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전쟁 참전 용사 가운데는 전공을 세워 칭송을 받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살신성인의 거룩한 희생정신을 발휘한 강재구 소령은 오랜 세월이 지난 오늘날에도 참군인으로 귀감이 되고 있다.

강소령은 인천 출생으로 1960년 육군사관학교를 16기로 졸업, 소위로 임관했다. 이후 수도사단에 배속된 후 전후방 각 부대에 전속된 뒤 대위로 진급, 65년 한국군 1개 사단의 베트남 파병이 결정되자 자원해 맹호부대 1연대 10중대장이 됐다.

65년 10월 맹호부대 1연대 10중대는 파월을 앞두고 막바지 훈련에 돌입했다. 강대위가 지휘하는 10중대는 수류탄 투척 훈련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 병사가 실수로 잘못 던진 수류탄 한 발이 중대원들이 모인 곳으로 떨어졌다.

순간 위기를 직감한 강중대장은 “모두 피하라”라는 외침과 함께 자신의 몸을 날려 수류탄을 덮쳐 부하들을 구하고 장렬히 산화했다.

부하를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고(故) 강소령은 보통 사람이면 감히 할 수 없는 살신성인을 온몸으로 실천한 것이다.

이러한 희생정신을 받들어 베트남의 하늘 아래 그의 이름을 딴 ‘재구대대’가 편성됐다.

재구대대로 명명된 맹호 1연대 3대대는 베트남 전쟁에서 그의 이름에 걸맞은 빛나는 전과를 올렸다. 그리고 그들이 평정한 마을을 ‘재구촌’이라 이름 지은 뒤 베트남에서 가장 모범적인 부락으로 만들어 고 강소령의 거룩한 희생정신을 그곳에 심어 놓았다.

강소령 외에 살신성인의 자세를 보여 준 군인이 베트남 전쟁 당시 여럿 있다.

그중 한 사람이 이인호 소령이다. 그가 소속된 해병대 청룡부대는 66년 8월11일 투이호아 일대에서 ‘해풍작전’을 실시하고 있었다.

당시 3대대 정보 장교였던 이대위는 생포한 여자 베트콩이 제공한 정보에 따라 1개 소대를 이끌고 베트콩이 숨어 있는 동굴을 수색하던 중 캄캄한 동굴 속에서 적의 수류탄이 날아오자 재빨리 주워 던져 베트콩 5명을 사살했다.

그러나 다시 날아온 또 하나의 수류탄은 미처 처치할 겨를이 없었다. 폭발을 직감한 이대위는 부하들에게 “모두 엎드려”라고 외치며 수류탄 위에 자신의 몸을 던져 버렸다. 결국 고 이소령의 살신성인으로 뒤따르던 부하들은 모두 무사할 수 있었다.

위생병으로 베트남 전쟁에 참전, 불굴의 정신력으로 살신성인을 실천한 지덕칠 중사도 있다. 그는 67년 2월1일 청룡부대가 실시한 ‘강구작전’에 위생 하사관으로 참가해 베트콩과 치열한 전투가 전개되자 자신도 직접 전투 대열에서 싸웠다. 그는 이 전투에서 다리·팔·가슴 등 여덟 군데에 파편과 관통상을 입고도 달려드는 베트콩 20여 명을 사살한 뒤 장렬히 전사했다.

언제나 선두에 서서 싸움을 지휘하던 송석규 중령도 살신성인을 실천한 참군인이다.

육군백마부대 29연대 2대대장이었던 그는 67년 11월6일 닌호아 북쪽 35㎞ 지점에 월맹군 2개 중대가 출현했다는 보고를 접하고 이를 섬멸하기 위해 병사들과 함께 출동했다.

그는 아군의 포위망 속에 들어 있는 적의 심장부를 격파할 특공대를 편성, 직접 진두지휘하며 돌입하다가 아깝게도 적의 흉탄에 맞아 장렬히 전사했다. 그는 이 작전에서 월맹군 169명을 사살하고 각종 화기를 노획하는 큰 전과를 올렸다.

강재구 소령, 이인호 소령, 지덕칠 중사, 송석규 중령 이 네 분은 짧은 삶을 살았지만 굵은 삶이었고 또 값진 삶이었다.

그들의 죽음은 오직 진정한 용기를 갖고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는 일로 오늘날까지 살신성인의 숭고한 의미를 후배 장병들에게 교훈으로 남긴 채 우리의 숨결 속에 살아 숨쉬고 있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5. 11. 3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