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의 영역에 오른 최초 중전차




티거 중전차(사진)는 완성의 영역에 도달한 최초의 중전차라고 할 수 있다. 티거 중전차는 1942년 6월 등장 당시 모든 소련 전차를 1500m 이상의 원거리에서 파괴할 수 있는 56구경장 88㎜ kwk36 전차포를 장착했다. 100㎜ 두께의 차체와 포탑 전면 장갑, 80㎜ 두께의 포탑과 차체 측후면 장갑 덕택에 소련군의 76.2㎜ 전차포로 500m 이내에서도 격파가 곤란했다. 56톤의 중대에도 불구하고 650마력(중후기형 700마력) 출력의 마이바흐 HL210P45 엔진과 올파 V12 변속기를 장착, 제자리 선회가 가능하고 도로상 시속 40㎞, 야지속도 20㎞를 달성해 T-34를 제외하면 최선의 기동성을 가졌다.

제2차 세계대전 초 독일군은 기갑사단의 운용과 기동력을 살린 전격전으로 서부 유럽을 제패했지만 전차 자체의 성능은 세계 최강은 아니었다. 41년 6월22일 바바로사 작전 발동과 함께 소련에 침공한 독일군은 자신들의 전차보다 화력과 방어력에서 우수한 소련군의 KV 중전차, T-34와 조우했다. 특히 41년 10월의 므젠스크 전투에서는 미숙하나마 집중 운용된 T-34 앞에 하루도 못돼 사단급 기갑 전력이 녹아 버리는 이른바 T-34 쇼크에 직면하게 된다.

독일군에서는 이 강력한 적 전차들에 대항할 수단을 필사적으로 찾았고 그중 하나가 이 새로운 중전차의 개발이다. 헨쉘은 기존의 VK3001을 확대한 VK3601을 개수한 56구경장 88㎜ kwk36 전차포를 탑재할 수 있는 VK4501(H)과 새로운 45톤급 전차를 개발 중이던 포르쉐의 VK4501(P)이 경쟁에 참가했다.

42년 4월19일 마침내 두 회사의 차량에 대한 시험에서 포르쉐 차량은 좀 더 빠르기는 했지만 선회성이 좋지 못했고 특히 복잡한 구동 방식이 문제가 돼 탈락했다.

결국 42년 7월 쿰머스도르프의 최종 테스트 결과 헨쉘의 VK4501(H)가 6호 전차 티거로 채용됐다.

티거는 42년 8월 제502중전차대대에 1개 소대 44대가 보내진 것을 시작으로 군단 직할의 중전차대대에서 운용됐다. 42년 12월4일 튀니지의 디불버 공격 작전에 앞장선 4대의 티거는 134대의 미군 전차를 격파하며 화려한 데뷔를 장식했다.

43년 2월14일에는 카세린 고개에서 6대의 티거가 165대의 전차와 장갑차량을 격파하며 미 제1기갑사단의 전투력을 완전히 소진시켰다.

한편 동부전선에서도 북부군 집단에 배치된 제502중전차대대 소속 티거 1개 중대(실제로 7대 정도)가 43년 초 넉 달간 소련군의 동계 공세에 맞서며 2월 한 달간 24대의 KV 전차를 포함한 90대의 소련 전차를 격파했다.

쿠르스크 전투에서는 7월8일에 슈타티거 중사가 자신의 고장난 티거를 끌고 단독으로 22대의 T-34를 격파하며 적의 침투 공세를 좌절시켰다. LSSAH 제13중전차대대는 치타텔레 작전 동안 151대의 적 전차와 87문의 대전차포, 4개 중대의 야포와 무수한 다른 병기들을 격파했지만 중대의 티거 전차 14대 중 손실은 단 1대뿐이었다.

특히 당시 동부전선에 총 146대가 투입된 티거 전차가 최소 700대 이상의 소련 전차를 격파하며 보병의 전진 지원에 유효한 돌격병기임을 입증했다. 티거 전차의 가치는 43년 노획한 티거를 시험해 본 소련이 42년 초 등장한 중전차 무용론을 일거에 잠재우며 중전차의 개발을 계속하기로 결정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입증된다.

티거는 42년 7월부터 티거II가 생산되기 시작한 44년 8월까지 1354대가 생산됐다. 티거 전차는 군단 직할의 중전차대대 소속으로 운용되면서 공세에서는 적의 방어선을 돌파하고 방어전에서는 적의 기갑 예봉을 꺾는 중전차로서의 역할을 다했다.

또 미하일 비트만, 오토 카리우스, 요하네스 뵐터를 필두로 한 수많은 전차 에이스들을 낳았다. 연합국은 티거를 능가하기 위한 중전차의 개발에 노력했으나 티거에 준한 성능을 가진 전차를 만든 것은 44년 중반 이후였다. 그만큼 티거는 중전차의 존재 의의를 역사에 남긴 기념비적인 전차다.

< 우보형 전사연구가 >

< 출처 : 국방일보, 2005. 12. 26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