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모기동부대의 탄생

해전에 있어서 항공기는 보조적인 역할을 담당하였지만 해전에 있어서 항공기를 사용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그 만큼 항공기는 해상작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었다. 이러한 사상을 더욱 발전시켜 항공모함을 해전에 본격적인 타격전력으로 활용하려는 생각을 한 국가가 미국과 일본이었다.

일본은 1932년 상해사변, 그리고 1937년 중일전쟁시 제공권을 획득하여 적의 항공기지를 공격하고, 상륙작전을 지원하며, 대지공격작전이나 전략시설에 대한 공격작전 등 현대의 항공전의 원형이 될 만한 각종 항공전술을 개발했다. 하지만 작은 섬나라인 일본에서 발진하는 항공기가 중국까지 진출하여 본격적인 항공작전을 벌일 수는 없는 일이었고 따라서 일본은 항공기들을 해상항공병력으로서 편성하여 육상에 투입하는 전술을 연마하였다. 이리하여 1937년 항모“류우조”, “호오쇼”를 중심으로한 제1항공전대와 항모“가가”를 중심으로 한 제2항공전대를 상해만에 전개시켜 본격적인 항공작전을 개시했다. 이처럼 일본해군은 중일전쟁을 통해 장차 태평양 전쟁에서 벌일 모든 형태의 해상항공전력의 활용을 체험했으며 이러한 실전경험으로부터 항공기의 운용법, 전술, 장비, 지원능력 등이 급속히 향상되었다.

하지만 일본 연합함대내에서 아직 함대 결전의 주역은 전함의 주포라는 사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고 전함없이 항공모함만을 운용하는데 대해 불안감을 가진 지휘관들도 많이 있었기 때문에 아직 항공모함이 연합함대 타격력의 주역으로 인정되지는 못했고 1935년 경에는 전함을 중심으로 한 제1함대에 제1항공전대가, 순양함을 주역으로 하는 전위부대인 제2함대에 제2항공전대가 배속되었다.

후에 항공기의 성능 향상에 따라 1937년에는“주력부대가 결전을 벌이기 전에 적의 항모와 주력함을 선제 공격하여 전장의 제공권을 획득하고 적을 약화시킨다.”“주력의 결전에 보조를 맞추어 적함대 주력을 공격한다.”라는 등 항공기의 공격병기로서의 유용성이 인정되어 함정에 대한 어뢰 공격이나 폭격훈련이 집중적으로 행해졌다. 이후 다시금 항공기를 통일적으로 지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 1941년 독립부대로서 제1항공 함대가 탄생했다.

한편 항공모함을 발전시킨 또 하나의 국가인 미국은 기본적인 사상은 일본군과 대동소이했다. 함대훈련시 항모부대를 전함부대와 분리하여 하와이를 기습한 지휘관도 있었지만 일반적으로는 주력함대의 전방 약 200-500마일에 전위부대를, 전함을 중심으로 한 주력부대의 주변에 순양함과 구축함을 배치하고 각각의 부대에 항모를 배치하는 식의 편성이 행해졌다.

2차대전 발발 당시 미군은 전함 17척을 보유하고 있었고, 일본군은 10척을 보유했다. 항공모함은 미군이 8척을 보유한 반면 일본 연합함대는 개조항모를 포함하여 10척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처럼 일본보다 강대국이었던 미국이 항공모함을 오히려 일본 해군보다 덜 보유했던 이유는 아직은 전함이 더 경제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 논리는 다음과 같았다.

16인치포 9문을 장착한 전함은 1톤에 가까운 포탄을 발사할 수 있으며, 1분마다 일제사격이 가능하다면 1시간 40분 동안 900발의 포탄을 발사할 수 있다. 만일 16인치포 전함이 15척 있다면 발사할 수 있는 탄환은 1시간 40분 동안 13,500발이 된다. 한편 폭격기를 사용하여 같은 양의 화력을 발휘하고자 한다면 항공기 1대에 2,000파운드 폭탄 1발밖에 장착할 수 없으므로 전함 1척에 해당하는 화력을 얻기 위해 900대의 항공기가 필요하고 전함 15척에 해당하는 화력을 발휘하려면 13,500대가 필요하게 된다. 그리고 폭격기의 취역연수는 6년 정도이고 전함은 약 26년간 취역할 수 있으므로 항공기는 연 58,500대가 필요하게 된다.

이를 경제적으로 비교한다면 전함 1척이 약 5천만 달러이므로 15척이면 7억 5천만 달러, 항공기 1대가 25만 달러 정도이므로 58,500대라면 총 145억 2,500만 달러가 필요하다. 폭격기의 명중률을 전함의 4배로 잡는다고 해도 3,375대가 필요하고 그 비용은 35억 달러, 또한 항공기는 항공모함에 탑재하여 운반하여야 하므로 항모 1척에 75대의 항공기를 탑재한다고 하면 45척의 항모가 필요하고 그 건조비용은 1척에 3천만 달러로 보면 13억5천만 달러가 된다.

결론적으로 전함을 사용한다면 15척에 7억 5천만 달러만 들이면 될 것을 항공기로 이와 같은 화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45척의 항모와 3,375대의 항공기가 필요하므로 비용은 총 48억 5천만 달러가 되어 전함보다 비경제적이라는 것이었다.

한편, 항모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영국의 경우에는 소형항공모함에 함재기를 탑재하여 정찰 및 대잠초계, 적함에 대한 어뢰공격 등에 사용하였으나 그 규모나 전력면에서 미국이나 일본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세력이 미미하였다.

< 출처 : 해군본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