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위대(自衛隊)는 군대 아닌 군대다. 헌법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1946년 11월3일 공포된 일본 헌법 9조 1항은 ‘전쟁과 무력 행사를 국제 분쟁 해결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영원히 포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9조 2항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육·해·공군과 그 밖의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런 원천적 한계 때문에 육상자위대의 병과나 부대 명칭에서도 군대 느낌을 탈색시킨 특이한 용어를 많이 쓴다. 보병은 보통과라는 모호한 명칭으로 부른다. 보병연대를 보통과연대로 부르는 식이다. 포병은 특과(特科)라고 호칭한다.

이 같은 이유로 무기 명칭에도 특이한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한때 전차(戰車) 대신 특차(特車)라는 애매한 용어를 쓴 것이 그 예다. 방위청이 정식 성(省)이나 부(部)가 아니라 한 단계 낮은 청(廳) 단위로 설치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나라의 장관에 해당하는 직책을 일본에서는 ‘다이진’(大臣)이나 ‘쇼’(相)로 부른다. 하지만 방위청은 정식 성·부가 아니어서 그 장(長)도 다이진보다 한 등급 낮은 장관이라는 용어를 쓴다.

이처럼 사소한 용어에서조차 군대가 아닌 척해 온 자위대지만 사실상 군대 역할을 해 온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당연히 지난 50년간 자위대의 성격을 둘러싼 논쟁은 끊이지 않았다.

진보 세력은 군대 보유를 금지한 헌법에 근거가 없는 불법 조직이라며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은 반면 우파 정치인들은 사실상 군대라고 주장해 왔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지난해 5월 “자위대는 실질적으로 군대”라고 강조한 것 등이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논란이 무의미해질 전망이다. 헌법 개정을 통해 자위대에 정식 군대의 지위를 부여하는 방안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집권 자민당은 지난달 28일 의원 전체 회의를 열어 ‘자위군’(自衛軍) 보유 등을 명기한 신헌법 초안을 승인했다.

신헌법 초안은 전쟁 포기를 규정한 9조 1항은 그대로 유지했으나 9조 2항에서 국가의 평화와 독립을 확보하기 위해 총리를 최고 지도자로 하는 ‘자위군’을 보유한다고 명시했다. 또 자위대의 임무에 대해 일본의 평화와 독립, 국민 안전 확보는 물론 국제 사회의 평화와 안전 확보를 위한 국제적 협력을 할 수 있다고 명기, 해외 파병을 할 수 있는 근거 조항도 마련했다.

이러한 신헌법 초안은 오는 22일 자민당 창당 50주년에 맞춰 공식적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그간 자민당 내 특정 소모임이나 개별 정치인 차원에서 ‘자위대의 헌법상 명문화’를 주장한 사례는 많으나 자민당의 최종 당론으로 확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론 확정에도 불구하고 실제 개헌을 위해서는 짧아도 2년, 길게는 10년 정도의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게 일본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하지만 군대를 갖지 않겠다는 지난 60년간의 헌법적 의지를 완전히 폐기, 군대를 보유하고 전쟁도 할 수 있는 ‘보통 국가’가 되겠다는 일본의 의지는 이제 의심의 여지 없이 명확해졌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움직임이 한반도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과 성찰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5. 11. 14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