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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美 동맹의 변화와 한국 해양력




21세기 한반도 안보 지형이 변하고 있다. 한·미 동맹관계에도 일련의 전환이 예상된다.

우리의 군 전력 구조는 물론, 향후 전략에도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미국은 부시 행정부의 등장과 함께 중국을 위요하는 아·태 지역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고 첨단 군비에 중점을 두었다.

군사혁신(RMA), 미사일 방어(MD), 대 테러 정책(Counter-proliferation Policy), 그리고 우주 및 사이버 스페이스 전쟁 (Cyber Space Warfare) 등 다양한 전략 개념들이 부각되었다. 여기에 국제 테러 변수가 가세하면서 미국의 21세기 군사 전략 개념은 더욱 탄력을 받았다.

전 세계에 배치하고 있는 주둔 미군의 성격과 규모도 변화하고 있다. 지상군은 줄고, 해·공군의 역할과 기능이 강화되고 있음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주한 미군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참여 정부의 출범과 함께 화두가 된 한·미간 동등한 동반자 관계, 우리 내부의 자주국방론 및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미묘한 입장차는 미국이 비공식적으로 추진해 왔던‘그들만의’對한반도 전략 수정을 다소 거리낌없이 공식화하는 촉매로 작동했다. 여기에 한·미 양국간에 보이지 않는 심리적 균열도 심화되는 양상이다.

단적으로 볼 때, 미국은 주한 미군을 축소시킬 것 같다. 예컨대, 한국군 전투병의 이라크 파병 문제를 둘러싸고 우리 사회 내부에 남·남 갈등이 첨예화한 상황에서, 미국측 관계자는“이라크 전투병 파병과 미 2사단 감축과는 무관하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러자 국내의 많은 관전자들은 우리가 이라크에 전투병을 보내 주지 않아도, 미국이 2사단 감축을 감행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미국은“한국이 이라크에 전투병을 파병해도, 미국의 일정에 따라 2사단의 후방 배치 및 감축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미로 한 말이었음이 점차 밝혀지고 있다. 환언하면, 한국은 미국의 의도를 한국의 희망적 관측에 따라 잘못 해석했던 것이다.

결국, 미국은 그들의 21세기 전략 스케줄에 추호의 차질도 없이, 또한 그들의 국내정치 상황을 반영하며 전 세계적인 미 지상군 감축을 실현할 것이다.

독일과 사우디아라비아뿐 아니라, 한반도에서의 지상병력이 감축될 가능성은 높다. 이제는 전방에의 대규모 배치가 아닌 신속 동원 및 병력 투사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미군이 널리 퍼져 있을수록 그들이 쉽게 적의 공격 대상으로 노출된다는 정치적 부담도 작용했다.

나아가, 보이지 않는 테러 집단이나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는 불량국가를 응징하기 위해서는 선제공격이 불가피하고 이를 위해서도 병력의 신속 투사가 대규모 전방배치보다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동맹(alliance)보다는 광범위한 제휴(alignment)를 강조하면서, 원격 조정식의 세력 균형자 내지는 안정자가 되기를 원하는 것이다.

반면에, 해·공군력에 대한 강화 계획은 이미 클린턴 대통령 임기 말부터 공론화된 사안이다.

중국의 부상에 따른 아시아의 중요성도 한 몫 했다. 나아가 북한 핵문제 및 장거리 미사일 개발은 미·일 협력에 의해 이지스함에서 발진하는 對중·단거리 미사일 방어, 즉 추진단계(boosting phase) 초입에 적을 응징하는 미사일 방어 전략을 정당화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물론, 미국의 궁극 목표는 국제 사회에서의 유일 초강대국으로서 그들의 패권을 지속시키는 데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의 기존 방위 공약에 변화가 생길 때, 이를 대체하는 대안의 비용은 더 많이 든다는 데 있다. 이렇게 볼때, 안보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대미 정책은 심각할 정도의 미성숙을 드러낸 측면도 많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미국의 對한반도 전략 수정이 한국의 해군 및 해양력에 주는 함의를 따져 보겠다.

