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다. 낱개의 구슬은 큰 가치가 없지만 구색을 갖춰 꿰어 놓으면 영롱한 빛을 발하는 값진 보배가 된다는 말이다. 영국·독일의 레이다 개발 과정이 그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레이다(RADAR)란 ‘Radio Detecting and Ranging’의 머리글자를 모은 약자로 말하자면 전자파를 이용, 거리와 표적을 탐지하는 장치다. 레이다의 개발이 본격화한 것은 비행 기술의 발달로 폭격기가 출현하면서 조기 경보 체제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24시간 공중 초계 비행을 실시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비효율적이므로 적기들이 본토에 도달하기 전에 미리 탐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의 필요성을 깨달은 1930년대 중반 독일·영국·미국·소련·프랑스·네덜란드·일본·이탈리아 등 8개국이 1934년부터 1936년 사이 항공 공격에 대한 조기 경보와 대공포 유도를 목적으로 개별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먼저 치고 나간 것은 레이다의 원리를 제창한 하인리히 헤르츠의 모국 독일이었다. 독일은 1934년 마이크로파 대역 레이다의 실험을 실시했다. 1936년에는 독일 해군 신호연구부 책임자였던 루돌프 퀴흐놀트 박사가 설립한 GEMA사가 125MHz 대역의 파장을 이용, 200㎞ 밖에서도 비행기를 탐지할 수 있는 조기 경보용 프레야 대공 레이다와 138MHz 대역의 파장을 이용해 30㎞ 밖의 해상 탐지가 가능한 지닥트 레이다를 만들었다.

또 560MHz 대역의 파장을 이용하는 탐지거리 약 40㎞보다 정확한 고도 계산이 가능한 뷔르즈부르크 레이다를 대공포 부대에 배치했다.

하지만 레이다를 사용한 체계적인 대공 조기경보망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구축하고 이용한 것은 영국이다. 1935년 6월 영국의 로버트 ？m슨 와트가 지속파 레이다를 개발하고 역시 9월에는 30MHz 대역의 펄스 레이다로 처음으로 40㎞ 밖의 비행체를 탐지하는 데 성공했다. 이 성공에 고무된 휴 다우딩의 지원으로 1937년 8월까지 영국 남부·동부 해안선에 약 20개의 레이다 기지로 구성된 대공 조기 경보 체제, 체인 홈(CH：Chain Home)을 만든 것이다.

체인 홈은 해발 15m의 영국 해안선을 따라 높이 60m의 레이다 송수신탑으로 구성돼 있는데 두 개의 전파 발신소가 각기 전파를 발사하면 다른 하나의 수신소가 적기에 반사돼 돌아온 전파를 탐지, 적기의 거리·고도·수를 파악했다.

또 저고도로 기습하는 적기에 대응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다는 단점이 노출되자 보다 고주파 대역의 전파를 사용하는 회전식 수신기를 장비한 레이다 기지를 추가로 배치했다.

이들은 CHL(Chain Home Low)이라 불렸고 저고도로 침입하는 항공기를 100㎞ 거리에서 탐지할 수 있었다. 영국 항공전 직전에 영국 본토에 20개소의 체인 홈 체제와 11개소의 체인 홈 로 체제가 완성돼 독일 항공기의 공습에 대비했다.

1940년 8월에 시작된 영국 항공전에서 영국은 비록 개별적인 레이다 기술에서는 독일에 뒤졌을지 몰라도 레이다에 의한 조기 경보와 전투기 관제 체계를 먼저 완성시켰다. 이렇게 완성된 체인 홈은 영국 항공전을 승리로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하면서 전자전의 시대를 연 주역으로 인정받고 있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5. 10. 24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