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군, 독일군에 역포위돼 참패

1941년 위세 당당하게 소련을 침공한 독일군은 결국 동계 전투에 대한 준비 부족과 보급 부족으로 모스크바 목전에서 멈춰 섰다. 독·소 양군은 겨울까지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재정비에 오랜 노력을 기울인 끝에 1942년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새로운 공세를 기획했다.

소련군은 새로운 공세의 1차 목표를 소련 제4의 대도시 하리코프로 잡았다. 소련 남서전선군은 1개 야전군과 보브킨 군집단이 공격하는 남부 축과 하리코프 북동쪽에서 3개 야전군이 담당하는 북부 축 등 2개 방향에서 하리코프 주변 포위망을 완성할 계획이었다.

마침 독일군 또한 하계 공세 이전의 사전 정지 단계로 이 지역에서 프리데리쿠스 I 작전으로 불리는 제한적 반격을 준비 중이었다. 이 상황에서 소련군은 5월12일 선공에 나서면서 독일군을 혼란에 빠뜨렸다. 공격을 위해 하리코프 일대에 대기 중이던 독일 6군 소속 예비대들은 소련군 저지 임무로 전용됐다.

특히 남부 축선에서 소련군은 전력의 우위를 살려 독일군의 방어선을 25~50㎞나 밀어내며 크라스노그라드에 육박하는 성과를 올렸다. 소련군은 5월15일 본격적인 돌파에 나설 후속 제파로 준비된 2개 전차군단을 전선으로 투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북부 축선에서 소련군은 독일군 예비 기갑사단들의 반격에 막혀 고전을 거듭하고 있었다. 독일군의 예비대를 고착시키는 성과는 거뒀으나 결정적인 돌파가 이뤄지지 못하고 혼전이 이어졌다.

독일군은 이 틈을 이용해 프리데리쿠스 I 작전 계획 중 일부를 활용, 남쪽의 1기갑군만으로 공격을 개시했다. 5월17일 바르벤코보 일대에서 반격이 전개되자 방어 태세가 허술하던 소련 남부전선군은 순식간에 돌파됐다. 작전 닷새 후인 22일 크라스나야에서 독일군은 역포위망을 완성했고 1주일의 격전 끝에 소련군은 참담한 패배를 당했다.

사상자와 포로를 합해 28만 명에 가까운 손실을 입으면서 소련군은 이 지구에서 심각한 전략적인 열세에 몰렸다. 동시에 독일군은 1942년 하계 공세 개시의 확고한 발판을 마련했다.

이 작전에서 소련군의 치명적인 실수는 충분히 예상되던 독일 1기갑군의 반격 축선에 대한 대비 부족이었다. 남서전선군은 좋은 타이밍에 2개 축선의 공격을 개시했으나 정작 좌익을 엄호해 줄 남부전선군과는 충분한 작전 조율을 하지 못했다. 남부전선군은 이 취약 지점을 보강할 예비 전력을 사전에 확보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등한시하다 독일군의 역포위를 허용했다.

종심 깊은 포위 기동일수록 모루와 망치의 역할을 정확히 준비해야 한다. 소련군은 상부의 거듭된 압박에 아군의 망치 준비에만 정신이 팔려 예견되는 적의 망치를 받아 낼 모루의 중요성을 간과함으로써 선공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참패당하고만 것이다.

< 채승병 전사연구가 >

< 출처 : 국방일보, 2005. 12. 19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