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덕수궁 경내에 궁중유물전시관이 있다. 이 전시관은 조선 왕가에서 사용하던 생활물품과 왕가 소유 문화재를 보관하는 전문 박물관이다. 궁중유물전시관에 소장된 유물 중에는 군사문화재도 적지않다. 그 대표적인 유물 중 하나가 이성계(재위 1392~1398)가 사용했다고 전해지는 칼인 태조 어도(御刀)다.

이 칼은 전체 길이가 146cm이며 손잡이는 어피(魚皮)로 감싸여 있다. 손잡이 끝에는 용머리를 조각하고 다시 단청을 칠했다. 이 칼은 칼등이 일반 칼과 반대 모양으로 휘어져 있으며 칼끝에는 칼등 쪽으로도 날이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동일한 형태의 칼이 국내는 물론 중국·일본에도 없기 때문에 이 칼의 ‘특이한 형태는 전통 도검 연구가들 사이에서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칼이 가진 또 하나의 의문점은 과연 이 칼이 진짜 이성계가 사용한 칼이었는지 여부다. 궁중유물전시관 서승우 전시계장은 “이 칼은 조선 왕가에서 이성계의 칼이라고 구두로 전승돼 내려왔지만 이를 증명할 문헌적 기록은 아직 확인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임진왜란 이전으로 소급되는 전세품(傳世品) 칼은 많지 않다.

전통 도검 연구가인 이석재 경인미술관장은 “이성계가 사용했다면 600년 이상된 칼이지만 칼날 보존상태가 너무 좋아 칼날만으로 본다면 200년 이상 됐다고 믿기 힘들 정도”라고 평했다. 이 칼을 실제 이성계가 사용했는지는 불확실하지만 왕실에서 소중히 전승해 온 칼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 칼은 이런 학술적 논란의 대상일 뿐만 아니라 방송 사극의 인기있는 소품으로도 유명하다. 성황리에 방영된 ‘태조 왕건’의 궁예가 자살하는 장면에서 사용한 칼이 바로 태조 어도를 본떠 만든 칼이다.

최근 모 방송사가 방영하고 있는 대하드라마 ‘무인시대’에서 정중부(김흥기 분)가 김돈중을 죽일 때 사용한 칼도 역시 태조 어도를 모방한 소품이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3. 8. 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