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남북 전쟁은 공업 위주의 북부와 노예를 이용해 농사를 짓는 남부가 4년간 벌인 내전이다.
남북 간 노예 제도와 경제 계획에 대한 견해차로 증오가 쌓여 가던 중 노예 제도를 반대하는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당선(1860년)되자 남부 11개 주는 미합중국에서 탈퇴, 제퍼슨 데이비스를 ‘아메리카 연방’ 대통령으로 임명했다. 그리고 남군의 아메리카 연방 군대가 미합중국의 수비대를 공격함으로써 남북 전쟁이 발발했다.
전쟁이 발발했을 당시 양쪽 군사력은 극히 미미했기에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후에야 군대다운 모습을 갖춰 나갔다. 남북 양 정부는 처음에는 지원병들로 군대를 편성했으나 나중에는 많은 병력 소요 때문에 징병 제도를 채택했다.
매크렐런이 지휘하는 북군은 남부연합의 수도 리치먼드를 공략하기 위해 15만 명의 병력을 투입했으나 실패했다. 남군은 리 장군의 뛰어난 판단력과 면밀한 작전으로 북군을 ‘7일 전투’ 끝에 반도에서 격퇴했다.
남북 전쟁 중 최대의 격전으로 불리는 게티즈버그 전투에서 남북 양군이 대치한 전선이 5㎞까지 벌어져 맹렬한 전투가 몇 차례 되풀이되면서 남북군 공히 2만여 명의 전사자를 낼 만큼 막대한 인명 손실을 입었다. 그러나 공업이 발달한 북부에 비해 노예를 활용한 농업 위주의 남부가 인적·물적 자원이 훨씬 뒤져 있었다.
한때 동부 전선에서 남군이 우세했으나 1864년 5월 북군은 새 총사령관 그랜트 장군의 지휘 아래 대공세를 개시, 전세의 반전을 꾀했다.
서부 전선에서는 북군의 셔먼 장군이 포위 작전과 우회 작전을 전개, 남군을 몰아내고 애틀랜타를 점령했다. 전사자와 도망병 때문에 퇴로마저 차단되자 남군의 리 장군은 더 이상의 저항이 부질없음을 깨닫게 됐다. 항복하기로 결심한 리 장군은 그랜트 장군에게 편지를 보내 회견을 요청, 남군이 항복함으로써 전쟁은 끝맺게 됐다.
남북 전쟁에 대한 평가에서 남군에는 리 장군이 있어 초기에 승리했고 북군에는 그랜트 장군이 있어 최종 승리가 가능했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이 위대한 두 장군 외에 북군에는 시클스 장군과 셔먼 장군이 있었다.
게티즈버그 전투에서 북군의 3군단장이었던 시클스 장군의 용전분투는 전황을 크게 뒤바꿔 북군에 결정적 승리를 안겨 줬다. 당시 그는 말 위에 올라 군도를 휘두르며 부하들에게 “진지 사수”를 외쳤다. 바로 그때 인근에서 날아온 파편에 맞아 시클스 장군은 말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심지어 남군의 총공세 속에서 장군이 전사했다는 유언비어마저 나돌았다.
그러나 시클스 장군은 중상으로 피를 많이 흘렸음에도 불구하고 들것에 실린 채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다”고 외치며 병사들을 독려했다. 이런 장군의 비장하고 헌신적인 자세는 북군에 진한 감동을 주면서 자신감을 높여 결국에는 북군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북군을 승리로 이끈 그랜트 총사령관의 수석부관 출신인 셔먼 장군은 그랜트 장군이 남군과 정면으로 대치할 동안 총공격을 감행, 남군을 혼란에 빠뜨림으로써 북군이 승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셔먼 장군은 진정한 승리를 위해서는 남부 군대를 격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부 군인들의 전쟁 의지를 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확실한 승리를 위해서는 남부의 부(富)와 생활에 막대한 타격을 가해 전쟁 의지를 꺾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심리전을 수행하기 위해 셔먼은 남부를 직접 쳐들어가기보다 서부 깊숙이 침투, 425마일이나 되는 적의 영토를 통과해 남부의 심장부로 진격했다. 이러한 셔먼의 우회 공격으로 남군은 물리적·정신적 양면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 이로 인해 남부 군인들은 전의를 상실했고, 결국 이것이 남군의 패배를 더욱더 부채질하게 됐다.
이들 두 장군은 전장에서 진정한 용기란 무엇인가를 교훈으로 남겼다. 전투는 항상 위험이 따르게 마련이고 언제 어디서 적탄이 날아와 생명을 앗아 갈지 모르지만 피를 흘리고 또 어려운 역경을 뚫고 나갈 때만 승리의 열매도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가 그것이다.
군인으로서 살신성인의 각오 없이 승리란 없다는 뜻이다.
< 중령 이준희 공군교육사령부·정치학 박사 >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5. 10. 13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