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표의 기능은 원래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 시대의 사회상을 고스란히 반영해 ‘시대의 거울’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우표를 모으고 정리하는 것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우표가 처음으로 발행된 것은 1884년 11월이다. 같은 해 4월 고종 황제의 칙령으로 최초의 우체국으로 설립된 우정총국이 두 종류의 우표를 선보였다. 당시의 화폐 단위가 ‘문’(文)이어서 ‘문위 우표’(文位郵票)라고 불렀다. 우표는 태극 문양으로 도안됐으나 국내에서 인쇄할 수 없어 일본 대장성 인쇄국에 의뢰해 발행했다. 최초로 인쇄를 의뢰한 우표는 모두 5종이었으나 갑신정변이 일어나 나머지 3종은 끝내 사용되지 못했다.

현대적 의미의 우표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멀리 신라 소지왕 9년(487년) 군사적·통치적 목적으로 각 지방에 우역(郵驛)을 설치한 것을 우편 제도의 시초로 보는 견해도 있다. 세계 최초의 우표는 1840년 영국에서 발행됐으며 세계 모든 나라 정부가 발행하고 있다.

문위 우표 이후 한국조폐공사가 지난해까지 발행한 우표 가운데 국난 극복 또는 군과 관련된 우표는 분류 기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략 186종으로 파악되고 있다. 인물로는 이순신 장군·이준 열사가 각 4종이며 김구·이승만·유관순·안창호·윤봉길·이봉창 열사 등이 있다. 또 6·25전쟁과 관련된 것이 무려 55종이나 되며 한·미동맹과 유엔에 관련된 것도 18종에 이른다. 특히 국군의 날 기념식에 관한 것이 13종, 해군·공군 창설과 관련된 것이 각각 1종이 있다. 또 여군과 간호 장교, 재향군인·예비군과 관련된 것도 적지 않다. 간혹 증정 시트와 기념 엽서로도 발행되는데 여기에도 군과 관련된 것이 많이 포함돼 있다.

앞으로 ‘우표로 엮는 군…군인…군대’ 시리즈에서는 우리나라 우표에 소개됐던 국난 극복사나 군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풀어 나갈 것이다. 아울러 우표를 둘러싼 흥미 있는 사연도 소개, 독자들이 우표의 세계에 관심을 갖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미국의 제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우표에서 얻은 지식이 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더 많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우표 수집은 이처럼 많은 지식을 가져다 줄 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 그리고 우표 속에 표현된 예술적 가치를 접할 수 있게 한다. 수집한 우표를 분류·정리하는 과정에서 정서적인 안정과 마음의 풍요로움을 얻는 것은 부수적인 효과이기도 하다.

〈 이영수 조각가 〉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5. 6. 30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