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토왜도(倡義討倭圖·사진)는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 정문부(鄭文孚·1565~1624) 장군이 함경북도 일대에서 왜장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 휘하의 왜군을 격파한 전투를 담은 기록화다.

임진왜란 당시 대부분의 백성들은 일본에 적극적으로 저항했지만 안타깝게도 일부 민족 반역자들이 왜군에 협조하는 사례도 없지 않았다. 특히 함경도 지역에서는 사태가 심각해 왜군에 협조하는 집단 반란이 일어났다.

회령부의 아전이었던 국경인(鞠景仁·?~1592)은 1592년 가토가 지휘하는 왜군이 함경도에 진입하자 그 위기를 타고 반란을 일으켰다. 여기에 경성(鏡城) 지역의 아전이자 국경인의 숙부인 국세필(鞠世弼) 등이 가담하면서 대규모 반란으로 발전, 왜군의 함경도 침략에 적극 협조했다. 반란 세력들은 심지어 함경도 지역으로 피신해 있던 임해군(臨海君)·순화군(順和君) 등 조선 왕자들과 조정 중신들을 잡아 1592년 7월 왜군에게 넘겨 주기까지 했다.

이러한 민족적 수치를 보고 분연히 떨쳐 일어선 인물이 바로 정문부를 비롯한 함경도 지역의 의병들이었다. 정문부가 지휘하는 의병은 먼저 1592년 9월 종성(鐘城) 을 수복, 반란자 국세필을 처형하고 다시 함북 명천(明川)을 수복했다.

가토는 휘하 왜군 중 일부 병력을 같은 해 11월 함북 길주(吉州)로 보내 세력이 커진 함경도 의병들을 견제하려 했다. 이때부터 다음 해 1월까지 정문부가 지휘하는 의병들은 길주 일대를 포위, 왜군과 지속적인 전투를 벌였다. 이 같은 의병들의 활약은 명군 참전 이후 가토가 지휘하는 왜군들이 함경도에서 철수토록 하는 압력으로 작용했다.

창의토왜도는 이러한 정문부 휘하의 함경도 의병들의 활약상을 담고 있는 31cm×41.2cm 크기의 그림으로 현재 고려대 박물관이 소장 중이다.

이 그림은 하나의 독립된 작품이 아니라 여러 점의 그림을 묶은 북관유적도첩(北關遺蹟圖帖)의 일부다. 그림이 그려진 시기는 불확실하나 17세기 후반에서 18세기 초반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림에서 묘사하고 있는 장면은 정문부가 1592년 9월 종성을 수복하는 상황이다. 그림 속 대장기가 꽂힌 성루에는 정문부 장군이 앉아 있으며 성문 밖에서는 말 타고 왜군을 추격하며 화살을 쏘는 의병들과 패퇴하는 왜군들의 모습이 생생히 묘사돼 있다.

창의토왜도는 일본이 약탈한 우리 문화재로 언론의 높은 관심을 끌고 있는 북관대첩비(北關大捷碑)와 맞물려 올해 들어 새삼스럽게 주목받고 있다.

북관대첩비는 다름 아닌 정문부를 비롯한 함경도 의병의 활약상을 담은 기념비다. 북관대첩비가 정문부의 활약상을 글로 기념한 것이라면 창의토왜도는 그림으로 그 활약상을 기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5월18일에는 한 중앙 일간지가 창의토왜도의 존재가 처음으로 확인됐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한 일도 있었다. 하지만 창의토왜도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고려대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던 유물이고 2001년 도록을 통해서도 사진이 공개된 적이 있다. 새삼스럽게 처음 확인됐다는 오보가 나올 정도로 창의토왜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5. 7. 26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