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조종사들에게 조종석은 단순한 공간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이들에게 조종석은 임무를 수행하는 최전방,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곳입니다.

최고의 기량과 항공과학이 만나는 F-16 전투기 조종석의 세계, 뉴스레터에서 들어가 봤습니다.


Fly-By-Wire, 조종석 얼굴도 바꿔놓았다

F-16은 최초의 Fly-By-Wire(이하 FBW) 기술을 채택한 항공기입니다. 기존의 기계식 조종장치가 아니라 컴퓨터로 제어하는 전기신호로 조종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기존 항공기에서 사용하는 케이블로 인한 고장이 적어지고, 조종계통의 정비효율도 높아졌습니다. 무엇보다도 F-16은 기존 항공기보다 훨씬 가벼워져 고도의 기동 능력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디지털화 된 F-16의 조종석 또한 이러한 고도의 기동성에 맞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일단 앉아볼까 - 조종 시트

캐노피를 열어볼까요? F-16 조종석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시트(seat) 부분. 여느 항공기와 달리 뒤로 30도 이상 젖혀져 있습니다. 각도만으로 보면 우등고속버스의 의자를 연상시킵니다.

하지만 조종 시트의 각도는 평탄하고 긴 여행이 아닌 격렬하고 짧은 비행을 위해 세심하게 설계된 결과물입니다. 급격한 전투기동시 전투기 하단으로 작용하는 높은 G에 대해 조종사가 쉽게 견딜 수 있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꼿꼿이 앉은 자세보다는 머리에서 피가 빠져나가 정신을 잃는 현상(Black out)을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앉았으면 조종간을 잡아야지 - 조종 스틱

조종석이 이렇게 누워 있기 때문에 조종 스틱의 위치 또한 바뀌었습니다. 누운 자세에서는 다리 사이에 스틱이 있을 경우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겠죠? F-16에서는 조종 스틱이 좌석 오른쪽 팔걸이에 해당하는 부분에 있습니다. 아, 그리고 여러분이 잘 모르는 사실 하나. 조종 스틱은 컴퓨터 게임에 쓰이는 조이스틱과 똑같이 생겼지만, 전후좌우로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조종사의 손힘, 즉 미세한 압력 감지를 통해 조종을 하게 되죠.


복잡한 계기 정보를 알기 쉽게 - HUD

자, 이젠 앉아서 조종 스틱도 잡았으니 전방을 볼까요? 조종석 앞쪽의 다리사이까지 빼곡히 들어찬 단추며 모니터, 각종 바늘 등 계기판은 너무 어렵습니다. 그 위에 있는 투명하고 판판한 유리판이 바로 HUD(Head up Display). 비행 중에도 정보를 얻기 위해 계기반을 내려다 볼 필요없이 주요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HUD에서는 고도, 방위, 속도, G수치는 물론이고 기수방향, 진행방향, 상승각 등등의 비행에 필수적인 정보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또한 조종사가 원하는 정보를 요소별로 선택해서 볼 수도 있죠.





황금색 물방울, 캐노피의 비밀

밖에서 보면 캐노피는 이음새가 하나도 없어 하나의 물방울을 연상시킵니다. 물론 이 아름다움에도 항공역학이 숨어 있습니다.

매끄러운 캐노피는 조종사의 시야 확보에 매우 유리합니다. 지탱해주는 뼈대가 없기 때문에 걸리는 것 없이 사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강도와 유연함을 동시에 가진 것도 캐노피의 특징. 독특한 소재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탄성이 있어서 부딪히는 순간 오목하게 들어가며 충격을 분산하고 새를 튕겨냅니다. 시속 600Km로 부딪히더라도 부서지지 않습니다.


조종석은 제2의 집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일단 조종석에 올라서면, 모든 것이 나의 선택과 생각에 따라 항공기가 움직입니다. 아울러, 항공기가 이글루를 떠나 임무를 마치고 다시 돌아오는 그 순간까지 모든 과정들을 조종석에 있는 조종간, 계기, 생환장구, HUD(Head Up Display)등의 모든 것이 해결해 주니, 조종석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갖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땀과 열정이 진하게 배어 있는 지금의 조종석....아마도 끝까지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 공군 제20전투비행단 대위 백성욱 ]

[ 출처 : 공군 뉴스레터 2003. 11. 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