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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문화재 부럽지 않은 해군‘매듭’의 세계




평택 항에 정박 중인 해군2함대 청주함 함수. 병사들 사이로 갑판 선임하사 박병준(35) 중사의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전입 갑판병을 위한 매듭 교육 시간이다.

“조접(splice)은 줄의 강도가 약해져 끊어질 우려가 있을 때 양 끝을 잘라 나온 세 가닥을 이렇게 하나씩 반대편의 구멍에 넣고 차례로 감아 돌려 가는 방법입니다. 다음은 병목 매듭(Hackamore)입니다. 병목 매듭은 이렇게 ….”

설명과 함께 박 중사의 손이 현란한 손재주를 뽐낸다. 인간문화재 저리가라는 듯 날렵하고도 빼어난 솜씨. 홀막 묶음, 사다리 매듭(Mam rope knot)이 뒤이어 모습을 보인다. 병사들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절로 탄성이 나온다. 보면 볼수록 신기한 해군 매듭의 세계에 빠져드는 순간이다.


◆ 매듭과 함정, 그 불가분성

현재 해군에서 쓰이는 매듭의 종류는 50가지가 넘는다.

‘올가미 매듭(Bowline)’과‘8자 매듭(Figure of eight)’등 일반적인 매듭은 물론 발판으로 사용하는 매트(mat)와 사용하기 긴 줄을 짧게 또는 노후화 된 줄을 엮어 단단히 연결시키는 짧은 조접·긴 조접도 모두 매듭의 일종. 감기나 엮음·묶음도 마찬가지다.

해군에서 매듭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1950년대 미국에서 함정이 도입되면서 결색술(結索術)이라는 교범으로 들어온 것이 기원이라는 게 유력한 설. 이때 매듭을 의미하는 knot나 bend가 현재 용어로 번역됐고, 지금까지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함정과 매듭은 떼어 낼 수 없는 관계다. 각종 훈련이나 작업 시, 함정 계류, 함정 내 물건·장비의 결박, 인명 구조 등 쓰임새에 제한이 없다.

덕분에 함정을 아름답게 장식하거나 미끄러움을 방지할 때도 유용하게 쓰인다. 매듭으로 엮어진 기둥이나 난간은 부딪쳤을 경우에도 안전하다.

어느 함정에 올라서도 매듭이 눈에 띄지 않는 장소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함정에 오르기 전 출입구로 설치된 현문의 발 매트에서부터 기둥·안전망·구명정·난간·계단 손잡이, 심지어 계류해 놓은 로프까지 함정 안팎은 온통 매듭으로 둘러싸여 있다.





◆ 매듭과 해군수병, 그 친화성

청주함 전영규(22) 상병은“군에 와서 배운 것 중 최고로 유명한 것 중의 하나가 매듭만드는 법”이라고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실생활에서 매듭같이 유용하게 쓰이는 경우가 없다는 것.

외박이나 휴가가서 친구들을 만날 때 열쇠고리나 핸드폰 장식으로 매듭을 만들어 선물하면 너무 좋아한다며 말 그대로‘인기 짱’이라고 웃어 보였다.

실제로 매듭이 생활에 도움이 된 일은 부지기수이다. 박병준 중사의 경우, 지난 1994년 동해에서 근무할 당시 불이 난 어선에 소방 호스가 닿지 않는 것을 매듭을 이용, 호스를 연결시켜 줌으로써 화재를 진압한 일이 있다. 이러한 사례는 일례일 뿐, 그 외에도 인명을 구조하거나 중량물을 옮기는 것, 캠핑, 심지어는 신발 끈을 짧게 매는 데도 매듭은 널리 사용되고 있다.

매듭은 배우기 힘들까?

해군전투병과학교 갑판교관 이진우(31)중사는‘결코 아니’라고 단언한다. 매듭은 누구나 손쉽게 배울 수 있으며, 다만 요령과 숙련이 필요할 뿐이라는 것.

일병은 되어야 함정 내에서 요구하는 대로 신속히 매듭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한다.

그 말처럼 숙련된 장병이 매듭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초 단위이다. 가장 기본이 되는 올가미 매듭은 1-2초, 원숭이 주먹 매듭도 20여 초면 모습을 드러낸다. 예외적으로 그물망이나 안전망을 만드는 홀막 매듭은 2-3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계속되는 반복 작업에 의한 결과물일 뿐, 매듭 자체에 걸리는 시간은 매우 짧은 편이다.

매듭을 들여다 보면 종류 만큼이나 재미있는 이름이 많다. 동그랗게 뭉쳐진 것이 앙증맞게 주먹을 꽉 쥐고 있는 원숭이 주먹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원숭이주먹 매듭이나 고양이발톱 매듭은 생김 모양에서 유래된 명칭. 병목 매듭은 처가에 술을 가지고 갈 때 술병이 빠지지 않게 단단히 묶은 것에서 나왔다. 불란서식과 스페인식 매듭은 각각 그 나라 사람들이 주로 사용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중에서도 홋줄을 던질 때 쓰이는 원숭이주먹 매듭은 종종 함정들의 경연 대상이 된다. 안에 10온스의 납이 들어 있어 멀리 던지기에 적합하지만 힘이 있다고 멀리 날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 따라서 병사들의 집중도와 정확성, 체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으로도 활용된다.

해군의 문화와 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은 ‘매듭’.

해군에 있어서 매듭의 의미는 무엇일까?

2함대 갑판장 장만재(43) 상사는 매듭을 이렇게 정의했다.

“험한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딱딱하고 강한 물체보다 부드럽고 질긴 줄과 같은 것이 유리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줄과 줄로 만들어진 매듭은 거친 파도와 싸워야 하는 바다 사나이, 해군들의 끈질긴 생명력의 상징이자 바다를 본질로 하는 자랑스러운 해군 전통문화의 한 축입니다.”





◆ 줄 (로프)의 특성과 종류

매듭을 잘 만들려면 먼저 그 바탕이 되는 줄(로프)의 특성을 알아야 한다.

해군에서 쓰이는 줄은 섬유색(纖維索)과 강색(鋼索·w/r)으로 나뉜다. 섬유색에는 마닐라삼과 대마껍질, 목화섬유(이상 자연섬유), 나일론(합성화학섬유) 등이 있으며 보통 3가닥으로 구성되어 있다. 반면 강색은 와이어로프를 의미하며 6가닥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매듭은 일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섬유색으로 만들어지며, 그 굵기는 구두끈만한 건라인(gunline)에서부터 9인치까지 다양하게 있다.

그러면 여기서 문제 하나. 3인치 나일론 줄과 1인치 강색은 어느 것이 더 큰 줄일까?

정답은 1인치 강색이다. 섬유색은 둘레로, 강색은 직경으로 크기를 구분하기 때문.

참고로 함정에서 1과3/4인치 이하는 세색(cordage), 2-4인치는 줄(line), 5인치 이상은 밧줄(hawser)이라고 말한다.

< 출처 : 해군본부 >
2005-05-12 17: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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