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 이어서 이번 호에서는 정밀 공중공격의 사례에 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정밀 공중공격은 종심표적에 대한 타격뿐만 아니라 표적 외의 부수적 피해가 용인되지 않는 전장 환경에서의 무력사용을 가능케 한다.
적군과 민간인이 혼재되어 있는 전장 상황하에서도 정밀 공중공격은 효과적으로 고도의 핵심표적을 공략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한 아군의 희생을 감소시키며, 정책결정자들의 분쟁해결을 위한 무력사용 의사결정도 용이하게 한다.
이러한 이유로 인하여 정밀 공중공격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정밀성을 높이기 위한 지속적인 발전이 이루어졌다.
정밀 공중공격의 시작
정밀 공중공격은 제1·2차 세계대전 당시만 해도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초기에 항공기 속도의 증가에 따른 폭탄 정밀성 저하를 해결하고, 기습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
프리츠(Fritz) X’라는 유도폭탄을 만들었다.
1943년 9월 9일, 독일은 Dornier 217 폭격기에서 두 발의 프리츠 X를 1만 8천 피트 높이에서 투하하여 지브롤터를 향하던 이탈리아 전함 로마호를 명중시켰으며 이로 인해 1천명 이상의 승무원이 사망했다. 이것이 정밀공중공격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정밀 공중공격 사례
베트남전은 정밀 공중공격에 있어서는 최초로 정밀 유도폭탄을 사용한 전쟁으로, 재래식 폭탄의 유도장치부분에 소형 TV카메라를 붙인 GBU-15(Guided Bomb Unit)와 재래식 폭탄에 레이저빔 유도장치를 부착한 레이저 유도폭탄인 LGB-10(Laser Guided Bomb) 두가지가 사용되었다. 1972년 5월 13일, 이 정밀 유도폭탄으로 무장한 F-4의 공격은 지난 7년간 숱한 공격기들과 공군들을 희생케 해 악명이 자자했던 북베트남의 탕호아교를 성공적으로 파괴함으로써 정밀 공중공격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리비아 공습은 군사시설과 민간시설이 혼재되어 있는 상황 속에서 의도한 표적에 대하여 정확한 공격을 수행한 작전이다. 미국은 정밀 폭격능력을 갖춘
F-111 전폭기에 재래식 폭탄인 MK-84(2,000LBS)와
MK-82(500LBS)에 레이저 유도장치를 결합하여 정밀성을 높인 GBU-10/12를 장착, 4대의
MIG-23 전투기를 포함하여 23대의 항공기 파괴 및 2곳의 테러시설을 중파시켰다. 표적 포착오류에 의한 부수적 피해가 발생하기도 하였으나, 최초 목표인 부수적인 피해의 최소화 및 테러지원시설에 대한 파괴는 충분히 달성하였다.
오시락 원자로 폭격은 이스라엘이 전면전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공세적 대응으로 아랍국가의 핵위협 제거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밀 공중공격을 수행한 사례이다. 이스라엘은 전쟁을 피하고 정확히 목표물만을 파괴하기 위하여 8대의
F-16과 엄호임무를 띤 6대의
F-15로 소규모 정예 공격편대군을 구성하였다. 여기에는 방대한 정보수집과 함께 공중급유기가 지원되었다.
이 공격은 불과 2분 동안 신속히 이루어졌기 때문에 바그다드 주변에 배치된 지대공 미사일과 요격기들이 전혀 대응하지 못했으며 투하된 정밀 유도폭탄은 모두 원자로돔과 그 주변건물에 명중하였다.
이 성공적인 정밀 공중공격은 고성능 전투기 이외에 정확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위성, 정찰기 등과 같은 정보수집 및 감시체계가 필요하며 전투행동반경의 신장을 위해서는 공중급유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케 하였다.
걸프전 이후의 정밀 공중공격
걸프전은 정밀 공중공격이 전쟁의 양상을 어떻게 극단적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고, 미래전의 양상을 짐작케하는 전쟁이었다.
이 전쟁이 시작되던 밤, 전투기와 크루즈미사일에 의한 이라크 방공·지휘통제 시설에 대한 공격은 이라크의 군사력을 마비시키기에 충분했다. 미 공군이 이라크군에게 사용한 무기 중 오직 9%만이 정밀무기였지만, 이라크의 전략·작전 표적들에 가해진 심각한 피해 중 75% 정도는 이 정밀무기에 의한 것이었다.
코소보전(Operation Allied Force)은 항공작전 위주의 정밀공격으로 전쟁을 종결한 사례이며, 항공력이 정치적 목표달성을 위한 결정적 전력으로 확실히 인식된 전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최첨단 항공력을 이용, 1단계에서는 통합방공체계, 2단계는 수송체계, 3단계는 유고지상군 및 국가 기반시설을 공격한 항공작전이 이루어졌다. 일반폭탄에 GPS 유도장치를 장착하여 정밀성을 높인
JDAM(Joint Direct Attack Munition)이 최초로 사용되었고, 전자전 능력 확보하에 센서의 고해상 능력, 목표 자동인식 능력 및 위성항법체계를 이용한 정밀 공중공격을 실시하는 작전을 수행하였다. 공습기간 중 나토의 항공기에 의해 발사된 약 23,000발의 폭탄 중 20발만이 부수적인 피해 및 민간피해를 주었다.
아프가니스탄전은 무엇보다도 정밀공격을 위해서 정보·감시·정찰능력이 강조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정밀유도무기의 명중률은 걸프전에 비해 많이 향상되었으며, 미군은 어떠한 기후조건에서도 표적에 정확히 타격을 가할 수 있는 JDAM과 아프가니스탄의 특수 지형인 동굴을 파괴할 수 있는 GPS 유도장치가 부착된 GBU-37 같은 탄종을 주로 사용했다. 그러나 JDAM과 GBU-37 같은 정밀무기가 정확히 작동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좌표가 필요했고 따라서 표적위치확인이 더욱 중요시되는 전쟁이 되었다.
또한 미국은 이 전쟁에서 정찰 및 공격에 이르는 모든 시스템들을 상호 연결하는데 성공하였고 이들의 연결속도를 단축하는데 주력하였다. 그 결과 이제는 정보수집과 공격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상황을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아프가니스탄전은 항공력에 의한 정밀공격이 어떠한 기후조건이나 지형에도 효과적이며, 게릴라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교훈을 주었다.
정보력·항공기·정밀무기의 유기적 연동
제2차 세계대전까지는 지·해상군 지원임무의 비율이 높고 공군의 독자적인 임무비율은 낮았으나 정밀 공중공격의 능력향상으로 점차 독자적인 임무비율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정밀 공중공격은 리비아 공습 및 오시락 원자로 폭격과 같은 전쟁 이외의 군사작전에서 정치적 목적달성에 큰 역할을 하였고, 걸프전 이후 코소보전과 아프가니스탄전에서 항공력이 결정적 전력으로 등장할 수 있도록 한 핵심요소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정밀 공중공격은 정보력과 항공통제 그리고 첨단 항공기 및 정밀무기가 서로 유기적으로 연동될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다음 호에서는 정밀 공중공격 시스템에 대해서 알아보겠다.
< 자료제공 :
대한민국 공군, 2003. 5. 2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