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 적용의 어려움



지금까지 3회에 걸쳐 중심의 개념과 함께 항공전략사상가들의 중심 사상을 살펴보았다.

이들이 주장한 핵심 내용은 적의 중심을 식별하고 이를 파괴 및 무력화하여 전쟁수행 의지를 마비시키는 것이 항공전역 수행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중심의 적용에는 많은 어려움을 내포하고 있다. 첫째, 모든 전쟁의 열쇠는‘국가 의지’로서 대부분 정량화할 수 없는 무정형의 요소이며, 국가의지란 다수의 상이한 요소들의 집합으로 어떤 물리적 형태를 가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 국가의지를 공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대신에 국가의지의 표현을 표적으로 삼아야 하는데 일반적인 의미에서 이러한 의지의 표현을‘능력’이라고 한다. 전쟁의 목표가 적의 저항의지 또는 능력을 파괴함으로써 적에게 아군의 의지를 강요한다고 볼 때, 적의 의지와 능력 어느쪽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가능성이 큰 가를 결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전체주의 국가에서는 전쟁수행 능력보다 전쟁수행 의지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국민 전체의 의지보다 지도자나 지휘부의 의지가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반면에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전쟁수행 능력의 파괴가 전쟁수행 의지에 많은 영향을 미치며, 국가의 전쟁수행 의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민 전체의 여론과 의지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중심의 적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국가는 내·외부로부터 무수한 자극에 작용하는 살아있는 유기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살아있는 유기체를 무력화시키고 마비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을 표적으로 삼을 것인가 라는 표적 선정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항공력 운용과 관련하여“공중표적 선정전략은 하나의 예술이며, 과학이 아니다. 그것도 믿을 수 없을 만큼 복잡한 예술이다”라고 설명하는 것을 볼 때, 이제는 표적을 선정하는 것이 항공전략의 본질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어떤 대상이 핵심표적으로 선정되었다 해도 이러한 표적의 파괴가 반드시 승리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중심 적용의 어려움이 있다.

셋째, 중심 적용에 있어서 또 다른 어려움은 이러한 중심의 개념을 모든 나라에 똑같이 적용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중심은 국가간 사회·경제·문화적 수준에 따라 차이를 보일 뿐만 아니라, 한 국가 내에서도 시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면전이 아닌 국지분쟁과 전쟁 이외의 작전과 같이 그 수준이 낮을수록 분쟁해결을 위한 위협의 실체와 중심을 식별하는 것은 더욱 어렵게 된다. 따라서 중심을 올바로 식별하고 표적화하는 것은 군사전략가, 특히 항공전략가들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이다.

정보화시대 중심에 대한 새로운 의미21세기에는 정보와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미래전의 한 형태로 사이버 공간을 통한 소리 없는 전쟁이 진행될 것이다. 이러한 정보화 사회에서는 정보관련 표적들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으며, 이들 표적들은 국가의 기능수행에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전세계 모든 사람이 휴대전화와 강력한 소형 컴퓨터를 통해 인터넷 접속을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상황에서 가속화된 정보교환 속도는 현대 국가의 강점이자 취약점이 되고 있다.

미 해군 정찰기와 중국 전투기의 공중충돌로 촉발된 양국 해커들의 사이버전쟁을 보면서 미래의 사이버전쟁은 특정국의 군대뿐만아니라 공통의 적을 겨냥한 개인들에 의해서도 이루어질 수 있으며, 네티즌들이 보유한 컴퓨터 하나하나가 엄청난 화력의 개인화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발생할 수 있는 문제로는 사이버 공간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전장에서 중심을 어떻게 분류해 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며, 분쟁의 전 스펙트럼에 걸쳐 전장의 실체가 명확하지 않은 정보작전 범주에서는 중심을 식별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공중우세를 확보하기 이전에 정보 우세를 먼저 달성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정보구체(Infosphere)라 불리는 물리적인 실체를 공격해야 한다. 정보구체란 정보가 담겨있는 실체 또는 정보가 소통되는 채널을 말한다. 따라서 지식·정보화시대에는 정보영역이 매우 중요한 중심으로 부각되어 항공전역 수행 방법도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있으며, 정보작전은 이제 군사혁신의 새로운 핵심 과제로 등장했다.


결 론

미래에도 전쟁의 모든 수준에서 항공력의 독보적인 가치가 지속되는 한 중심 적용과 관련하여 어떤 전략표적에 우선 순위를 두어야 하는가 라는 문제는 계속 남아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해답은 결코 분명하지 않을 것이며, 작전적 의미에서“융통성이 항공력의 열쇠”라는 말처럼 이론적 측면에서도“융통성은 항공전략의 열쇠”라는 말이 적용될 수 있다.

이는 독자적인 논리와 증거를 갖춘 다양한 항공전략 이론이 나올 수 있다는 말이며, 정보화시대 21세기를 맞이하여 이론적 측면을 포함한 모든 면에 정통한 항공전략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다음 미래 항공전역 상황에 가장 적합한 운용전략과 개념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며,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항공우주군 건설도 가능할 것이다.

< 자료제공 : 대한민국 공군, 2003. 5. 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