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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식 전차의 조금은 어색한 대공 기관총
apfsds-t 회원님 글



열며 2차 대전의 종전후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M24 경(經)전차와 M4 중(中)전차, M41 경(經)전차를 차례로 도입해 운용해 왔고, 60년대 초반 61식 전차의 전력화에 이어 74식 전차와 90식 전차를 개발하여 전력화하였습니다.

비교적 정보공개가 잘 되어 있는 일본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고, 특히 일본의 전차들에 대해서는 몇가지 의문과 특징을 가지게 되는 부분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부분 중 하나는 차량의 과도한 경량 추구와 장갑의 배치, 탑재엔진 등이 있으며 이미 다루었던 내용 이외에 자주 언급되고 있는 일본 전차들의 대공기관총 배치에 대해 가볍게 다뤄볼까 합니다.


전후 일본 전차들의 대공기관총 배치

74식전차의 전차장용 기관총 장치대


일본이 현재 주력전차로 운용 중인 74식 전차와 90식 전차의 대공기관총 위치 선정에 대한 의문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대체적인 의문의 흐름은 기관총의 배치가 상당히 애매한 위치에 이루어졌다는 점입니다. 74식 전차의 대공기관총은 차장용 큐폴라 부근에 배치되어 있지만 다른 국가들의 전차들과 비교해 주조작자인 전차장이 조작하기에는 다소 불편한 위치를 가지고 있으며, 90식 전차는 전차장과 포수용 햇치의 중간 위치에 기관총을 배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본전차의 대공기관총 배치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지만-가령 탄약수(포수)와 전차장 모두 조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거나- 정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일본의 전차 개발시 61식 전차 이래로 개발과정에서 항상 '대공기관총의 차내조작'에 대한 고려가 있었으며 해당고려사항이 적용되지 못 하면서 조금은 어색한 위치에 대공기관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전후 1세대 전차들의 기관총

2차 대전을 거치면서 전차는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전쟁상황 하에서 개발이 진행되었고, 종전 후 각국은 대전간 얻어진 기술과 전훈을 바탕으로 전후 세대를 이끌어갈 전차를 개발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등장한 전후 1세대 전차들에는 공통된 특징들을 보이고 있는데 이 중 기관총에 대해서 생각을 해 봅니다.

2차 대전까지 각국의 전차들에는 차체전방기관총이 배치되어 있었으나 차체 전방기관총은 시야의 확보라는 부분과 효용성이라는 부분에서 의문이 생겼고, 차체 기관총을 조작하던 통신수의 임무(일부 전차들의 경우 전방기관총 사수의 임무가 통신이 아닌 부조종수의 성격을 띄기도 합니다)가 사라지면서-정확히는 굳이 별도의 통신담당 승무원을 배치하지 않아도 되면서 종전 후 차체의 전방기관총은 사라지고 대신 포탑 상부에 대공기관총-이라고는 하지만 실상은 대보병용-이 자리를 잡게 됩니다.

물론 2차 대전 당시에도 일부 차량들에 상부기관총이 적용되었지만 지원차량의 자위용 무장에 가까웠고, M47처럼 전후 등장한 전차 중 일부에 전방기관총이 유지되기도 했지만 대전형 전차와 전후 1세대 전차를 이는 성격의 전차들이었습니다.


냉전의 시작과 새로운 상황의 도래

종전 이후 냉전이 시작되면서 전장에는 새로운 위협요소가 등장합니다. 이는 화생방 무기의 사용가능성(특히 핵무기)으로, 화생방 상황하에서의 각국은 작전을 고려하여야 했으며 전차들에 대해서도 이런 환경에서 운용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게 됩니다.

승무원들에게는 방독면과 보호의가 필수 휴대장비가 되었고, 전차들에는 양압장치와 같이 차내의 승무원들을 외부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장비들이 탑재되기 시작합니다. 또한 전장에서 되도록 차량 승무원들이 차외로 몸을 노출하지 않도록 하려는 경향을 보이게 됩니다.


