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의 경제·사회·문화 등 전반적 분야에서 과거 물적 자산 중심의 구질서로부터 지식 자산을 기반으로 한 신질서로 급속한 재편이 이루어지고 있다. 국방부문도 이러한 지식기반사회로의 광범위한 변화에서 예외가 아니다.

과거 단순한 인력의 증강이나 물적 장비의 축적·보강이 국방력 향상의 중요한 수단과 척도가 돼 왔다면 이제는 보다 기술적으로 고도화한 체계를 얼마나 갖춰 갈 수 있는지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지난 걸프전과 이번의 이라크 전쟁은 물적기반체제에 대비한 지식기반체제의 우월성을 유감없이 보여준 사례라 할 것이다.

우리 군도 그동안 양적 성장 못지않게 기술적 고도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1970년 창설된 국방과학연구소는 군이 필요로 하는 각종 기술을 개발·보급하는 한편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선도적으로 기술을 개발해 나가는 중대한 역할을 해 왔다.

현재 군의 수요에 특화돼 기술을 개발해 나가고 있는 두뇌집단으로는 국과연이 유일하기 때문에 국과연이야말로 지식기반사회의 도래에 즈음해 우리 군의 경쟁력을 담보할 핵심자산을 확보하는 첨병이라 할 것이다.

국방분야의 연구개발활동은 궁극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채택한 무기체계를 실현함으로써 동일한 국방력을 유지하기 위한 조달비용을 줄이거나 동일한 조달비용으로 보다 높은 국방력을 제공하는 데 기여한다.

이번 국과연이 한국국방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조사·분석한 결과를 보면 국방과 관련된 연구개발 투자가 국가적으로 어느 정도의 편익을 창출해 왔는지를 정량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그 가치가 매우 높다.

한 예로 그동안 국과연이 개발한 무기체계를 조달함으로써 달성한 누적 효과가 조달비용 절감 기준으로 36조4000억 원에 해당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 절감 금액은 경부고속철도의 총건설 예산이 12조7000억 원, 2003년의 서울시 전체 예산이 13조 원인 점 등과 비교해 볼 때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국가적 편익임을 알 수 있다.

조사·분석결과는 특히 분석을 위한 세밀한 기초자료 조사나 성장회계법·투입산출표 분석 등 경제학적 관점에서 이론적 기반이 확고한 방법론들을 채용함으로써 신뢰성을 담보하고 있다. 또 효과수치를 계산함에 있어서도 보수적 관점을 채택해 객관성을 높이고 있다.

비교적 신뢰성 있는 방법론과 접근 관점에 따를 때 국방연구개발 투자, 특히 이를 핵심적으로 주도해 온 국과연의 기여가 국가적으로 막대하다는 점에 있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기여도가 막대했다는 점에 근거해 앞으로도 국방연구개발 투자가 계속 그러한 효과를 창출할 것이라는 선형적인 전망을 하는 것은 극히 위험한 일이다. 이러한 점에서 과거의 기여도를 분석하는 일과 미래의 성과제고를 위한 전략수립 문제는 엄격히 분리돼야 한다.

미래의 국방연구개발 투자, 특히 국과연의 예산 1원, 1원이 보다 높은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제경제환경, 지식기반환경, 산업지형, 국방전략 및 전술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변화를 감안하고 현재까지 쌓아온 국과연 내부의 역량을 종합해 합리적인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국방부문과 민간부문이 스핀-인, 스핀-오프의 복합적 관계 속에서 경계가 점차 모호해지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이고 유연한 기술이전활동 및 공동개발체제 구축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미래지향적 전략을 구축해 나가는 데 있어 이번 국과연과 한국국방연구원의 국방연구개발 기여도 분석은 훌륭한 출발점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정동 서울대 기술정책대학원과정 교수>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3. 8. 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