미국은 해외 주둔지상 병력은 줄이는 대신, 해·공군력은 좀 더 강화하여 그들의 기동성, 타격 및 살상 능력을 보완, 강화해 나갈 것이다. 한반도상의 미 해군 병력은 증강되리라는 추정이다.

한편, 미국이 지상군을 감축할 경우 한국은 전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지상 병력의 강화를 서두를 것이다. 정치적 수사로서의 자주 국방이 아닌, 실질적 자주 국방의 과제가 목전의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국방 예산을 고무줄처럼 신속하게 늘여 나갈 수 없는 정치 현실 속에서, 실질적 자주국방을 꾀하는 일은 난제 중의 난제다. 예산상 운영의 묘뿐 아니라, 단기 전력보완 과제에 집중하다가 장기적 전략 강화를 위한 과제 추진을 놓칠 개연성도 있다.

이렇게 볼 때, 21세기 한국 해군력의 발전 및 강화 정책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군력이 지속적으로 강화되어야함은 불문가지이다. 미국이 해·공군력을 강화하면 소위 2류 강대국들도 자국의 해·공군력을 강화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중국과 일본의 해양력 강화 노력이 이를 증명한다.

나아가 자주 국방을 강조하면서 지상 병력에만 초점을 맞추고 해양력을 동맹국인 미국에 의존할 경우, 우리 전력의 대미 종속은 더욱 심화될 수 밖에 없다.

사실, 그동안에도 육군 중심으로만 군비 강화를 추구한 결과 육군과 해군 간에 병력 운용 및 여러 가지 차원에서의 불균형이 노정된 바 있다. 더욱이 수상함 전력, 항공 전력 및 수중 전력이라는 입체작전 능력의 완비를 위해서도 해군력의 꾸준한 강화는 불가결하다.

군의 특성상 해군은 공군과 마찬가지로 인력보다는 기술이 중시되는 분야라, 전력 건설에도 막대한 투자비용이 소요된다. 인력이 강조되는 육군과의 차이점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우리가 해군력을 강화해야 할 이유는 많다.

국제사회가 냉전이 끝나고 탈냉전(post Cold War)의 과도기를 거쳐 탈 탈냉전(post post-Cold War)의 시기에 돌입했지만, 한반도는 아직도 냉전과 탈냉전 및 탈 탈 냉전의 모든 속성을 공유하는 실정이다.

휴전선의 남·북 대치가 냉전 상황이라면 남·북간 활발한 인적 교류 및 협력은 탈냉전 상황을 대변하고 있다. 반면, 북한의 국지 도발 및 침투 행위는, 불가시적이고 불가예측의 테러 행위로 일반화되는 탈 탈냉전의 특성과 유사하다. 우리 해군은 한반도 안보의 특성상, 냉전의 속성인 정규전뿐 아니라 탈 탈냉전의 한 현상인 비정규전에도 대비해야 한다.

서해 교전이 웅변하듯, 북한이 고속 침투정이나 소형 잠수정 등을 이용해 도발을 감행할 경우 정규전 전력으로 대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더욱이 우리가 방어해야 할 해안선의 길이는 거의 6천km에 육박해, 북한이 다양한 침투 수단으로 도발을 감행할 경우를 대비한 사전 긴급 계획과 차단 능력 고양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 해군의 주요 기능이 된다.

이렇게 볼 때, 한국 해군이 갈 길은 멀고도 험하다. 해군 잠재 능력의 고양과 동맹국인 미국과의 작전 및 전략협조, 예산 확보를 위한 설득 논리 개발 등 과제도 산적하다. 나아가 주변국은 말할 것도 없고 아·태 지역 해군과의 인적 및 정보 교류 활동도 더욱 가시화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주인공인 해군의 사기를 진작하고 애국심을 고양할 발판을 다지는 일이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제 반세기를 훌쩍 넘긴 대한민국 해군의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마련되고, 21세기 안보 전략에 명실상부한 중추로 자리매김할 것을 기대해 본다.

해군 지도부의 역할과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할 것 같다.

< 출처 : 해군본부 >

2004-04-06 16:4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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