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영 옛터의 충렬사와 아산 현충사에 보관 중인 이순신 장군의 유품 중 칼은 모두 여섯 자루가 있다. 그중 귀도 두 자루와 참도 두 자루는 명나라 황제가 이순신 장군께 선물한 것이다. 그 밖에 두 자루의 칼이 더 있는데 그 유명한 이순신 장군의 장검(長劒·사진)이다. 이름은 장검이지만 이름과는 상관없이 실제로는 양날 칼인 검(劍)이 아니라 외날 칼인 도(刀)다.

이 칼의 전체 길이는 197.5cm로 거의 2m에 달한다. 흔히 이 칼 때문에 터무니없는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순신 장군 칼은 길이가 2m인데 조선시대 사람들은 지금 사람보다 키가 더 컸나요”라든지, “이순신 장군 칼은 2m나 되는데 이 정도 칼을 쓴 사람이라면 이순신 장군은 엄청 키가 컸나 보죠” 같은 질문을 하는 경우다.

사실 이순신 장검은 조선시대 군사훈련 서적인 ‘무예도보통지’에 나오는 쌍수도(雙手刀)에 해당하는 칼이다. ‘무예도보통지’에 규정된 쌍수도는 이순신 장검의 길이와 거의 일치한다. 다만 이순신 장검의 칼 손잡이 길이가 쌍수도의 손잡이보다 다소 긴 점이 다르다. 국방부 국방군사연구소가 발행한 ‘한국무기 발달사’에서는 이순신 장검처럼 긴 손잡이가 조선식 쌍수도의 특징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우리나라 쌍수도는 중국 명나라 장도(長刀)에서 유래한 칼이고, 중국의 장도는 일본의 노타치(野太刀)에서 유래한 칼이다. 이 무렵 동아시아에서는 평균보다 길이가 긴 칼이 대대적으로 유행하고 있었고 이순신 장검은 그런 시대적 흐름 속에 만들어진 칼이다. 결코 이순신 장군이 키가 커서 그렇게 큰 칼을 사용한 것은 아니다.

이 칼에는 명문(銘文)이 새겨져 있는데 무장으로서의 이순신 장군 기상을 잘 보여주는 멋진 문구다.

두 칼에는 각각 ‘삼척서천산하동색’(三尺誓天山河動色), ‘일휘소탕혈염산하’(一揮掃蕩血染山河)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는 각각 ‘세 척의 칼로 하늘에 맹세하니 산과 강도 빛이 변한다’ ‘크게 한번 휩쓰니 피로써 산과 강을 물들인다’는 뜻이다.

일부 전통 무기 연구가들은 이 칼이 국보급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아직까지 이 칼은 보물 제326호로 지정돼 있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3. 8. 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