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사무스윅 램비스로에 위치한 전쟁박물관은 과거 정신병원으로 사용했던 건물을 증·개축, 1920년에 개관했다. 박물관 입구에는 초대형 화포 2문이 전시돼 있어 마치 영국의 자존심을 드러내고 있는 듯했다.

전시는 ‘영국의 전쟁 수행’에 관한 주제로 세계대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전쟁의 승리와 찬란한 역사를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전시의 초점은 영국과 영연방을 포함한 영웅적인 인물들의 활동과 당시 상황을 부각하는 데 두고 있다.

전시실에는 항공기 공중전시를 포함해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첫 번째로 포탄을 발사했던 Royal Horse Artillery의 13파운드 대포, 1942년 여름 사막 전선에서 독일 로멜 전차군단의 Panzer Mark Ⅲs·Ⅳs전차에 대항한 몽고메리 휘하 영국군 제8여단이 사용한 M3 Grant전차, 독일군의 미사일(V1·V2), 그리고 적 지역을 관측할 수 있는 높다란 관측경이 우리의 주의를 끌었다.

특히 유대인 대학살 전시실에는 1933년부터 45년까지 나치의 유대인 탄압·학살 만행에 관한 내용과 유대인들이 사용한 유품들이 전시돼 있었으며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대형모형으로 재현해 놓았다.

첩보전쟁 전시실에는 정보기관 요원들의 은밀한 활동세계, 비밀작전과 영국 첩보부대의 활동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전시품 중에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스파이가 사용했던 보이지 않는 잉크, 암호 코드집도 전시돼 있다.

또 한국전쟁 특별전시실은 ‘한국으로부터의 외침’(Voices from Korea)이라는 주제로 영국군의 전투상황과 복식류, 무기 및 장구류, 그리고 관람객들이 참전용사들의 증언록을 직접 청취할 수 있도록 오디오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전쟁박물관에서는 연간 특별기획전시회를 8회 이상 개최하고 있다. 특히 ‘참호전투’(The Trench)에 대한 특별기획전시회는 실제규모로 참호를 제작, 내부에 소대장실과 병사들의 휴식공간, 취사장, 탄약고, 보급실 등을 사실감 있게 연출해 흥미를 더해주고 있다. 특히 포로 후송, 각종 총기 소리, 장병들의 전투식량 소개, 그리고 동절기 동상 치료방법 등을 복합적으로 구성해 당시의 전투상황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게 했다.

교육프로그램은 세계대전시 영국군의 활약상에 대한 전쟁역사교실, 전격전 체험교육, 런던 시내 주택변천사 교육, 그리고 전쟁 당시 독일군이 영국군을 학살했던 장면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생존자들의 증언 코너도 운용하고 있다.

전쟁박물관은 광범위한 관람객 확보와 대(對)국민교육 서비스를 위해 다양한 형태로 네 개의 다른 지역에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즉 전시내각지휘소(Cabinet War Room), 벨파스트호 함상박물관(HMS Belfast), 덕스포드 전쟁박물관(Duxford IWM), 맨체스터 전쟁박물관(North IWM)이 있다.

전쟁박물관은 문화부 산하기관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전체 예산의 50%를 정부에서 지원받고 있다.

박물관의 구성인원은 250여 명으로 이중 35%에 해당하는 85명이 학예연구·교육분야에 보직돼 시대별 전쟁사 및 전시품 연구와 교육프로그램을 운영·개발하고 있다.

필자는 세계 7개국 군사박물관의 방문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특히 한 나라의 군사력은 그 국가의 존립을 좌우한다는 점을 또다시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

또 유럽의 주요 국가들은 무(武)의 역사와 전통을 소중히 여기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자라나는 다음 세대에게 계승하고자 애쓰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전쟁기념관 학예연구관 김용남>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3. 8. 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