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평양 잠수함구조훈련(PACIFIC REACH 2002) 사전 회의차 일본 요쿠스카를 방문했을 때 인근부두에 전시된 러·일전의기함미카사(三笠)함을 보고 그 웅장한 위용에 감탄한 적이 있다. 일본은 2차대전 패전의 아픈 기억을 과거 러·일 전쟁 승리의 상징인 미카사함을 통해 보상받으려는 듯해 보였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미카사함도 2차대전시 일본에게 패배를 안겨준 미 해군원수 니미츠제독이 없었다면 오늘날과 같은 외양을 갖출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일본의 2차대전 패전후 미군정 하에서 미군들에 의해 미카사함이 파손될 수 있었지만 니미츠제독은 이를 방지하였고, 이후 미군철수후에도 포가 제거되고 일부 파손된 채 전쟁의 아픈상처로 일본인에게조차 버림받은 미카사함의 복구의 불꽃을 처음 피우게 한 것도 니미츠제독이었다.

사관생도 함정실습차 일본방문시 러·일전쟁의 명장 도고제독을 만났고 평생 그를 흠모했던 니미츠 생도는 나중엔 태평양해전의 승전을 이룬 주역 니미츠 제독이 되었다.

도고 제독에 대한 존경과 관심으로 일본인의 국민성과 일본 해군의 특성 및 전략을 이해하고 제독으로서의 꿈을 키웠던 니미츠생도가 2차대전 태평양전쟁에서 적으로 만난 일본과의 해전에서 승리를 거둔 태평양함대 사령관이 되었던 것은 결코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2차대전시 해전은 태평양해전과 대서양해전으로 양분되며 이를 주도했던 명장은 니미츠 제독과 되니츠 제독이었다.

태평양전쟁의 주역을 맥아더장군으로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태평양전쟁은 무대가 바다였고 그 무대의 감독은 니미츠 제독이었다.

되니츠 제독은 2차대전 대서양 해전의 주역으로써 약한 해군력을 가진 국가가 강한 해군력을 가진 강대국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잠수함전을 통해 보여주었고 이로 인해 대서양을 봉쇄하고 영국을 아사직전까지 몰고 갔는가 하면 연합국의 아프리카 전선 투입을 지연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비록 그가 패장이라고는 하지만 대서양해전에서 그보다 더 큰 역할을 했던 제독은 없었다. 서로에게는 적대국이지만 군에서의 최고 계급에까지 진급한 성공한 이들 두 제독의 삶속에서 많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 출생과 성장

니미츠 제독은 1885년 2월 24일 출생하여 1966년 2월 20일 사망하였으며 되니츠 제독은 1891년 9월 16일 출생하여 1980년 12월 24일 사망하였으니 동시대를 살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두제독 모두 독일계다. 니미츠의 조상은 독일귀족 집안의 명가였으며 그 할아버지대에 미국으로 이주하여 독일이주민 집단에서 독일문화속에 성장하면서 독일어와 영어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었다. 두제독 모두 독일식의 냉정하면서도 사리판단에 정확성을 추구하는 성향을 갖추었다. 또한 어려운 성장환경을 들 수 있다.

니미츠는 유복자였으며 되니츠는 4살 때 어머니를 잃었다. 세상은 이들을 단련시켰으며 군인으로서의 인내력을 키웠다.

< 출처 : 해군본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