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병들에게 적의 전차는 항상 상대하기 어려운 적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보병이 위기에 빠질 때마다 어김없이 “돌격포 앞으로”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그때마다 돌격포와 돌격포병들은 그들의 명성에 부끄럽지 않은 활약을 보였다. 돌격포(사진)는 이렇게 전쟁 내내 독일 보병의 든든한 방패로 활약했다.

독일이 기갑부대의 창설에 매진하던 1935년 6월5일, 에리히 폰 만슈타인 장군은 제1차 세계대전의 전훈을 바탕으로 보병을 직접 지원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무기인 돌격포를 구상했다. 돌격포는 회전 포탑 대신 튼튼한 장갑을 두른 고정형 포탑에 견고한 방어 진지를 돌파하기 위한 강력한 평사포를 장착, 경우에 따라서는 적 전차도 공격할 수 있는 보병 지원 자주포였다. 돌격포는 현대의 자주포와 달리 탑재 주포가 곡사포가 아닌 전차에 흔히 탑재하는 평사포라는 점이 특징이다.

만슈타인의 구상은 참모본부와 육군총사령관 프리취 상급대장의 승인을 순조롭게 얻어 내 같은 해 8월 개발이 시작됐다. 차체는 다임러 벤츠가, 포는 크루프사가 담당했으며 차체는 당시 주력 전차로 개발 중이던 소대장차(3호 전차)가, 포는 4호 전차에 사용될 24구경장 75mm포가 선정됐다.

개발도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돼 1937년 초 쿰머스도르프 사격장에서 육군총사령부 참모들에게 시작차가 공개됐고 같은 해 가을에는 실험 부대로 포병교도연대 제7중대가 편성돼 본격적인 시험에 나섰다.

하지만 1938년 블롬버그-프리취 사건으로 다수의 육군 장교가 해임되고 만슈타인 중장도 육군 참모본부 작전부에서 제18보병사단의 사단장으로 전속됐다. 프리취의 후임인 브라우히츠는 돌격포에 별 관심이 없어 이미 계획된 돌격포대대의 창설이 축소·지연되기에 이른다.

하지만 1938년 되베리츠에서 실시된 테스트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4개 포대가 편성된다. 프랑스 전역에 참가한 돌격포중대는 소속 부대의 선봉에서 공세를 선도하며 적 저항을 배제하고 진격로를 확보하고 중포 지원 없이 보병만으로 싸워야 하는 순간 보병에게 필요한 화력을 제공함으로써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 결과 1940년 여름에는 이들 외에 제184·185·190·191의 4개 돌격포대대가 편성됐고 이들도 발칸 전역에서 훌륭한 전과를 올리며 가치를 입증함으로써 생산은 확대 일로를 달린다.

승승장구하던 돌격포는 바바로사 작전의 발동과 함께 최대의 숙적을 만난다. 소련의 신형 전차인 KV 중전차, T-34와 마주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단포신 75mm포로 이들 소련제 신형 전차를 상대하기는 버거웠다.

결국 1942년 3월부터 주포를 장포신 75mm로 교체하고 장갑을 강화한 F형·G형이 만들어져 일선에 투입됐고 이후로 돌격포는 보병 지원뿐만 아니라 대전차 병기로도 입지를 확대하게 됐다. 아울러 원래 개발 목적으로 보병 지원 병기의 필요가 제기되면서 주포 구경을 증가시킨 105mm 돌격포도 만들어진다.

독일군 내부의 추산에 따르면 돌격포는 1943년 말까지 도합 1만3000대의 적 전차를 격파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르제프에서 싸운 한 대대는 15개월 동안의 교전에서 1000대의 적 전차를 파괴하는 전과를 올리기도 했다.

돌격포병 중 325명이 독일 십자금장을, 130명 이상이 기사십자장을, 그리고 그중 14명은 백엽기사십자장에 서훈됐으며 14명 중 1명은 하사관으로 백엽기사십자장을 받은 최초의 인물이다.

제2차 세계대전 전 기간 동안 75mm급 돌격포는 총 9557대가 만들어졌으며 105mm형 돌격포의 생산량도 1299대에 달했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5. 10. 31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