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가정에는 조상 대대로 전해 온 가보나 가계를 이룬 배경을 담은 족보 등이 있다면 부대에는 부대의 전통과 역사를 간직한 ‘부대 역사관’이 있다.

국방의 메커로 육·해·공군본부가 위치한 계룡대에는 이색적 부대의 역사관 형태인 육군 ‘명예의 전당’이 있다.

특히 육군 명예의 전당은 대부분의 부대 역사관이 부대 외곽에 위치하고 있는 것과 달리 계룡대 본청 1층 복도에 설치돼 있다.

따라서 계룡대 근무 육·해·공군 장병을 비롯, 군무원·근무원·일반 민간인의 상시 견학이 가능토록 편리성을 도모한 점이 더욱 돋보인다.

지난해 3월28일 개관한 육군 명예의 전당은 중앙 복도를 중심으로 동서남북 4개의 복도를 활용해 부대 전시관, 역사 사진관, 5천년 역사의 광장으로 꾸며져 있다.

먼저 부대 전시관은 부대 소개 문구와 창군 이후 6·25전쟁을 비롯해 베트남 전쟁, 대침투 작전 중 전사자 16만4998명의 명단이 부대별로 헌액돼 있다.

동쪽 복도에는 1·2·3·11사단과 유엔 참전국, 남쪽 복도에는 5·6·7사단, 남쪽 복도에는 8·9사단과 수도기계화사단, 서쪽 복도에는 12사단에서 76사단까지 그리고 육군본부와 야전군·군단 직할 부대의 전사자 명단이 동판에 헌액돼 있다.

또 이 명예의 전당에는 6·25전쟁에 참전해 먼 이국땅에서 전사한 유엔 참전 용사 3만7645명의 참가 전투와 현황을 전시함으로써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상기시키는 동시에 그들의 은공을 기리고 있다.

또 역사 사진관은 육군의 활동상을 사진으로 연출해 동서남북 복도에 항일 투쟁을 비롯해 육군 창군 과정, 6·25전쟁 발발로부터 휴전까지의 주요 국면, 베트남 전쟁 주요 전투 장면, 해외 파병 활동, 대민·국가 지원 행사 등이 전시돼 있다.

그리고 중앙홀은 5000년 역사의 광장으로 개국·삼국·남북국시대, 고려·조선시대, 항일 투쟁기와 6·25전쟁 등의 4개 전시관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우리나라 시조 단군으로부터 조선시대 성웅 이순신 장군,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인물 12명의 흉상, 해당 인물과 관련된 상징 부조물, 승자총통·신기전·화차 등 그 시대의 군사 장비를 대표하는 40여 점의 유물을 함께 전시했다.

12명의 역사적 인물은 국사편찬연구소·육군사관학교·전쟁기념관·육군 박물관 등의 관련 분야 전문가들에게 자문받아 외세 침략으로부터 국가를 수호하고 조국 독립에 헌신한 분의 관련 활동이 역사적 사실로 입증된 인물 중에서 선정됐다.

조형물은 조성화 환경조각연구소장 등 총 10여 명의 유명 조각가가 제작했다.

전시실 중앙 천장에는 우주와 인류 역사의 영속성을 상징하는 북두칠성 모양의 조형물을 새겼으며 주변 벽면은 독립운동, 6·25전쟁 주요 국면, 해외 파병 등에 관한 내용을 대형 이미지로 형상화했다.

이처럼 반만년 호국의 역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역사의 공간이 계룡대에 마련됨으로써 주요 인사(타군·외국군 망라)들의 육군본부 방문시 참관을 비롯해 육본 전입 장병과 모범 장병들의 견학 코스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 3월 개관 이후 현재까지 명예의 전당을 견학한 사람은 국내외 주요 인사 234명을 비롯해 현역 2319명, 민간인 966명 등 3517명에 이르고 있다.

이 중 외국군 주요 인사로는 일본 육상막료장과 사우디 지상군사령관, 미 육군 주임원사 등이 포함돼 있다.

이처럼 육군 명예의 전당은 이제 ‘호국의 도장’으로 자리 잡아 군 장병들의 호국 안보 의식 제고와 더불어 계룡대를 방문하는 국내외 주요 인사들에게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호국 역사를 알리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 “무형전력 증진 도장 적극 활용”



“육군 명예의 전당은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의 표상인 창군 이후 전사자들을 헌액함으로써 그들의 명예를 고양하고 오늘의 우리 육군이 그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는 데 있습니다.”

육군 명예의 전당 관리를 총 책임지고 있는 육군본부 군사연구실 군사관리과장 나성열(48·육사36기·사진) 대령은 “명예의 전당이 장병의 무형 전력 증진의 도장으로 적극 활용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나대령은 이어 “명예의 전당에 사진 자료, 역사 인물의 흉상과 부조물, 전사자 명단 등 다양한 전시물이 전시돼 있으며 그 중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으나 조국을 위해 숭고한 희생으로 국가를 수호한 한 분 한 분의 전사자 명단을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조국은 결코 고귀한 희생자들을 잊지 않고 있음을 강조했다.

나대령은 또 명예의 전당 설치와 관련해 “명예의 전당은 육군에서 처음 구상하고 설계해 설치했다. 초기에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전쟁기념관·박물관 등 관련 시설을 견학하고 사계 전문가 등의 자문, 각 부대 관계관들과 여러 차례 회의를 통해 최상의 설치 계획을 마련해 만들었다”고 하며 “앞으로도 좋은 자료가 수집되면 계속 보강 작업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나대령은 “명예의 전당은 ‘위국헌신 군인본분’의 고귀하고 숭고한 희생정신을 계승한 데 있는 만큼 언제나 개방돼 있다”며 “국군 장병을 비롯해 참전 유가족, 그리고 일반인도 누구나 방문할 수 있다”고 말하고 앞으로 많은 사람이 명예의 전당을 견학해 주기를 희망했다.

< 출처 : 국방일보 글=윤원식/사진=박흥배, 2006. 1. 4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