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4년 9월5일, 독일의 오토 헤르싱 소령은 자신의 잠수함 U-21을 타고 에든버러 근해에서 영국 해군의 움직임을 쫓고 있었다. 오후 3시, 헤르싱 소령은 영국 순양함을 발견했다는 부장의 보고를 받고 잠수를 명령했다.

이 순양함은 영국 해군의 경순양함 HMS 패스파인더였다. 수심 50m에 이르자 헤르싱 소령은 순양함을 향해 어뢰를 발사할 것을 명령했다.

영국 순양함을 향해 달려간 어뢰는 단 한 방으로 순양함을 침몰시켰다. 이날 영국 함대는 해상 상태 불량으로 이것이 잠수함에 의한 어뢰의 공격이라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HMS 패스파인더와 259명의 인원을 잃었다. 움직이는 목표에 대한 잠수함의 첫 번째 전과이자 세계 해전사의 양상을 바꾸는 신호탄이었다.

HMS 패스파인더가 침몰한 일주일 뒤인 9월13일 영국의 E-9가 독일 경순양함을 침몰시키며 응수했지만 9월22일 오토 베디겐 대위가 지휘하는 U-9가 해군 사상 최초로 1시간 만에 3척의 영국 순양함 아보키르·호그·크레시를 연달아 격침했다.

당시 영국 해군사령관이던 피셔 제독은 “넬슨 제독이 그의 전 생애 동안 수행한 전투에서 희생시킨 병사보다 더 많은 병사를 잃어버렸다”고 분개할 정도로 그것은 엄청난 사건이었다. 영국 본토 함대는 스카퍼 플로에서 300마일 떨어진 북아일랜드의 로취유로 함대를 철수하는 수모를 감수해야 했다.

이후 무제한 잠수함전을 벌인 독일의 잠수함 부대는 1915년부터 1918년 사이 2500여 차례의 전투를 통해 무려 1218만5832톤의 선박을 격침했고 이는 영국 선박의 90%에 달했다. 잠수함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제1차 세계대전에서의 해상 전투는 거의 일방적일만큼 상대는 속수무책이었다.

이러한 잠수함의 등장은 그러나 우연한 것이 아니었다. 물속을 항해하는 것은 하늘을 나는 것만큼이나 인간의 오랜 꿈이었고, 오랜 시간 개발 과정을 통해 어느 날 전장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나 프랜시스 베이컨 등이 잠수함의 원리를 고안했고 잠수함으로 부르기에는 문제가 많았지만 윌리엄 본·코르넬리우스 반 드레벨·로버트 풀턴·데이비드 부시넬 등이 잠수해 항행할 수 있는 배를 만들었다.

여러 사람의 다양한 시행착오 끝에 1897년 프랑스의 설계사 막심 로베프가 설계한 나르발(Narval)이 완성됐는데 이것은 수상에서는 증기 기관, 수중에서는 배터리를 사용하며 항속거리도 100마일에 달하는 말 그대로 최초의 진정한 잠수함이었다.

1911년에는 미국, 1912년에는 영국, 1913년에는 독일이 본격적인 디젤·베터리 잠수함을 건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기술적인 것이 아니라 해상 전투에서 잠수함이 활용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렇게 잠수함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채 기대와 의문 속의 신무기였지만 실제 이를 전장에 본격 투입한 것은 독일이었다. 그리고 독일의 판단은 적중했다. 신무기인 잠수함은 짧은 시간 내에 해상의 강자로 주목받게 된 것이다.

〈 우보형 전사연구가 〉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5. 8. 8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