기관총 운용의 애로

화생방 상황이라는 극히 피하고 싶은 상황에서도 전쟁은 계속되어야 했고, 전차들은 선봉에 서서 전쟁을 치뤄야 했습니다. 여기서 기관총의 운용이라는 부분에서 약간의 문제를 나타내게 됩니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차체의 전방기관총이 사라지고 대신 대공기관총이 포탑 상부에서 그 역할을 대신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전차의 대공기관총은 차외에 장착된 화기였고 이를 조작하기 위해서는 차량승무원의 차외 노출이 불가피했습니다. 차내에서 조작할 수 있는 동축기관총이 있었지만 주포에 종속되어 포수에 의해 조작되었으므로 주포방향 이외의 방향에서의 적병력에 대한 대응은 대공기관총에게 맡겨졌습니다.

대공기관총의 조작을 위해 차외로 승무원의 몸을 노출하게 되면 차량의 양압장치는 의미-차외의 화생방 환경과 차내 환경을 격리-를 잃게 되고 방독면과 보호의의 도움을 받더라도 그리 달갑지 않은 조작상황이었습니다.


차내조작의 필요성과 방안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공기관총의 조작시 승무원의 차외노출을 피할 방도가 고안되었으며, 소형 기관총탑의 적용과 차내사격기구의 적용이 그것입니다.

오스트리아 육군의 M60A3 전차


총탑의 적용은 포탑 상부에 소형의 밀폐형 기관총탑을 설치하고 여기에 기관총을 장착함으로서 외부환경과의 접촉없이 기관총을 조작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미국은 M48A1부터 M60A3 전차까지 기관총탑을 유지했으며 M1 전차의 배치와 함께 전차용 기관총탑은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기관총탑은 화생방상황과 소화기의 사격으로 부터 기관총 조작원을 보호할 수 있었지만 시야가 좁았고, 좁은 공간으로 인해 기관총의 조작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로 인해 총탑의 햇치를 개방한 체로 기관총을 조작하거나 기존의 총탑을 제거하는 등의 모습들이 나타났습니다.

미군의 M1A1 전차


차내 사격 기구는 기관총을 차장용 큐폴라에 종속시키고 격발기구를 차내와 기계적-또는 전기적(솔레노이드)으로-연결하여 차내에서 사격이 가능하도록 하였으며, 조작자는 페리스코프를 이용해 외부를 관측하고 기관총 장치대 옆에 위치한 차내조준기구를 통해 조준을 실시하여 차내사격기구로 사격을 하도록 하였습니다.

미국의 M1계열(M1A2부터 폐지)과 러시아 전차들에 적용되었지만 차내사격기구 역시 총탑과 마찬가지로 좁은 시야와 대응속도, 운용의 편이성이라는 부분에서 적지 않은 문제를 가지고 있어 폐지되거나 새로운 형태-현대의 RCWS와 같은-의 차내사격 방식이 적용되었습니다.


일본의 전차 개발과 대공기관총

멀리 돌아왔지만 다시 일본의 전차와 대공기관총으로 돌아와 일본 역시 냉전 상황 하에서 전차의 개발을 진행시켰으며,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승무원의 차외노출 없이 대공기관총을 조작하기 위한 방법을 고려합니다.

총탑이 적용된 STA 4 (61식전차의 시제차량)


일본의 전후 첫 자국제 전차인 61식 전차는 시제차량 중 하나인 STA 3에서 원격조작식의 대공기관총의 적용이 고려되었으나 기술적인 문제와 가격문제로 계속 진행되지 못 하였고, STA 4에서 소형기관총탑이 적용되기도 했으나 이 역시도 양산형에 가서는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STB 1의 원격조작식 대공기관총 (74식전차의 시제차량)


이후 74식 전차의 개발시에도 시제차량 중 하나인 STB 1에 원격조작식 기관총이 적용되어 시험이 진행되었지만 양산 시에는 제외되었으며, 90식 전차 역시 시제차량 단계에서 원격조작식의 기관총에 대한 고려는 있었지만 최종시제 단계에서 완전히 제외되었습니다.


결과물, 조금은 어색한 기관총 배치

양산형 90식전차의 포탑과 전차장용 기관총


인력조작식의 기관총은 조작원과 최대한 근접한 위치에 배치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이 때문에 승무원용 햇치 부근에 장착됩니다. 하지만 원격조작식 기관총에게 가장 이상적인 위치는 포탑의 중앙 즉 주포의 포강 축선상에 배치하는 것이며, 74식 전차와 90식 전차의 시제 단계에서 대공기관총은 전방이나 후방에서 바라보았을 때 포탑 상부의 중앙에 기관총을 배치하고 있었습니다.

