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래학계의 1세대 가운데 하인호 박사라는 분이 있다. 그는 최근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발간한 책을 포함, 꾸준히 2W 이론을 주장해 왔다. 간략하게 말해 향후 국제 질서의 중심이 유라시아 남단의 아시아 지역으로 옮겨 오게 되며 그 형상을 2W라는 한 단어로 압축한 것이다.

필자는 어릴 때 화장실에서 WXY 그림으로 워낙 기초를 튼튼히 다진 탓에 제목만 보고도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은혜를 받고 산다. 아시아에서 가장 대표적인 W 지역은 인도와 인도차이나 반도다.

요즈음 이 아름다운 아시아의 앞가슴에 대해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중국이 확보한 해외 군사 기지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3년 에너지 안보와 관련된 어느 국제 세미나에서 두 개의 중국 해외 기지를 소개한 적이 있었다. 하나는 파키스탄 발루치스탄 주의 과다르 항이고 다른 하나는 미얀마의 대(大)코코 아일랜드와 소(小)코코 아일랜드 기지였다.

올해 말 개항 예정인 과다르 항은 건설 비용의 80%를 중국이 부담했고 그에 상응하는 항구의 자유이용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는 중국이 군함의 출입을 스스로 자제하고 통신 감청 시설만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필요시 언제든지 해군 기지로 사용이 가능한 상태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400km 떨어진 이 항구는 석유를 포함한 세계 해상 운송의 목줄을 쥘 수 있는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미얀마의 경우 항구도 중요하지만 중국 내륙에서 미얀마 해안으로 이어지는 철도와 도로 연결을 중국이 전적으로 지원했다는 점에서 가히 중국의 태평양 진출구라고 할 수 있다. 2003년 이후 새로이 확보된 거점으로는 현재 건설 중인 방글라데시의 치타공 항구가 있다.

지난 1일에는 인도 코친 인근에서 중국·인도의 해상 연합 훈련이 실시됐다. 페르시아 만에서 말라카 해협으로 이어지는 해상 수송로상에서 벌어진 중국 해군 최초의 훈련이며 상대방이 인도라는 점이 중요한 대목이다. 한마디로 미 제7함대가 배타적 보호권을 장악 중인 안방에서 미국이 그토록 공을 들이는 인도와 함께 중국 해군력의 시위가 벌어진 셈이다. 지도를 놓고 보면 인도의 젖꼭지에 해당하는 항구를 중국·미국 중 누가 사용할 수 있는가에 따라 국제 질서의 명암이 엇갈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도는 중국과 더불어 이란의 천연가스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확보하는 문제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이란과의 핵 협력 문제도 미국이 초미의 관심을 가지고 견제하는 대목이다. 여기에서 한 걸음 나아가 해군 협력이 벌어지고 있으니 군사 기지만큼은 필사적으로 막아야 하고 인도를 동맹국으로 품어야 한다는 조급함이 없을 리 없다.

그 예로 미국기업연구소(AEI)의 토머스 도널리 상임연구원이 제시한 ‘빅4 동맹론’을 들 수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의 최근 동맹 정책은 미국·영국·일본·인도를 축으로 한 ‘빅4 동맹’의 출현을 예고하는 것이라는 내용이다. 인도가 빅4 동맹으로 남을지, 흔들리는 세력의 시계추로 나갈지는 미지수지만 W형 앞가슴의 왼쪽 꼭지를 누가 사용할 수 있는가라는 점은 중요한 관심사로 남을 듯하다.

< 김재두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 출처 : 국방일보, 2005. 12. 6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