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을 비롯한 여러 할리우드 액션 영화를 보면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마저 자기도 모르는 새에 두 주먹을 꽉 쥐고 스크린에 빠져들게 만드는 폭탄 제거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시한폭탄부터 시작해서 대량 살상무기까지 영화의 주인공들은 제거하지 못하는 폭탄이 없다. 이런 폭발물 제거 전문가가 영화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경의선 철도 복원을 위한 지뢰제거 작업과 이라크 전후 복구 지원을 위한 서희부대‘폭발물 처리팀’으로 유명해진 공군의 EOD반.


18전비 EOD반, 정식명칭은 공군 제18전투비행단 무장대대 탄약중대 EOD반. 이들은 대민지원 폭발물 처리 요청시 지체없이 출동하여 국민의 군대로서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등 주로 불발탄 및 대테러 폭발물 처리를 담당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의선 철도 복원을 위한 지뢰제거 작업에도 참여하여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고 있으며, 이라크에도 공군 EOD반 요원이 파병되어, 폭발물 제거 작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현재까지 18전비 EOD반은 대민 지원 출동 68회, 작전 지원 임무 50회를 포함한 총 195회 폭발물처리를 안전하게 처리했다.

EOD반 요원들은 일이 위험하고 힘들지만 우리가 아니면 누구도 할 수 없기에 용기를 가지고 폭발물 처리 작업에 착수한다. 때로는 민간인들의 엉뚱한 반응 또한 그들을 힘들게 할 때도 있다. 불발탄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긴급히 출동해서 조심스럽게 폭발물 처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주위에 몰려든 민간인들이『왜 이렇게 느리냐』고 핀잔을 줄 때는 목숨을 걸고 조심스럽게 작업하고 있는 자신의 힘든 사정을 몰라주는 그들에게 약간 섭섭함을 느낀다고.

또 EOD반 요원들은 폭발물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고 있으나, 민간인은 아직 그 위험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 그러다 보니 자칫 잘못하면 민간인에 부주의로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 『민간인이 불발 폭발물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가지고 조심스럽게 행동했으면』하는 것이 그들의 바람이다. 위험한 만큼 이들의 우정은 각별하다.

이처럼 위험한 현장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에서 서로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다른사람을 걱정해 주기 때문에 EOD반 요원들은 각별한 우정을 과시한다. 폭발물을 처리해야 한다면 서로 나서서 자기가 처리하려 하는 것도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위험하다는 것을 알지만 다른 사람을 위해서 자기가 그 위험을 감수하는 것. 이런 끈끈한 전우애가 바탕이 되기에 그들은 친 가족처럼 지낸다.

고통으로 다가오는 사선(死線)의 긴장 속에서도 그들은 성취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훈련과 지식습득을 통해 항상 언제 어떠한 상황이 주어지더라도 완벽한 준비태세를 갖겠다며 오늘도 또 다른 폭발물 작업에 대비한 훈련을 위해 다시 전투복 옷깃을 여민다.

이 분야에서 20년 이상 일을 해 온 김기익 준위(준사관 60기, 51세)의 경험을 바탕으로 EOD반과 그들의 고독하고 힘든 활동에 대해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김준위가 EOD반에 몸을 담은 지도 벌써 20여 년. 그러나 김준위는 지금도 폭발물 처리가 어렵기만 하다. 경험이 쌓일수록 폭발물에 대해 점점 더 많이 알기 때문에 겁이 더 나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게 폭발물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김준위가 제거한 폭발물 중 가장 큰 것은 1,000파운드짜리 폭탄이었는데, 만약 그 폭탄이 폭발하면 인마 살상이 가능한 파편이 2km까지 날아가고, 10m 이상의 깊이의 구덩이가 생길 정도의 어마어마한 위력이었다고 한다. 이 정도의 위력을 가진 폭발물들을 다루기 때문에 김준위를 비롯한 18비 EOD반 요원들은 폭발물 처리에 더욱 조심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한 번은 폭발물을 안전한 곳에서 폭파시키려 했습니다. 뇌관을 설치하고 파편이 못미치는 안전한 곳에서 폭파 장치를 작동시켰지요. 그러나 폭발물은 터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들어가서 손을 봐야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처음보다 더 위험한 상황,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이 상황에 대해 지금은 담담하게 이야기하지만 김준위는 그 때가 EOD일을 하면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경험이라고 회고했다.

또 어떠한 경우라도 최종처리 수행 전까지는 1명만이 폭발물에 접근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다른 누구의 도움을 받을 수도, 의지할 수도 없는 것이 바로 이 일이다. 그러나 이 힘겨운 자신과의 싸움을 보상해주고 20년 동안 계속 할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은 폭발물 제거 후에 느껴지는 성취감과 짜릿함이라고.

김준위는 프로 정신과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일해주는 후배들이 자랑스럽다고 한다. 또 앞으로는 대테러와 관련하여 특정인이나 시설물, 차량 등을 파괴할 목적으로 임의로 제작된 대테러 폭발물이 많이 사용될 것이므로 이에 대비하여 끊임없는 자기계발과 지식 습득에 힘쓰라는 진심 어린 충고 또한 잊지 않았다.


※ EOD(Explosive Ordnance Disposal) : 인원, 시설 또는 물자에 대해 손상을 미칠 수 있는 각종 폭발물(불발탄, 유기탄, 매몰탄, 불량탄) 등에 대하여 검사, 식별, 안전조치 등의 행위를 통하여 적절한 방법으로 위험을 제거하고 각종 폭발물에 의한 인적·물적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는 일련의 행위.

< 자료제공 : 대한민국 공군, 2003. 9. 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