61식부터 90식 전차까지 원격조작방식의 대공기관총은 기술적인 문제와 가격문제 등으로 인해 모두 양산단계에 적용되지 못 하였으나 비교적 이른 시기에 원격조작식 기관총이 포기된 61식 전차와 74식 전차와는 달리 실현가능성이 거의 개발최종단계에까지 유지되었던 90식 전차는 대공기관총의 위치 이동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61식 전차에서 74식 전차를 거쳐 90식 전차로 이어져 오면서 원격조작식 기관총의 적용가능성은 점점더 높아졌으며 이에 따라 위치는 점점더 승무원용 햇치와 멀어지고 포탑의 중앙으로 이동해 갔습니다. 결국 90식 전차에 이르러서는 기관총의 위치를 옮기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려는 경향을 보이게 됩니다.

전차의 장비 배치는 타 장비와의 위치 관계를 서로 고려해야 하며 위치 변경이 늦어지면 늦어질 수록 더욱더 변경이 어려워 집니다. 특히 90식 전차는 돌출된 차장용 조준경이 차장용 큐폴라와 매우 근접해 있고, 기관총을 차장용 큐폴라 부근으로 이동시켜도 애매한 위치는 그대로 유지되었을 겁니다.


새로운 이유와 원격조작식 기관총의 부활

90식 전차의 대공기관총 위치에 대한 의문점은 전술한 내용을 통해 그 해답을 얻으셨을 겁니다. 이상적인 위치를 찾아 기관총을 배치했지만 결국 원격조작방식은 채용되지 못 하고 위치를 변경할 시기를 놓침으로서 지금과 같은 어색한 위치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포수와 전차장 모두 쉽게 조작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은 변명에 가까운 것이고, 양자 모두 조작하기 불편한 위치에 기관총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61식 전차부터 이어져 오던 원격조작식 대공기관총의 적용 고려는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인 신전차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그 이유는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90식 전차는 냉전의 막바지에 모습을 드러냈고, 냉전시대의 환경에 맞춰져 있습니다. 원격조작식 기관총은 화생방 상황이라는 매우 불편한 상황으로 인해 고려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일본은 화생방전 이외에 게릴라와 특수전부대에 대한 대응에 고려를 매우 중시하고 있으며, 차량의 승무원의 차외노출을 꺼리게 되는 요인이 오염된 차외환경 대신 적전투원의 소화기 사격과 각종 폭발물의 파편으로 바뀌었습니다. 신 전차의 개발에 대한 일본의 언급에서 게릴라와 특수전부대의 존재는 항상 빠지지 않고 있으며, 그들의 공격으로부터 전차 승무원들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습니다.

또한 시가전 발생 가능성의 증가와 타국 전차들의 변화방향, 충분히 기술적으로 믿을 만한 원격조작식 기관총 장치대의 등장으로 인해 과거와 달리 더 수월하게 이의 적용이 가능해 졌습니다.


맺으며

솔레노이드는 이용한 차내격발 기능을 적용한 육상자위대의 화학정찰차


90식 전차의 대공기관총 배치위치는 항상 궁금증을 자아냈고, 놀림거리가 되기도 했지만 기관총의 배치에는 분명한 이유를 가지고 있습니다.

혹자는 이 글을 읽고 일본이 현대의 전장상황(시가전이나 비정규 군사조직과의 전투)을 미리 예견했다는 설을 펼칠지도 모르겠지만 일본의 고려는 화생방 상황에 기인하며 동시기의 다른 전차들도 비슷한 고려를 하고 있었습니다.

현재 육상자위대에서 운용중인 차량 중 차내사격이 가능한 차량은 솔레노이드를 이용한 격발기구를 가진 화학정찰차뿐으로 지금까지 일본이 차내사격기능을 요구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뚜렷이 알 수 있습니다. (만약 혹자들의 주장처럼 시가전의 고려 때문이었다면 화학정찰차가 아닌 74식 전차나 90식 전차에 우선적으로 적용되었어야 합니다)

이제 미래의 신전차에 이르러서는 '화생방 상황' 대신 '적의 사격과 파편'으로 요인이 변경되었으며 원격조작식 기관총이 양산단계에까지 이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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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21 17: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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