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동명장전’(海東名將傳·사진)은 우리나라 명장 55명의 전기를 엮은 책이다. 조선 후기의 문신이자 대학자인 이계 홍양호(洪良浩·1724~1802)가 1794년 펴낸 이 책은 삼국시대 선비정벌전(B.C. 9)부터 병자호란(1636)에 이르기까지 조국의 운명을 건 전쟁에서 나라를 지켜낸 영웅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 전통 서적 중 장군들의 전기만을 묶어서 펴낸 책은 해동명장전이 유일하다. 조선시대만 해도 김육이 지은 ‘해동명신록’, 남공철의 ‘고려명신전’, 이존중의 ‘국조명신록’ 등 수많은 전기류가 쓰여졌으나 이들은 하나같이 문신 중심의 전기다. 무관을 멸시하고 하찮게 여기던 숭문비무의 분위기에서 나온 현상이다.

그런 일반적인 경향을 벗어났다는 점만으로도 해동명장전은 독특한 가치를 지녔다고 할 수 있다. 홍양호는 책의 서문에서부터 “세상에서 문과 무라는 두 가지 큰 일이 있다”며 “문무를 병행하지 않고 나라를 제대로 다스린 사례는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무를 멸시하는 조선시대의 사회적 분위기에 일침을 가한 것.

홍양호는 해동명장전에서 “삼국시대나 고려시대에 비해 조선이 약했다”고 평가하고 그 이유로 “문치에만 힘 쓰고 무력을 기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조선이 임진왜란을 겪고서도 안일과 무사에 빠져 있다 병자호란의 치욕을 당하고 말았다고 생각한 홍양호는 그 교훈을 잊지 않기 위해 해동명장전을 집필했다고 밝히고 있다. 국방의 중요성을 알리겠다는 뚜렷한 목적 의식을 가지고 해동명장전을 쓴 것이다.

홍양호는 일찌기 ‘지난 날 김종서와 윤관이 개척한 우리 강토/나라의 힘과 병력으로 개척한 것이었도다/위급할 때 맨주먹으로 적을 소탕했나니’로 시작되는 임명대첩가(臨溟大捷歌)를 지어 영토 확장에 기여한 윤관·김종서를 예찬했다. 기껏해야 임금에 대한 충성이나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조선시대 일반적 문신들과 확연히 다른 성향을 가진 인물이 홍양호였던 것이다.

책에 등장하는 장군들은 김유신 등 신라 5명, 을지문덕 등 고구려 3명, 백제(흑치상지) 1명, 강감찬 등 고려시대 인물 22명, 이순신 등 조선시대 인물 24명 등이다. 수록된 장군들은 대부분 외적의 침략을 극복하는 데 공을 세운 이들이지만 묘청의 난을 진압한 김부식 등 국내 반란을 제압한 인물들도 포함돼 있다. 내용은 기존 역사서나 문집 등에 나온 내용을 재편집한 것이 대부분이지만 자신이 직접 수집한 전설이나 금석문에서 새로운 사실을 발췌, 추가한 것도 있다.

현대 이후 쓰여진 각종 명장전들도 해동명장전의 기본 틀을 벗어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해동명장전이 지금도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책이라는 뜻이다.

해동명장전이 책의 형태로 최초 간행된 시점은 분명치 않으나 현존 최고 판본은 3책으로 나뉘어 1816년 목활자로 인쇄된 것이다. 이후 1911년 광문회에서 단권으로 묶은 활자본이 다시 간행됐다.

오늘날 서울대 규장각과 한국학연구원 장서각 등에 조선시대 판본의 해동명장전이 소장돼 있다. 국방부 전사편찬위원회에서 1986년 한글로 번역본을 발행하기도 했다.

< 출처 : 국방일보 김병륜 기자, 2006. 1. 9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