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연구소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공군사령관 출신 헨리 H 아널드의 제의로 더글러스 항공사(현재 보잉-맥도널 더글러스)와 공군이 뜻을 모아 1948년 설립됐다. 당시 300명의 연구원으로 1000만 달러짜리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한 이 연구소는 현재 1000여 명의 전문 연구인력이 포진해 있는 명실상부한 싱크탱크로 성장했다. 산타모니카 해변 기슭에 본부가 있으며 워싱턴 DC 외곽과 피츠버그 등 미국 내 뿐만 아니라 네덜란드 등 유럽에도 연구소를 두고 있다.

랜드연구소의 가장 큰 무기이자 자랑거리는 ‘국가적인 자원’으로 불리는 연구인력이다. 산하에 대학원(박사학위 과정)을 두어 싱크탱크 전문가들을 훈련시키는 한편 싱크탱크 속의 또 다른 두뇌집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 이 연구소가 발표한 연구성과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전후 국가 건설에서 미국의 역할’을 주제로 한 보고서다.

모두 263쪽으로 된 이 보고서는 이라크 전쟁 종전 후 국제사회의 최대 관심사가 된 이라크 재건에 초점을 맞춰 그동안의 사례연구에서부터 대처 방안까지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일본에서부터 코소보·아프가니스탄까지 그동안 미국이 개입한 각종 분쟁 후 국가건설의 사례·교훈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 문제와 관련, 랜드연구소는 2001년 아시아 전략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동북아에 집중된 미군 전력의 동남아 분산 ▲아시아 중추기지로 괌의 활용 ▲오키나와·필리핀·베트남에 근거지 증설 등을 제안했으며 이는 이른바 ‘럼스펠드 독트린’에 그대로 반영됐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주한미군 재배치에 관한 문제도 이 연구소의 연구결과를 근거로 한 부시 행정부의 신국방정책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랜드연구소와 한국과의 인연은 6·25전쟁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전회담에서 이 연구소의 보고서가 미군과 유엔군의 협상지침이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93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 등으로 핵 위기가 고조되자 북한과의 핵전쟁을 가상해 ‘전쟁 게임’(war game)을 실험하는 등 시나리오를 통한 전력분석을 한 바 있다.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을 앞둔 최근에도 랜드연구소의 니나 해치지언 아시아태평양정책국장이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지에 대한 기고를 통해 대처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대화에 실패해도 외교에 매달려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미국이 북한 핵개발 저지라는 단기적인 필요와 북한정권의 변화라는 장기적인 비전을 구분해야 한다며 외교가 핵문제 해결의 유일한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부시 행정부 일각에서 단기적으로 경제제재를 통한 북한정권 고립주장이 힘을 얻고 있던 때였다.

지난 5월 방한한 랜드연구소 책임연구원 브루스 베닛 박사는 현재 한국군의 자체 전력은 북한의 83% 수준이라고 주장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랜드연구소는 이 외에도 비록 폐기됐지만 한국의 해녀에 관해서도 연구했을 정도로 다양한 분야에 연구의 촉수를 뻗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랜드연구소는 탈냉전 이후 군사 외교·대외정책 등의 전통적 관심분야에서 보건·지역사회 치안 등 민간부문으로까지 관심영역을 확대, 이제 세계 각국의 도시·환경·교통문제를 해결하는 세계의 싱크탱크로 역할을 넓혀가고 있다.


미국 랜드(RAND)연구소는 자타가 공인하는 미국 최고의 국방 싱크탱크다. 흔히 ‘미사일에서 뇌졸중까지’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이 연구소의 연구 영역은 방대하다. 미국 내 안보 및 정치·경제에서부터 세계 군사전략·테러리즘·보건·지역문제·어린이·교육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분야에 대한 연구결과를 쏟아 내고 있는 것이다. 랜드연구소의 프로젝트 중 절반 이상이 미 국방부 극비 정책으로 채택될 정도로 이 연구소의 연구 결과는 미국의 국방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 랜드연구소 국내 인맥

국방硏 전경만박사 1호 한용섭교수 연구위원 활동

미국 랜드연구소를 통해 국내의 국방전문가도 다수 배출됐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전경만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 센터장(공공정책학)과 한용섭 국방대 교수(안보정책학).

이들은 까다롭기로 유명한 랜드연구소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전박사는 1986년 ‘후진국 방위산업 및 무기 교류’로, 한교수는 91년 ‘한반도의 군비 통제’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따라서 전박사는 국내 랜드연구소 박사 1호다. 이들에 따르면 랜드대학원은 선발에서 논문 통과까지 일반대학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엄격한 검증절차를 거친다.

“국가안보·경제정책 등 다섯 분야에 걸쳐 12명 만을 박사과정 신입생으로 뽑습니다. 미국 대학원(석사)에 준하는 자격은 기본이고 공공분야에서의 실무 경험(work experience)까지 요구합니다.”

박사학위 취득 후 98년부터 2년 간 랜드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한 한교수는 “이처럼 어렵게 들어온 뒤에도 실제로 박사학위 논문까지 통과된 경우는 절반에도 못 미친다”며 “3년 간의 박사과정 기간 중 해마다 90일 이상을 랜드연구소 연구위원들이 수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참여해 성과를 낼 것을 요구할 정도로 까다로운 검증절차를 거친다”고 말했다.

한교수는 랜드연구소 연구위원으로 재직하는 동안 ‘북한의 핵협상 행태’ ‘한국의 햇볕정책 평가’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정민 연세대 교수도 랜드연구소 연구위원으로 재직했다. 이들 외에 국내의 다수 인사가 랜드연구소에서 연수 등의 과정을 거치며 연구활동을 벌였다.

키프로스 평화유지군 사령관으로 있는 황진하 중장, 합참 전략기획본부장 권안도 중장, 김희상 청와대 국방보좌관, 황병무 국방대교수 등이 랜드연구소 출신이다.

이들 랜드연구소 출신 인사들은 90년대 중반부터 랜드한국동창회를 만들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있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3. 8. 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