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과학 기술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전쟁은 변함없이 인간끼리의 대결이다. 인간인 이상 오해와 실수를 범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이런 실수를 흡수할 수 있는 조직력을 갖추는 것이다.

1866년, 독일 통일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프로이센과 오스트리아는 한판 승부를 벌였다. 프로이센은 뵈멘 지방으로 진군해 슐레지엔 침공을 준비하던 오스트리아 군과 격돌했다.

프로이센 군 주력은 1군, 2군, 엘베야전군의 3개 야전군으로 편성돼 있었다. 전쟁을 총괄하던 참모총장 몰트케는 1군을 쾨니히그레츠 방향으로 전진시키고 국왕과 함께 열차를 타고 전선으로 향했다.

7월2일 열린 작전 회의에서 몰트케는 2군에게 엘베 강을 건너지 말고 대기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 사이 프로이센 1군의 정찰대는 비스트리츠와 쾨니히그레츠 중간에서 베네딕트가 지휘하는 대규모 오스트리아 군의 존재를 확인했다.

1군 사령관 프리드리히 칼 왕자는 전공에 목마른 나머지 독단적으로 공격을 실시키로 하고 2군에도 같이 공격할 것을 요청했다. 공교롭게도 몰트케의 대기 명령과 칼 왕자의 조공 요청이 다음날 새벽 2군 사령부에 동시에 도착해 혼란이 가중됐다.

몰트케는 1군의 전진을 마지못해 승인했으나 적과 접촉 후 고착시키기만 하고 적극적으로 공격하지 말라는 단서를 붙였다. 그는 1군을 정면에서 모루로 삼고, 2군을 오스트리아 군 우측을 강타하는 망치로 삼아 격파할 의도였다. 그러나 왕자는 이런 작전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7월3일 아침 야간 행군으로 지친 1군 병력은 무모한 정면공격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우익이 문제였다. 슈빕 숲에서 파고드는 프로이센 2군 선견대에 맞서 오스트리아 4군단은 독단적으로 섣부른 역습을 펼쳤다. 4군단 부군단장 몰리나리는 오히려 2군단까지 불러와 공격을 반복, 예비대를 헛되이 소모했다.

지휘관들의 실수로 혼란에 빠진 전장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양군의 지휘참모부는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몰트케와 그의 참모 요원들은 현장에 나타나 1군을 질책하고 전열을 추슬러 모루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게 정비했다. 반면에 베네딕트와 오스트리아 군 참모부는 우익 통제에 실패했다. 그리고 오후가 되자 바로 이곳으로 프로이센 2군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베네딕트는 나중에야 우익의 상황을 보고받았지만 이미 전세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양측 모두 거의 치명적인 실수를 연발한 전투였지만 프로이센 군은 위기 속에서도 사태를 냉정히 파악하고 침착성을 잃지 않은 튼튼한 참모 조직 덕에 결정적 순간에 승리를 쟁취할 수 있었다.

전쟁에서 실수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참모 조직이 충실하면 특정 지휘관 개인의 실수로 인한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 프로이센은 바로 그 점에서 오스트리아 군보다 우월했던 것이다. 프로이센은 이 전투의 승리로 독일 통일의 장애물을 제거했다. 쾨니히그레츠 전투는 통일 독일로 가는 길을 연 결정적 전투였다.

< 채승병 전사연구가 >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5. 10. 24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