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는 촉나라 유비, 위나라 조조, 오나라 손권으로 3등분된 중국 천하를 위나라가 통일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역사적인 사실의 기술에 있어 우리가 흔히 ‘삼국지’라고 일컫는 ‘삼국지연의’는 촉나라 역사관에 의해 기술돼 유비·제갈공명을 비롯해 관우·장비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으나 실제로는 조조의 위나라가 삼국 통일의 대업을 달성하게 된다.

조조의 위나라가 훗날 삼국을 통일하기까지는 죽음을 불사하고 조조를 호위한 경호대장 전위(典韋)의 살신성인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전위는 천민 출신으로 조조 휘하에 들어간 후 용맹과 충직으로 조조의 신뢰를 얻었고 마침내 옛날 장사 악래의 이름을 따 ‘악래’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그는 기골이 웅대하고 건장했으며 완력이 남들보다 뛰어났다. 또 대장부다운 기상과 지절(志節)이 있었다.

전위는 처음 진류 태수 장막의 부하였으나 진지의 군사들과 싸움하던 중 군사 몇몇을 죽이고 산속으로 도망친다. 이때 전위는 산속에서 호랑이를 쫓던 중 하후돈과 만나게 된다. 하후돈은 전위의 괴력에 매료돼 조조에게 추천한다. 조조는 전위의 괴력과 호방함이 마음에 들어 그를 부하로 받아들여 도위에 임명한다. 전위는 이에 보답하고자 조조가 위험에 처할 때마다 목숨을 구해 준다.

이처럼 전위는 용맹무쌍하면서도 용모와 품행이 단정하고 의협심이 강한 인물로 전해지고 있다. 그는 매사에 신중하고 충직해 엄선된 병사들과 함께 조조의 신변을 호위했다. 그는 밤낮으로 조조 곁에 서서 대기하는 탓에 자신의 침소에 돌아가는 일이 드물었다고 한다.

조조가 황건적을 토벌하던 중 전위는 허저를 만나 싸움을 벌였는데 승패가 나지 않자 조조의 명령에 의해 일부러 져 주고 허저를 유인·생포해 귀순하게 하는 공을 세우기도 했다.

조조가 장수라는 인물을 항복시키고 그의 숙모를 취하자 장수는 격분해 조조군을 야간에 역습했다. 이에 전위는 조조를 도망가게 하기 위해 홀로 싸움을 벌이게 됐는데 갑옷과 창·칼이 없어서 적병 두 명을 양팔에 끼고 수백 명을 죽였다고 한다.

전위의 이와 같은 괴력에 겁먹은 장수의 장병들은 전위에게 수백 개의 화살을 쏴 간신히 사살했다. 이때 전위는 수백 개의 화살을 맞고서도 포효했으며 상처가 심해 두 눈을 부릅뜨고 서서 죽었다.

조조는 자신의 잘못된 행동으로 전위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상심했다. 그래서 그의 시신을 되찾아온 사람에게 사례하고 친히 장례식장에 참석, 그를 위해 곡을 했다고 한다. 조조는 또 사람을 보내 전위의 시신을 고향인 양읍에 안장해 줬다.

이 싸움에서 조조의 장남 조앙과 조카 조안민도 함께 죽었으나 자신을 위해 대신 최후를 맞은 전위의 죽음을 더욱 슬퍼했다고 한다. 후에 조조는 전위의 은공을 기리기 위해 사당을 건립, 그곳을 지날 때마다 전위가 없음을 슬퍼하고 대성통곡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자신의 주군 조조를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는 전위의 그림자 호위와 창·칼 대신 적병 두 명을 양팔에 끼고 수백 명을 죽인 그의 괴력에 대한 이야기 속에서 주군에 대한 전위의 지극하고 맹목적인 충성심을 엿볼 수 있다.

이렇듯 그의 충성심이 빛나는 것은 힘이 있으나 함부로 과시하지 않고 오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그는 괴력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누구에게 과용하는 법이 없었으며 오직 자신의 주군 조조를 호위하는 데만 사용했다. 남에게 불평하는 법도 없었고 오직 자신의 앞에 놓인 직분에만 충직했다. 결국 전위는 충성심과 지조로써 목숨을 걸고 주군인 조조를 지켜 냈다.

국가 수호를 위해 충성을 다해야 하는 우리 군 또한 전위가 자신의 주군 조조를 지키기 위해 창·칼도 없이 맨손으로 수백 명을 상대로 싸우다가 수백 발의 화살을 맞고서도 끝까지 임무를 수행한 것을 본받아야 할 것이다. 살신성인이란 어떠한 상황이든 맡은 바 소임을 다할 때 그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다.

< 중령 이준희 공군교육사령부·정치학 박사 >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5. 10. 20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