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군이 보유한 C-130H 중형수송기로 주 임무지역인 디에고가르시아((Diego Garcia)까지 가기 위해선 테러위협이 높은 필리핀, 알 카에다 요원들이 활동하는 싱가폴, 그리고 치안상태가 불안한 태국을 거치는 일주일간의 긴 여정을 보내야 합니다. 여정 중 항공기 내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조종사, 정비사, 무장적재사는 완벽한 임무 수행과 대한민국의 홍보대사로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임무수행 중 발생하는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12시간 비행에서는 화물 위, 바닥이 잠자리

먼저 장시간 비행 중 비행환경 조성이 아주 중요합니다. 특히, 임무 첫날과 귀환일엔 각각 비행을 12시간의 장시간 비행을 하기 때문에 조종사를 비롯한 승무원들은 2시간 마다 임무를 교대하며 특별한 휴식 공간 없이 화물 위, 틈새, 또는 바닥이나 그물의자에서 극심한 소음과 진동속에서 휴식을 취합니다.

1차 임무에 투입되었던 고석목(공사 31기)중령은 “1차 임무에서 귀환중 악기상으로 인해 예정된 싱가폴에 도착하지 못하고, 인도네시아에 착륙했을 때, 무슬림인 인도네시아 공항관계자들이 항공기에서 내리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아 꼬박 하루동안 항공기 안에서 대기했던 기억”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40℃의 기온차를 넘나들며

기내 식사는 도시락과 인스턴트 식품을 먹는 경우가 많은데, 부패나 변질을 방지하는 것이 최우선 고려요소입니다. 수송기에는 대·소변 등 화장실 용무도 처리 할 수 있도록 별도로 설치가 되어 있지만, 임무 수행중 화장실 사용은 많은 불편을 동반하기에 변비에 걸려 고생하는 승무원들도 다수 발생하기도 합니다.

날씨 적응도 큰 문제입니다. 한국이 겨울일 때 동남아시아는 정 반대의 날씨를 보이고 있기에 최대 40℃의 기온 차이를 극복하면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57공수비행단 요원들만 느낄 수 있는 고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비행 중 또는 기착지에서의 항공기 결함에 대한 수정작업은 자체적으로 실시하여야 하기에 조종사 및 동승정비사 (FE : Flight Engineer)는 다양하고 방대한 정비지식을 연마한 상태에서 제한된 탑재 부품으로 정비를 완벽하게 수행하여야 합니다.


기착국의 문화를 익히는 것도 필수코스…싱가폴선 껌 소지시 곤장형?!

“임무 수행 중에 항공기 결함 발생이 가장 염려되었다”는 박원규(31·사후96기)대위는 3번의 해외 공수 임무 중 큰 항공기 결함이 발생하지 않은 것에 감사하고 있었습니다. 이유는 중대한 결함 발생시 임무를 중단하고 예비기지로 착륙하여야 하나, 수교가 안된 나라 인근에서 결함이 발생할 경우 아주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가 있기에 완벽한 정비지원은 필수라고 합니다.


그리고, 싱가폴에서는 껌을 소지하면 곤장형에 처하고, 디에고가르시아에서는 바닷게를 잡으면 구속되어 1마리당 3만불의 벌금에 처하게 되는 등 기착국의 법규 및 관습들을 짧은 사전 교육기간동안 숙지하고 철저하게 이행하는 것도 승무원들이 반드시 고려하여야 할 요소입니다.

물론, 한국 승무원들은 교육받은 대로 잘 실천하여 기착국의 룰(Rule)로 인해 어려웠던 상황을 접한 적은 없습니다.

테러위협의 두려움, 시끄러운 항공기 소음, 지루함, 돌변기상 등과 싸우며 만들어진 많은 이야기 속에서 57공수비행단 저력은 소리 없이 빛나고 있습니다.

< 출처 : 공군뉴스레터 2003. 12. 18 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