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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奇拔)한 소해작전(掃海作戰)

6·25사변이 발발하던 해인 1950년 9월, 인천 근해에서 각종 임무를 띠고 활약하고 있던 PCE703함은 여수로부터 철수한 백남표(白南杓) 육전부대를 목포에 상륙시켜, 동 지구의 괴뢰지상군을 소탕하라는 작전명령을 받았다.

이리하여 703함은 급거 목포로 향해 남하하기 시작했다.

우리 상륙군은 수송선과 징발한 발동선 2척에 실려 TMS301정과 YMS 504정의 호송을 받아 10월 1일 목포근해에서 703과 만나기로 되어 있었다.

지정된 10월 1일, 목포 해안에 이른 703함은 상륙부대가 나타나기를 이젠가 저젠가 하고 기다렸다. 그러자 해질무렵이 되어 부근 해상에 함정의 그림자가 나타났으며, 이어 피·아의 신호로 상륙부대의 호송함인 YMS 504정임이 확인되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얼마 후 일대 폭음과 함께 504정은 거대한 물기둥 속에 잠겨 버리고 말았다.

괴뢰군이 부설해 놓은 기뢰에 접촉한 것이다. 그러나 천만다행히도 504정은 가라앉는 위기는 모면했다.

703함은 전속으로 현장에 접근하여 504정의 배수작업을 하고 승조원들을 옮겨 실었다. 이 504정의 기뢰접촉으로 부근해상에 기뢰가 부설되어 있다는 확증이 굳어졌다.

703함 함장 이성호(李成浩) 중령은 이 사실을 즉각 본부에 보고하고 목포 상륙작전을 24시간 연기토록 하는 건의를 상신했다. 부근의 소해작업을 하지 않고는 상륙작전을 감행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소해정이 아닌 전투함이 어떻게 소해작업을 한단 말인가?

당시 우리 해군에는 소해장치를 한 소해정이 한 척도 없었던 것이다.

함장 이 중령과 부장 현시학(玄時學) 소령은 여로모로 연구와 검토를 거듭한 끝에 마침내 기상천외의 소해작전을 전개키로 의견을 모았다.

즉 상륙군 1개 소대씩이 분승하고 있는 두개의 징발된 발동선의 병력을 703함으로 이동시키고, 그 발동선의 선미로부터 500야드 길이의 4분의 3인치 와이어로프를 한쪽 끝씩을 내려, 그 긴 와이어가 두 선박이 전진함에 따라 U자형이 되게 하고, U자형 와이어가 물속의 일정한 깊이에 있게 하기 위해서 중간 중간에 부표를 매달아 두 선박으로 하여금 끌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멸치잡이 어업방식으로 소해작업을 하자는 것이었다.

기뢰색이 와이어에 걸리면 마찰끝에 끊어지거나, 아니면 양 선박이 끌고 간 항적으로부터 제거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부표는 3인치포의 포탄케이스인 알미늄 수밀통을 쓰기로 했다. 그야말로 기발한 그러나 그 당시의 입장으로서는 최선의 소해방법이기도 했다.

작업은 즉각 시작되었고, 부근 해상에 있던 301정과 504정으로부터 쓸만한 와이어가 모조리 징발되었다. 이렇게 모아 보니 450야드 가량의 길이가 되었다. 그러나 이 와이어를 연결시키는 작업은 손쉬운 것이 아니었다. 함장은 직접 현장을 지휘하는 한편, 3인치 포탄의 알미늄 케이스를 모조리 갑판 위에 운반해서 쓸만한 것 50여 개를 골랐다. 그리고 이 알미늄 케이스의 허리에 길이 4미터의 16분의 5인치 와이어를 단단히 묶었다.

10월 2일 새벽 703함장은 상륙군 지휘관인 백남표 소령에게 소해계획을 설명하였다. 발동선이 앞서고 그 뒤를 따라가며 절단될 기뢰를 설치하며, 또한 그 뒤를 301정과 수송선이 따르는 진형을 취하기로 하였다.

이리하여 사상초유의 전투함정의 소해작전이 전개되었다. 두 개의 급조 소해선은 150야드의 간격으로 상륙지점인 목포항을 향해서 전진을 시작했다. 과연 뜻대로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인지 장병들은 기대와 초조와 긴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소해선을 응시했다. 그러자 소해색의 U자형 구부러진 부분에 연결된 32개의 부표중 24개만이 겨우 해상으로 끌려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24개의 부표가 해상에서 계속 U자형을 그리고 있는 동안, 소해색은 수면 밑 3.5미터의 깊이를 긁고 있을 것이며, 만일 제류기뢰가 남아 있다면 반드시 이 줄에 걸려들 것이었다.

12시 경, 편대가 목포입구 등대 앞에 이르렀을 때, 소해색 부표부근에서 부표가 끌리는 것보다 더 강한 물결이 일고 있는 듯 하더니, 검은 물체가 불쑥 솟아 올랐다. “이크! 기뢰로구나”생각하고 쌍안경으로 살피니 해초가 붙어 있는 검은 빛깔의 둥근 물체인데, 촉각이 있는 점으로 보아 기뢰가 분명했다. 그들은 기관총 사격을 가했다. 70여 발을 쏘았을 때에야 비로소 그 기뢰는 폭음과 함꼐 물기둥을 일으키며 폭파되었다.

“기뢰를 터뜨렸다!”

“만세! 만세!”

함내는 함성으로 뒤덮였고, 함장 이 중령의 얼굴에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 홍조의 빛이 보였다.

편대는 또다시 전진을 계속하였다. 편대가 상륙해안에 위협사격을 가할 위치에 도달할 때까지 기뢰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고, 상륙부대는 적의 소총에 의한 저항만을 받으며 드디어 목포에 상륙했다. 이튿날인 10월 3일 아침부터는 301정에 703함 장병이 파견되어 전날과 같은 요령으로 계속해서 부근 일대의 소해를 실시한 결과, 기뢰 3개를 절단ㆍ폭파시켰다.

다음 날 상륙군이 목포부근을 완전히 소탕하고 목적지 확보가 완료되자, 703함은 301정(함장 박기정 대위)과 더불어 본격적인 소해작업을 시작해서 10월 5일 금도(錦島)에서 3개의 기뢰를 폭파시키고, 10월 6일에는 504정이 기뢰에 닿았던 시하도(時下島) 부근에서 무려 8개의 기뢰를 소해했으며, 다음 날에는 암치도(岩峙島) 부근에서 다시 4개를 소해하는 등 그야말로 예상 외의 개가를 올렸다.

703함은 그후 다른 작전명령을 받을 때까지 계속 기뢰소해작업을 전개했는데, 이야말로‘궁하면 통한다’는 격언이 들어맞은 기발한 아이디어가 빚어낸 통쾌한 작전이 아닐 수 없다.

< 출처 : 해군본부 >
2005-02-17 17:4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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