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갑주에 흰옷을 입고 선두에 서서 지휘하는 그녀의 모습만 보고도 영국군은 겁에 질려 도망가고 말았다.

백년 전쟁에 참전, 불과 6개월 만에 혁혁한 전과를 올린 전설 속의 인물 잔 다르크. 짧게 자른 머리에 남복 차림, 가냘픈 소녀에서 신(神)의 전사로 변모해 언제나 최선두에서 전투를 지휘한 잔 다르크. 병사들은 그녀의 카리스마에 매료돼 용맹스럽게 싸웠다.

프랑스의 농촌 출신 처녀 잔 다르크는 15세기 침략군 영국을 축출하고 프랑스를 구한 군 지도자다. 잔 다르크의 전투 경력은 1년 미만이고 스무 살도 채 되기 전 세상을 떠났지만 영국·프랑스 간 백년 전쟁을 종결시키는 데 커다란 영향을 미쳤으며 오늘날까지 프랑스 국민들의 화합과 단결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잔 다르크의 위대성은 그녀가 죽은 후 본격적으로 조명돼 위기에 처한 조국을 구하려다 순직한 애국심의 표상이며 민족주의 모델로 추앙받고 있다. 또 1920년 가톨릭 교회에서는 그녀를 성녀로 시성(諡聖)했다.

백년 전쟁은 영국·프랑스 간에 1337년부터 1453년까지 116년 동안 계속된 전쟁이다.

1429년 어느 날 열세 살 소녀 잔 다르크는 일요일 아침 교회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뎅그렁, 뎅그렁 종소리가 울리기 시작할 때 천사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와 발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잔 다르크는 눈부신 햇살이 쏟아지는 가운데 “하느님께서 너에게 분부를 내려셨도다. 잔 다르크, 너는 황태자를 도와 쓰러져 가는 너의 조국을 구해야 하느니라!”라는 대천사 미카엘의 음성을 들었다고 한다. 이후 프랑스 샤를 7세 황태자를 찾아간 그녀는 군사를 요청해 전장에 뛰어들게 됐다.

신의 계시에 따라 신출귀몰하게 움직이는 잔 다르크는 격렬한 전투마다 승전을 거듭해 오를레앙을 탈환했다. 그러자 오직 신의 뜻에 따라 열정적으로 전투해 승리하는 젊은 소녀 지도자에 관한 소식이 삽시간에 프랑스 전역에 알려지게 됐다. 그리고 영국 침략자로부터 해방되고 싶어 하는 프랑스인의 사기를 크게 고양했다. 어린 소녀의 다소 황당한 간청을 무시하지 않고 군사를 지원해 준 샤를 7세는 잔 다르크의 도움으로 왕이 됐다.

잔 다르크는 유리한 상황을 최대한 활용, 파리로 진격해 들어갈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그러나 샤를 7세는 영국과의 친화를 중요시하는 화친파의 권고로 진격을 망설이다가 마지못해 잔 다르크의 작전 계획을 받아들여 군대를 인솔하고 파리로 쳐들어갔으나 6개월간의 파리 탈환 공격은 실패로 돌아가고 잔 다르크는 포로가 된다.

포로가 된 잔 다르크는 영국군이 관장하는 종교 재판소로 넘겨져 종교적 이단 혐의를 받게 된다. 종교 재판은 ‘신의 목소리’에 대한 증거와 남장 이유를 추궁하는 쪽으로 모아졌으며 결국 잔 다르크는 타락한 이단자로 판결돼 군중들이 보는 앞에서 말뚝에 묶여 화형에 처해진다.

잔 다르크의 죽음으로 그녀의 프랑스에 대한 영향력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순국을 추도해 프랑스 게릴라 부대가 조직돼 영국군을 공격했으며 극도로 사기가 떨어져 있던 프랑스 정규군도 잔 다르크라는 이름 아래 단결력을 발휘, 파리 탈환에 성공하고 결국 승리를 쟁취했다.

잔 다르크가 군사 작전의 기본 지식을 배양해 전략·전술을 구사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졌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그녀는 전투의 최선두에서 용감히 싸우면서 국민들을 감화시켜 하나로 뭉치게 하는 지도력을 유감 없이 발휘했다. 그녀는 두 차례 부상을 당하면서도 전투 중에는 언제나 가장 위험한 위치에서 작전을 지휘하며 전투에서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

그녀는 명장 열전에 오른 유일한 여성 군사 지도자다. 잔 다르크가 신의 계시를 받았든, 전투에 참가한 단순한 여성이었든지간에 당시 좌절과 역경에 처한 프랑스를 구출한 애국자인 것만은 분명하다. 잔 다르크는 프랑스의 성인 반열에 올라 5월 둘째 일요일에 전 국민이 벌이는 축제에서 그녀는 프랑스의 단결과 민족주의의 상징으로 추앙받고 있다.

잔 다르크는 분명 뛰어난 전략가는 아니었으나 전쟁의 흐름을 바꾼 프랑스의 영웅이었다. 열아홉 살의 소녀가 수많은 전투에서 패하며 두려움의 대상이 된 영국군을 격파하고 샤를 7세를 중심으로 백년 전쟁의 최종 승리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나라를 구하겠다는 충정과 용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녀의 살신성인은 오늘날 모든 군인의 귀감이 되고 있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5. 10. 27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