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폭탄이 돼 육탄 돌격한다는 것은 그 누구도 쉽사리 결정할 수 없는 일이다. 오직 위기에 처한 조국을 지켜 내기 위해 자신을 기꺼이 버리겠다는 거룩한 희생이 전제될 때만이 가능한 일이다.

육탄10용사는 서부덕 이등상사의 “돌격 앞으로” 구호와 함께 전원이 동시에 인간 폭탄이 돼 장렬히 산화, 살신성인의 귀감이 됐다.

이들이 자신의 몸을 희생하면서 적진의 토치카를 부수고 지키려 한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1949년 4월25일. 북한군은 292고지(38선 남방 100m)에서 진지를 구축 중이던 아군에게 갑자기 불법 공격, 292고지를 점령했다. 이에 한국군 제11연대는 총공격했으나 지형적인 불리로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이런 난점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북한군의 핵심 요새인 토치카를 파괴해야만 했다.

서부덕 이등상사, 김종해·윤승원·박평서 일등병 등은 49년 5월4일 불법 점령당한 개성 송악산 고지(292고지)를 탈환하기 위해 수류탄 두 발과 육탄 공격용 81mm포탄 한 발씩을 분배받았다. 그리고 포탄을 안은 채 쏟아지는 적의 포탄을 뚫고 뛰어들어 진지를 분쇄하고 산화했다. 이들을 일명 육탄10용사라고 일컫는다.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 폭탄이 된다는 것은 참으로 기막힐 노릇이다. 그러나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기 위해 이들은 기꺼이 그 길을 선택했고,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전쟁 영웅으로 칭하며 숭고한 정신을 영원히 기리고 있다. 육탄10용사의 희생정신이 우리에게 남겨 준 교훈은 무엇일까. 육탄10용사 현충비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새겨져 있다.

‘민족정기에 불타는 정열로 몸에 포탄을 지닌 채 적의 지하 참호 속에 뛰어들어 육탄 혈전, 적진을 분쇄하고 옥으로 부서지니 멸공전사상 이룬 공과 그 용맹 널리 세계에 퍼지다’.

육탄10용사가 자신들의 몸을 던져 얻은 것은 단순히 적의 토치카 파괴가 아니었다. 그들은 위기에 처한 조국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군인으로서의 사명감을 모두의 가슴에 남겼다.우리는 TV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다양한 죽음을 볼 수 있다.

연인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죽는 경우도 있고 위기에 처한 사람을 구하다가 죽는 의인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죽음보다 더욱 값진 것은 군인이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이다. 연인이나 가족도 소중하지만 국가가 없으면 그 존재 가치조차 없기에 이들의 죽음은 가치를 따지기 어렵다.

무엇보다 특정 개인의 용맹성이 아닌, 10명의 용사가 한 팀이 돼 살신성인을 실천한 점은 아주 드문 일이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말처럼 전쟁 영웅은 개인의 투철한 신념에 의한 특출한 행동의 결과지만 육탄10용사는 부사관부터 일등병까지 다양한 계급이 하나가 돼 이룬 결과다. 특히 뻔히 죽음이 예견되는 작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원이 자원했다는 점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숭고하다.

〈중령 이준희 공군교육사령부·정치학 박사〉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5. 8. 25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