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기술의 발달

초기 항공전략사상가들은 제공권을 장악해야만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으며, 미래에는 항공력이 전쟁승패를 가름하는 핵심전력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주장과 더불어 폭격의 가공할 파괴력을 공개실험하기도 했는데 미국의 항공전략사상가 미첼은 1921년과 1923년에 복엽기 MB-2에서 45kg의 폭탄을 투하하여 1차 세계대전시 노획한 독일군함 3척과 미국의 폐기함 3척을 침몰시켰다.

폭격이 이처럼 순조롭게만 진행되면 문제가 없겠지만 실제 전쟁에서 지상의 대공포화를 뚫고 목표물을 공격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문제였으며, 야간과 악천후에 정확한 항로를 유지하여 표적에 도달하기까지도 수 많은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따라서 폭격 기술의 발달은 공중항법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이루어졌다.

2차대전 초기 폭격기에 부착된 조준기는 망원조준경과 계산기로 구성되었으며, 그것이 비행기의 속도, 고도, 편류에 맞는 적절한 탄도를 산출하였고 조준기와 비행기의 자동조종장치가 연결되어 있었다.

이러한 장비에도 불구하고 2차대전 당시에는 지상의 목표물 한 개를 파괴하기 위해 B-19 폭격기 100대가 650발 이상의 폭탄을 퍼부어야 했으며, 베트남전에서는 F-105 전폭기 95대가 190발 이상의 폭탄을 투하했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모든 항공기 1대가 단 한 발로써 표적을 파괴할 수 있게 되었다. 폭격의 정확도도 베트남전에서는 400피트였던 것이 지금은 10피트 이내로 향상되었다.

이러한 폭격 정확도 향상은 항공기의 성능발달과 더불어 무기체계의 발달로 이루어졌으며, 아프간에 대한 대테러전쟁에서는 악천후에도 정확한 위치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상레이더와 고해상도 카메라, 적외선 탐지장치와 위성제어장치 등 최첨단 장비를 갖춘 무인정찰기(Predator)에 헬파이어 미사일을 장착, 현장에서 얻은 실시간 정보를 바탕으로 수천km 떨어진 본토에서 조종하여 전투기 및 순항미사일보다 더 정확한 공격을 할 수 있었다.

항공의 역사가 시작되면서부터 폭격기술도 발달을 거듭했지만 오폭이라는 문제는 항상 조종사뿐만 아니라 작전계획 수립자들에게도 부담을 주고 있다. 이러한 오폭은 전쟁 수행시 자기편 군대 및 민간인 피해라는 예기치 않는 부수적 피해를 야기해 정치적, 외교적 문제로 비화되어 전쟁지도부의 상당한 고민거리가 되기도 했다. 예를 들면 코소보전에서도 유고 주재 중국대사관에 대한 오폭을 포함하여 20회 이상의 오폭이 발생하였고, 미국은 중국대사관 오폭에 대한 배상금으로 중국 정부에 2천 800만 달러(한화 약 323억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하였다.

이러한 오폭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주로 항공기 폭격장비 고장이나 정비불량, 폭탄 유도장치의 오작동, 폭격좌표 입력 실수, 부정확한 표적정보 등을 들 수 있다. 이외에도 레이저 유도폭탄은 비, 구름, 안개, 먼지, 불빛, 난기류의 영향을 받으며, GPS 유도폭탄은 위성과 신호가 끊기면 마지막 입력된 좌표를 계산해서 추적하기 때문에 오차가 훨씬 커진다.

오폭은 이처럼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며, 미국의 대테러전쟁인 아프간과 이라크 공습에서도 오폭이 발생하여 미군과 더불어 민간인의 피해가 늘어나 전쟁지도부에 정치적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미래의 전장환경도 도시화에 따른 인구밀집과 이에 따른 도시전투 및 도시 주변에서의 항공작전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래전에서도 이러한 오폭은 더욱 중요한 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오폭과 전쟁의 우연

앞에서 설명한 오폭은 승무원의 실수나 기계적 고장, 자연의 영향 등이지만 전쟁의 우연은 오폭의 결과를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한 사례도 있었다.

2차대전 당시 미국의 폭격기 편대 전부가 엉뚱한 목표에 폭탄을 투하하는 집단적인 과오를 저질렀다. 브뤼셀 오폭사건의 조사가 벨기에 주재 정보원을 통해 행해졌을 때 그 사건의 결과는 염려했던 것만큼 나쁜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았다. 독일점령군 사령부는 공원지대나 거기에 인접한 고급 주택지를 부대의 숙소로서 좋은 장소라고 생각하여 공원전체가 이러한 군사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따라서 민간인들이 살고 있다고 생각되는 넓은 공원 주변에 대한 오폭으로 벨기에인의 사상자는 극소수였고 독일군 관계자 가운데 사상자가 1,200명이 발생하였으며, 독일군은 이 사건을 미군이 정밀폭격 솜씨를 과시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폭 방지를 위한 노력

전쟁에서의 오폭으로 인한 민간인 사상자 발생은 불행한 사건으로서 전후 수십 년 동안 정치적 문제로 남는다. 따라서 평시 훈련과 전투임무에서 이러한 오폭을 방지하기 위한 다음과 같은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지속적인 무기체계 개량을 통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무기체계의 성능 향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부정확한 정보로 인한 오폭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실시간 정보수집 및 분석을 통하여 정확한 표적정보를 획득해야 하고 이를 임무 중인 조종사에게 전파할 수 있는 실시간 지휘통제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셋째, 무기체계가 첨단화될수록 이를 정비하고 운용하는 요원들의 지식과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사전 충분한 훈련과 연습을 통해 정확한 무장투하를 실시함으로써 부주의나 실수로 인한 오폭을 예방해야 한다.

끝으로, 이와 같은 오폭 방지를 위한 노력이 국민에 대한 공군의 신뢰를 더한층 높여 나가는 길이라는 것을 공군인들은 명심하고 오폭 방지에 더욱 노력해야겠다.

< 자료제공 : 대한민국 공군, 2003. 5. 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