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해 대통령이 장관들과 모여 소총 사격을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포상으로 군복·소총을 지급하거나 반대로 벌주를 내리는 행사를 개최하면 시민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도 흥미로운 이벤트로 언론의 주목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실제 조선 시대에는 이와 비슷한 개념의 행사가 있었다. 궁중연사(宮中燕射)나 대사례(大射禮)가 그것이다.

궁중연사는 궁궐 안에서 국왕과 신하가 함께 활을 쏘는 행사다. 대사례는 국왕이 성균관에서 석전례를 지낸 뒤 신하들과 함께 활을 쏘는 의식이다. 궁중연사나 대사례에서 신하들은 활을 쏜 후 성적이 좋으면 상으로 옷이나 화살을 하사받았으며 반대로 제대로 표적을 못 맞힌 사람은 벌주를 마셔야 했다.

굳이 궁궐이나 성균관에서 활쏘기 행사를 개최한 이유는 유교에서 활쏘기를 매우 중시했기 때문이다. 조선 시대에 활쏘기는 선비들이 익혀야 할 여섯 가지 기예인 육예(六藝)의 하나로 간주됐다. 활쏘기는 단순한 전투 기술로 그치지 않고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고 덕을 함양할 수 있는 수단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공자는 “어진 것은 활쏘기와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유교 경전인 ‘예기’를 보면 “자주 행하여 덕행을 베푸는 수단으로 활쏘기만한 것이 없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그렇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 활쏘기를 국가 의식 차원에서 체계화해 거행한 것이 바로 궁중연사와 대사례다. 굳이 유교적 의미를 부여하지 않더라도 궁중연사와 대사례는 문무겸전과 국방의 중요성을 부각시킨 행사라는 점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

조선 시대 군사 문화 중에는 현재의 시각에서 다시 한번 음미해 볼 만한 것들도 있는 것이다.

대사례는 임진왜란 이후 오랫동안 시행되지 못했으나 18세기 들어 부활시킨 주인공이 바로 영조였다. 영조는 국가 체제를 새로 정비하는 데 많은 관심을 기울였으며 그 일환으로 대사례를 거행했다.

고려대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대사례도(大射禮圖)는 1743년(영조19년) 윤 4월7일에 거행된 대사례 행사를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희귀한 자료다.

대사례도는 국왕 영조가 활 쏘는 장면을 담은 어사도(御射圖·사진), 신하들과 종친이 활 쏘는 그림인 시사도(侍射圖), 상벌 장면을 담은 상벌도 등 47㎝×60.4㎝ 크기의 그림 세 편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신하들의 활쏘기 성적과 대사례 행사 경과를 기록한 글이 첨부돼 있다.

어사도를 보면 활 쏘는 사대에 흰색 차일과 장막이 설치돼 있고 신하들과 호위 병력, 의장 병력, 음악을 연주하는 악공들이 도열하고 있다. 그림 아래에는 붉은색 바탕에 곰의 머리가 그려진 표적인 ‘웅후’가 놓여 있다.

어사도에는 실제 영조가 활 쏘는 장면은 빠져 있다. 영정이 아닌 일반적인 행사 기록화에서는 국왕의 모습을 그리지 않는 것이 조선 시대의 관행이기 때문이다. 시사도에는 실제 신하들이 활 쏘는 모습이 묘사돼 있고 표적도 곰이 아닌 사슴을 그려 놓은 ‘미후’가 걸려 있는 것이 차이점이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5. 8. 9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