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해상에서 발생한 공군 F-4E·F-5F 전투기의 잇따른 추락 사고는 조종사의 ‘비행 착각’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조종사가 비행 중 여러 가지 이유로 항공기의 자세를 착각하는 현상이 바로 비행 착각(Vertigo)이다. 비행 착각을 발생시키는 원인은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항공기의 빠르고 복잡한 3차원 기동 때문에 인체 평형 기관의 정상적 감각이 왜곡되는 것이 비행 착각의 주된 원인이다. 비행 착각은 때로는 노련한 조종사들도 위기 상황에 빠져 들게 하는 무서운 현상이다.

대표적인 비행 착각 현상으로 바다 위를 비행할 때 항공기의 자세를 착각, 바다를 하늘로 생각하고 거꾸로 날아가는 현상을 들 수 있다. 바다 위를 비행하는 해상 비행은 육상 비행과 달리 항공기의 위치를 참고할 수 있는 지형·지물 등의 참조점이 없기 때문에 비행 착각 현상이 발생하기 쉽다.

야간 해상 비행의 경우에도 밤하늘의 별빛과 선박의 불빛을 착각하는 비행 착각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사막에서 모래 폭풍이 발생했을 때도 하늘과 지상을 구별 못하는 비행 착각 현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정상적인 주간 육상 비행에서도 비행 착각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같은 고도에서 회전할 때 속도를 높이면 비행기가 상승하는 것처럼, 속도를 낮추면 비행기가 하강하는 것처럼 느끼는 착각이 그 사례다.

여객기나 수송기는 비행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고 계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비행 착각 현상을 쉽게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전투기는 비행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비행 착각에서 빠져 나오기 전에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비행 착각은 사람 감각의 한계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감각적인 느낌과 계기가 보여 주는 항공기의 상황이 다를 때는 계기를 믿는 것 외에는 마땅한 대책이 없다고 할 수 있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5. 8. 8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