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영국군, 민병대에 참패

영국은 19세기 후반 남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하기 위한 군사 작전을 연이어 전개했다. 그러나 남아프리카 트란스발 지역에 거주하는 네덜란드계 이주민인 보어인들은 영국의 지배를 받아들이는 것을 거부했다. 1880년 12월 보어인들은 트란스발의 독립을 선언하고 영국군을 향해 저항의 총탄을 날렸다.

보어인의 기습으로 영국 주둔군은 트란스발 지방 곳곳에 고립됐다. 이들을 구출하고자 1881년 1월 콜리 소장이 이끄는 구원군이 편성됐다. 영국군의 상징인 진한 붉은색 군복을 입은 정규군에게 농장주들로 구성된 보어인 민병대들은 손쉬운 상대로 보였다. 하지만 카키색 작업복 차림에 소총으로 무장한 민병대들은 놀라운 엄폐 능력과 사격 실력을 구사하며 영국군을 괴롭혔다.

영국군은 1월28일 라잉스넥에서 보어인 민병대에게 일격을 당하고 열흘 뒤에 또다시 패배하면서 조바심을 냈다. 영국 병사들은 한낱 민병대의 전선도 돌파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분노에 휩싸였다.

결국 콜리 소장은 분위기를 전환하고자 2월27일 새벽, 야음을 틈타 2개 연대에서 차출한 400여 명의 병력을 이끌고 주변 방어선을 감제할 수 있는 마유바 고지를 점령했다. 당시 영국군은 고지에서 위력 시위를 하는 정도로도 보어인 민병대들이 전의를 잃고 물러나리라는 터무니없는 낙관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유리한 위치를 장악했음에도 기초적인 방어 진지도 구축하지 않았으며 단순히 정상에 원형으로 산개해 배치됐다.

이튿날 아침 고지가 영국군에 장악된 것을 깨달은 보어인들은 역습 준비에 들어갔다. 지휘관 스미트의 주도로 350여 명의 역습조는 고지로 접근해 갔다. 이들은 민병대였지만 시대를 앞서는 보병 전술을 펼쳤다.

소총 유효 사거리에 도달하자 일부는 엄호 사격을 퍼붓고 그 사이에 다른 병사들은 엄폐물을 이용, 전진해 나가는 유기적인 협동 전술을 전개한 것이다.

야전 진지를 구축하지 않은 영국군은 긴밀하게 조여 오는 적의 전진에 속수무책이었다.

급기야 콜리 소장마저 저격당하자 마유바 고지의 영국군 군기는 완전히 무너졌다. 보어인들은 무질서하게 고지에서 퇴각하는 영국 병사들에게 지근거리로 달려들어 치명타를 날렸다.

이 전투에서 영국군은 226명의 사상자와 59명의 포로를 남긴 데 반해 보어인 민병대는 단 6명의 사상자에 그쳤다. 치욕적인 완패와 함께 영국은 1차 보어 전쟁의 패배와 트란스발의 독립을 인정해야 했다.

영국군 지휘관은 고지 장악 이후의 구체적인 작전 계획을 갖고 있지 않았으며 보어인 병사들의 뛰어난 전술적인 능력도 한사코 무시했다.

그 결과 유리한 위치와 충분한 장비를 갖췄음에도 전술적으로 우수한 보어인 병사들에게 끝내 일방적인 학살을 당했다. 당시 영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군대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일개 민병대에 참패를 당하고 만 것이다.

마유바 전투는 아무리 우수한 병력과 장비를 갖춘 군대라도 기본적인 전술에 문제가 있다면 참패당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보여 준 전투라고 할 수 있다.

< 채승병 전사연구가 >

< 출처 : 국방일보, 2005. 12. 12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