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1(사진)은 제2차 세계대전 전반기에 완성의 영역에 가장 가까이 도달했던 중전차다. 1941년 6월22일 바바로사 작전 발동으로 소련을 침공한 독일군에 의연히 맞선 KV-1은 당시 독일 전차가 탑재한 37mm·50mm·단포신 75mm 전차포로는 관통이 불가능한 반면 KV-1 중전차에 장착된 76.2mm 전차포는 1000m 전후의 교전거리에서 독일 전차의 장갑을 용이하게 관통할 수 있어 독일군에 ‘거인’ 또는 ‘괴물’로 불리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영국이 Mk.I 전차를 등장시킨 이래 전차는 포화를 뚫고 적 진지를 강행 돌파하는 병기로 인지됐다. 1920년대 영국·프랑스가 만든 중전차들은 단포신 76.2mm 포탑을 중심으로 37~45mm 전차포를 장비한 1개 이상의 부포탑과 7.62mm 기관총탑을 장비해 전 주위로 강력한 화력을 퍼부으며 적의 방어선을 돌파하는 마치 육상 전함 같은 병기였다.

하지만 이들은 공통적으로 화력 통제가 어렵고 중량에 비해 장갑이 얇다는 문제가 있었다. 결국 스페인 내전에서 장갑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전훈을 받아들인 소련군은 볼셰비크 공장(제174공장) 설계국과 키로프스키 공장(제100공장)의 제2특별설계국에 장갑 방어력을 강화한 새로운 중전차의 개발을 명령했다.

1937년 5월4일, 양 공장이 제시한 3포탑 방식 중전차를 시찰한 스탈린은 포탑이 많다는 점과 외부로 노출된 서스펜션이 전투 중에 손쉽게 파손될 것이라는 문제점을 제기했다. 결국 키로프스키 공장의 책임자 코틴은 부포탑을 폐기하고 토션 바 현가 장치를 채용한 단일 포탑 중전차 KV-1을 제안, 결국 KV-1이 중전차로 정식 채용됐다.

KV-1 중전차는 차체 전면 75mm, 포탑 90mm, 측후 면에도 75mm의 장갑을 두르고 있어 독일 전차가 탑재한 37mm·50mm·단포신 75mm 전차포로는 관통이 불가능했고 88mm 대공포나 10.5cm 캐넌포쯤 돼야 관통할 수 있었다.

또 탑재된 41.5구경장 76.2mm 전차포, Zis-5는 당시의 전차포로서는 대진지·대장갑 양쪽에 있어 최강의 위력을 갖고 있었다. 800m에서는 어떠한 독일군 전차도 격파할 수 있는 무적의 전차였다.

1941년 8월19일 레닌그라드시 근교에 위치한 보이스코비츠 국영 농장 부근의 전투에서 소련 제1전차사단 소속의 지노비 코로바노프 상급 중위가 이끄는 KV-1 중전차중대(KV-1 4량)가 3호 전차·4호 전차로 구성된 1개 대대 규모의 독일 전차 부대와 싸움을 벌여 22대의 독일 전차를 격파했다.

이 전투에서 코로바노프 중대장의 KV-1은 135발의 명중탄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전투를 계속, 16량의 전차를 격파했다. “KV-1 1대는 10~14대의 적 전차와 필적한다”는 일선 지휘관의 보고가 있을 정도로 각지의 전선에 존재하는 소수의 KV-1 중전차는 강력한 화력과 막강한 장갑 방어력으로 수도 모스크바와 러시아 근대화의 상징 레닌그라드, 그리고 카프카스의 현관 로스토프의 방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KV-1 중전차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기동력과 신뢰성이었다. KV-1 중전차는 T-34용 V-2 엔진의 파워업 버전인 출력은 600hp 출력의 V-2K 엔진을 탑재했지만 당시 소련의 기술력으로는 중량 40톤이 넘는 궤도 차량을 움직일 트랜스미션을 만들기가 어려웠다.

결국 과대한 부하로 기어·로드의 고장이 빈발했다. 전장에 방치된 KV는 대부분 트랜스미션 고장이 그 원인이었다. 비전투 손실 비율은 80%를 상회해 압도적인 성능을 갖고 있으면서도 전황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점은 후일 비판의 요소가 됐다.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후 독일이 만들어 낸 신형 전차인 티거·판터의 개발 목표가 ‘KV-1 중전차와 교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규정된 것은 KV-1 중전차의 위력을 잘 보여 준다. 이렇게 KV는 새로운 중전차 IS가 만들어질 때까지 도합 6247량이 만들어져 중전차부대 소속으로 활약했다.

< 우보형 전사연구가 >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5. 11. 7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