르고 쉽게 지혈할 수 있는 신제품 C-A-T(The Combat Application Tourniquet·전투용 지혈대)의 사용을 권장했다. 이 지혈대에는 특이하게도 지혈에 사용되는 막대기와 함께 아이들 신발에 끈 대신 자주 쓰이는 벨크로가 달려 있다. 사용시에는 사진과 같이 출혈 부위에 지혈대를 두르고(1), 출혈이 멎을 때까지 막대를 돌린 뒤(2), 벨크로로 고정하면 된다(3).

과거에는 출혈 부위를 인두로 지지거나 끓는 기름을 붓고 고약을 바르던 때도 있었지만 오늘날 보다 빠르고 안전한 지혈법의 개발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국방부 근무지원단 의무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5. 5. 26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