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에서 거의 다 움켜쥔 승리를 약간의 실수나 불운으로 놓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승리를 추구하는 이들 앞에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는 그런 실수를 피하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1800년 6월14일, 알프스를 넘어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방으로 진군한 나폴레옹을 맞아 오스트리아군은 완강히 저항했다. 한판 승부에 따라 북이탈리아의 패권이 결정되는 상황에서 노회한 오스트리아군 사령관 멜라스 중장은 이른 아침 보르미다 강을 건너 주력을 프랑스군 우익으로 진출시키기 시작했다.

나폴레옹은 이 승부의 목전에서 상황을 오판했다. 그는 적이 우회해 포위를 시도할 것이라고 믿고 예상되는 기동을 막기 위해 병력을 여기저기 분산시켰다. 그리고 강을 넘는 멜라스의 주력을 단순한 조공으로 생각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 사이 오스트리아군은 공격의 강도를 높여 가며 패랭 중장이 이끄는 프랑스군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나폴레옹이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것은 상황이 이미 악화된 뒤였다. 엉뚱한 곳으로 출격시킨 사단들을 급히 불러 모으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이들이 제때 도달할 것인지는 미지수였다. 반면 멜라스의 공격은 더욱 집요해졌다. 오트 소장이 이끄는 지원 병력이 북쪽에서 공격을 개시하자 프랑스군은 퇴각하기 시작했다.

퇴로를 열기 위한 격렬한 전투가 진행되면서 다급해진 나폴레옹은 자신의 근위사단과 한 줌의 병력을 이끌고 필사의 노력으로 군의 전면 붕괴는 겨우 막았지만 희생은 막대했다.

정오가 지나자 멜라스는 승리의 자신감에 충만했다. 예하 장병들에게 승리를 선언하면서 일흔의 지친 노구를 달래고자 참모장인 자흐 소장에게 마지막 프랑스군 추격과 소탕의 지휘권을 넘겼다.

그러나 역사를 뒤흔든 반전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격렬한 전투 끝에 프랑스군을 밀어내고 점심 식사까지 즐긴 오스트리아군이 공격을 재개하기 직전 마침내 본대와 떨어졌던 드제 중장의 프랑스 사단들이 합류하기 시작했다.

오전에 집요한 측면 공격으로 적을 혼란에 몰아넣은 작전과는 달리 정면 돌격을 선택한 오스트리아군은 이들 사단의 반격에 고전하기 시작했다. 오스트리아군의 전면 방어선이 잠시 위기에 빠진 순간 켈러만의 프랑스군 중기병이 결정적인 기병 돌격을 개시했다. 놀랍게도 이 돌격으로 오스트리아군 2000여 명이 순식간에 전의를 상실, 무기를 내던지고 항복해 버렸으며 자흐 소장도 포로가 됐다.

후방의 오스트리아군 부대들은 여전히 강력한 전투력을 갖고 있었음에도 예기치 않은 이 항복에 전체 전열이 붕괴로 치달았다. 너무나도 분명했던 승리가 한순간에 패배로 돌변해 버린 것이다.

오스트리아군은 여전히 승리의 기회가 충분하던 상황에서 한 번의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전열 일각이 무너지면서 어이없는 반전을 허용했다. 승리를 확정짓는 마지막 순간까지 세심한 주의와 노력이 늦춰져서는 안 된다는 금언을 마렝고 전투는 잘 일깨워 주고 있다.

< 채승병 전사연구가 >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5. 11. 21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