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초 산업 혁명을 계기로 한 화학·금속공학과 기계공학의 발전은 군함에도 큰 파급 효과를 가져왔다. 1765년 제임스 와트가 실용적인 증기 기관을 만들고 1814년 로버트 풀턴이 이를 이용해 최초의 증기 추진 군함 데모로고스를 만든 것이다.

또 다른 전환점은 1822년 프랑스의 앙리 조제프 페그장 대령(당시 소령)이 만든 작렬탄이었다. 작렬탄은 금속 외피의 내부에 강력한 폭발물을 충전한 포탄으로 이것이 배에 명중하면 목선은 폭발해 산산이 부서지거나 화재를 일으킨다.

1853년 시노프 해전에서 작렬탄을 사용한 러시아 함대가 터키 함대를 무찌르면서 그 능력을 입증하자 각국은 이 신형 포탄을 막기 위해 배에 철갑을 두르는 것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증기 기관으로 추진되는 철갑선이란 개념에는 각국의 해군이 모두 난색을 표했다. 증기선을 추진시키는 거대한 외륜은 효율적이지 못했고 방어 면에서도 취약했다.

결국 1859년 프랑스가 르 글루와르를, 1860년 영국이 워리어를 진수시켰지만 이들은 기존의 범선에 철갑을 씌운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존 에릭슨은 전혀 새로운 함선을 구상했고 그 새로운 함선의 구상은 남북전쟁 당시 남군이 건조 중이던 버지니아에 대항할 수단을 찾던 북군에 채용됐다.

버지니아는 북군이 자침시킨 전통적인 증기 프리깃인 메리맥호를 노퍽 해군 기지로 인양한 다음 상부 갑판을 철제 구조물로 덮은 철갑선이다.

모니터(사진)는 에릭슨이 개발한 나선형 프로펠러로 추진되는 증기선으로 선체에 12㎝ 두께의 강철판을 씌우고 갑판에는 2.5㎝ 두께의 강철판을 덮었으며 적의 포탄을 맞지 않도록 수면 위로 드러나는 부분을 최소화해 중량을 줄였다.

또 항구 안에 있는 경우처럼 배를 재빨리 조종할 수 없을 때 대포를 조준해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회전식 포탑이 개발됐다. 20㎝ 두께의 강철판으로 덮인 포탑은 증기의 힘으로 회전하며 11인치 포 2문이 설치돼 있었다. 이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사람들은 모니터에 ‘뗏목 위의 치즈통’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1862년 3월9일, 전날 북군의 프리깃 콩그레스·컴버랜드를 잇따라 침몰시키며 이름을 높인 남군의 철갑선 버지니아 앞에 철로 덮인 낮은 건현 위로 둥근 포탑이 달려 있는 기묘한 모양의 철갑선이 다가왔다. 두 철갑선은 여러 시간 동안 포격을 주고받았다. 때로는 수m 거리까지 접근하기도 했지만 서로에게 더 이상의 피해를 입힐 수는 없었다. 전투가 끝나고 전함들이 물러섰을 때 사람들은 전투가 무승부로 끝났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경험 많은 해군들은 이 기묘한 철갑선, 모니터의 승리라고 판단했다.

만일 모니터에 포탄이 충분했다면 틀림없이 버지니아를 침몰시켰을 것이다. 현측에 포를 장착한 버지니아는 포를 쏘기 위해 배 자체를 움직여야 했지만 모니터의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누가 봐도 회전식 포탑의 우수성은 분명했다. 에릭슨의 독특한 장갑 전투함, 모니터는 이후 북군에서만 64척이 건조됐고 전 세계 모든 전함의 시초가 됐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5. 7. 18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